[허순강 세무사의 X파일]기업세무관리 비법(9)

2005.12.19 00:00:00

엄마요? 모르는 여잔데요?

우리의 삶은 치열하다. 외국에서의 경쟁은 전쟁터이고, 개인간의 경쟁도, 국가간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한국과학기술원의 러플린 총장이 우리 한국인에겐 킬러본능이 없다고 하는 말은 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어느 중견그룹 회장이 아들에 대해 "일류대학을 보냈고, 해외연수도 많이 시키고, 미국 명문대 MBA를 받았고, 귀국후엔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라고 각종 상류층 서클에 참가하도록 주선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들을 현장에 투입하니 리더십 문제가 드러나요. 어렵고 힘든 건 기피하고, 재테크에만 관심이 많아요. 주식만 슬금슬금 자기 명의로 바꾸고…. 경영목표를 달성했다길래 알아보니 아예 목표치를 내려 잡았더군요. 다른 재벌 후계자들도 비슷해 보여서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요즘 '재벌 2세'들이 과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부 재벌 2세들은 외국 패션 브랜드 운영 등 창업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재벌 2세들이 손쉬운 사업과 재테크에 안주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비판세력의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서 거대 기업을 책임지겠다는 책임감과 끈기는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런가? 재벌 2세들만의 잘못인가. 또한 우리 모든 자식들은 어떤가.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부모의 실례를 보자.

'93년에 사망한 할머니에 대해 호적상 배우자나 자식이 없어 상속세 9억원을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고지했다. 고지서를 받은 형제자매들은 피상속인의 친생자가 있다고 하며 친생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라고 불복청구를 했다.

실제 피상속인의 주소지에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사는 아들(본인은 부인)이 등재돼 있었다. 이 아들은 피상속인을 '모르는 여자'라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 집안의 어른들이 친생자확인소송을 추진했고, 가정법원은 서울대병원에 DNA 분석 의뢰와 친생자 여부를 확인토록 의뢰했고, 서울대병원은 '친생자가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결국 상속세는 친생자에게 부과됐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발생되었을까?

피상속인은 어려서 기생생활을 했고, 혼인하지 않고 그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피상속인은 화류계에서 많은 재산을 모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줬지만 자식의 정상적인 교육은 등한시했다. 재판에 제출된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원만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우울한 성격이며 남과 어울리지 못함'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성격적 파탄으로 인해 피상속인(어머니)이 모았던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 그리곤 상속세가 부과되자 '모르는 여자'만을 되뇌며 이모·외삼촌들에게 세금을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어머니가 돈으로만 아들에게 보상하려고 했던 것이 아들을 파멸로 이끌고 말았던 것이다.

위 사례를 재벌 2세 문제에 비유하는 데는 약간 오버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과연 킬러 본능(killer instinct)·치열함·근성을 가르쳤는가에 대한 것이다.

프랑스 작가 생떽쥐베리는 "우리는 지금 많은 재산과 육체의 안락에 만족해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심층 맨 밑바닥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하지만 꿈틀대는 원초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인간성이 바로 그것이다"고 말한다.

자식들이 잘못 크는 것은 자식들의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자식을 비닐하우스 온실에서 애지중지 키운 것이 원인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키워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자식에게 킬러본능과 오기와 근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안일한 삶을 영위케 하는 것은, 자식이 할 수 있는 무한한 도전의욕(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과 성취감을 말살하는 것이고 그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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