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변화하는 것이 여성상위시대일 것이다.
그동안의 기득권자인 남자들의 위상이 점점 축소 또는 왜소화되고 있다.
내가 공직에 있을 때와는 달리 여성공무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국세청에서 여성공무원 중 사무관이상은 한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업무적인 면에서 두드러지는 현상도 여성공무원들의 세무조사 참여다. 전에 여성공무원들의 주된 업무는 문서수발이나 단순보조업무였다.
여성세무조사관에 대한 언론의 평가를 보면 여성 특유의 꼼꼼한 일처리와 더불어 자칫 딱딱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조사진행과정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대다수 사업장의 오너가 남성인 현실을 감안할 경우 외부에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 시대적 명제인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청량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칫 납세자의 어려움을 체감하는데 단점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세정혁신이 지향하는 투명하고도 객관적인 세무조사라는 명제에는 부합해 여직원의 조사업무 참여는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셈이라고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아도 "조사대리업무 수행때 조사반원 중에 여직원이 있는 것을 알고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무엇보다 조사과정에서의 나타난 쟁점사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들지 못해 아무래도 여직원을 꺼리게 된다"고 전한다.
나는 두명의 여성세무조사관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들은 여성세무공무원으로서 세무조사라는 말이 있기도 전인 10여년전부터 세무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는 앞으로 세무행정에 여성파워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암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1)세무대학 출신의 선머슴같은 괄괄한 A여성공무원
세무대학 출신다운 당찬 실력의 소유자였고, 거침없는 말투와 적극적인 업무집행태도가 마음에 든다.
필자가 조사반장으로 A와 세무조사를 실시할 때면 회사의 사장과 임직원들은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된다.
그러나 그것은 착수 첫날뿐, 우리 당찬 여자 반원은 "반장님 쩨쩨하게 서류 들추지 마십시오. 체신머리 없어 보입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모든 힘은 우리 반원에게로 옮겨간다. "이거와 관련된 서류 제출 안하실 거예요? 증빙서류가 왜 없습니까?"로 시작해서 그녀의 요구사항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조사는 그녀 혼자의 몫이다.
며칠동안 조사가 진행되면 회사의 임직원들은 그녀에게 무릎을 꿇는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모든 것은 규정대로 하겠습니다."
조사가 마무리될 때면 "저의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종합적인 판단은 반장님이 하실 겁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하고 뜨거운 감자를 반장에게 넘긴다.
마지막 하루만 내가 반장이고 조사기간 내내 실제 반장은 그녀였다. 논리의 정연함과 어린 나이에도 조사업체 관계자들을 어떻게 그리 잘 장악해 나갈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요즘도 어려운 현안이 있으면 "반장님, 이런 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한다. 나는 "야 임마, 공짜가 어디 있어. 소주 한잔 사야 대답을 하지" 한다.
이제 그녀도 중견 조사반장이다. 15년 정도가 흐르면 그녀는 실력있는 씩씩한 세무서장으로 변모해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2)일반공채 출신의 세무경력 27년의 조사반장 B여성공무원
당찬 실력과 오랜 경험을 겸비한 B씨. 조사국의 세무사찰요원으로 좋은 일, 험한 일 마다하지 않는 '큰 엄마'로 불린다.
회사의 임직원들은 그녀에게 세무조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게 유일한 부탁이란다.
오랜 세파를 겪어온 경륜만큼 고집이 세고, 반면에 자상함도 갖췄다.
어느 기업에서 그녀에게 무슨 꼬투리를 잡힌 모양이다. 그녀는 상급기관에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해 승인을 받고 거래처에 대한 금융추적을 시작한다.
조사를 받는 업체는 별 관심없이 지나다가 몇가지가 지적되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초비상이 걸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였다.
그러한 회사의 압력에 대해 그녀의 태도는 확고했다. "막 가자는 거지요? 그럼 끝까지 해보시지요."
이제 우리 시대가 변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우리 여성세무조사관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잘 표현해 주는 것이다.
"여성세무조사관들, 그까이꺼 대충하면 안됩니까? 글쎄 그리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