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국세청에서는 자료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료상'이란 실물거래없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고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범칙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들 자료상의 유형은 업종마다 다양하며, 실제로 구매한 것인양 대금을 무통장으로 입금시켰다가 바로 반환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료상으로부터 가짜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는 이를 근거로 부당하게 세금을 줄여서 탈세를 하게 된다.
국세청은 2001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5천897명을 고발조치했으나 고발후 수사과정에서 도주하거나 기소하더라도 처벌이 미약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자료상과 거래한 수출업자의 교묘한 수법을 보도록 하자.
○○세무서 법인세과 사무실에서 부가가치세 부당 환급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의류제조 수출사업자가 단단히 화가 났다.
큰 가방을 열더니 일본 돈 3천만엔(한화 3억원 정도)을 내보이며 "내가 수출한 물품에 대한 수출대금은 이런 형태의 핸드 캐리(외국에서 직접 들고 들어온다는 뜻)이다"며 조사자의 허위 수출혐의에 대해 열을 올리며 설명하고 있다.(원래는 외화 송금방식이나 외환매각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증빙이 없었음)
계속하여 "그리고 외화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보호해야 할 세무관서에서 이럴 수가 있느냐"며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문제삼겠다"며 엄포도 잊지 않는다.
문제의 발단은 연간 외형이 30억원 정도로 8년을 유지했는데, 갑자기 2년 사이에 수출액이 연간 200억원으로 급신장했고, 이에 따른 매입세액 공제로 2년 사이에 50억원 정도가 환급됐고, 매입세금계산서에 폐업자들이 있는 등 환급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던 것이다.
이 법인의 경우 수출에 문제점은 있으나,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관세청에 제출한 수출면장 또는 수출신고서에 수출입이 입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강한 반발과 수출이 정확한 것으로 미뤄볼 때 부당 환급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수 없어 조사를 '문제점 없음'으로 종결해야 할 상황이었다.
최종적으로 수출물품 운송업체에 대해 송장을 요구, 검토해 봤으나, 여기도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제 무실적으로 종결하려는 순간 다이아몬드 형태의 트레이드 마크가 몇개 다른 것이 보인다.
운송업체 담당자에게 왜 트레이드 마크가 다른 것인지를 물었다.
운송업체의 담당자 답변은 놀라왔다. 트레이드 마크가 다르다는 것은 실제 수출업자의 수출품이 아니라 일본 또는 소련의 보따리상들이 남대문시장에서 대량으로 산 것을 위 수출업체가 대신 운송만 해준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이 사업자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 다른 트레이드 마크만을 종합해 보니, 2년전의 평균 수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전부 보따리상들의 물품을 운송해 준 것임이 확인된다.
결국 보따리상들에게서 수출물품을 운송해 주면서 일부 수수료를 받고, 그리고는 자기의 수출액으로 위장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받아 50억원 정도를 부당하게 환급을 받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사업자는 종적을 감춘다.
이같은 사례 이외에도 같은 업종 사업자끼리의 일명 '뺑뺑이 자료'도 넓은 의미에서 자료상 자료에 해당되고, '카드깡'과 관련된 사채거래와 벤처기업의 외형 부풀리기와 관련한 매입·매출액이 모두가 자료상 자료인 것이다.
일선의 어느 세무공무원은 "자료상 자료는 대기업들마저도 애용할 정도로 이미 사업자들 사이에 폭넓게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자료상은 금세기 최고의 직업이나 다를 바 없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가계수표 끊듯, 끊어 대기만 하면 자료를 사는 사람에게서 수수료 명목으로 3%의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30억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최소 1억원이 현찰로 들어오는 것이다"고 했다.
자료상 자료수수 및 부당 환급은 현재 국가의 재정을 흔드는 심각한 지경에 와 있으나 그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이같은 심각성을 국민들과 정부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보다 더 근원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