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세무상담 좋아하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충처리위원회에 근무하는 ○○○입니다. 박○○ 세무조사관님에 대해 납세자 ○○○님이 박 조사관님의 잘못된 세무상담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정신적 보상을 요구하는 민원서류가 접수됐습니다. 양도소득세 ○○건에 대해 상담하신 것 맞습니까?"
위의 경우는 나의 동료가 세무상담을 했다가 기억도 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경우였다. 나중에 무혐의가 확인됐지만 동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형수님, 다른 집이 있으면 있다고 이야기해야지, 그걸 빼놓고 1세대1주택 비과세라고 주장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잖아요. 양도소득세 나온 거 은행에 납부하세요." 나의 경험이다.
나의 스승이자 조세법학계의 최고 원로이신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님은 사석에서"내가 죽을 때까지 세법의 20%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분의 겸손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세법이 너무도 어려운 학문임을 진솔하게 말씀하신 것이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세법이란 것은 10%도 되지 않으리라.
오늘은 스승의 가르침을 인용해 세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려 한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구체적인 세금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세금은 세법을 바르게 해석하고, 구체적으로 발생한 사실에 적용해 내야 할 세금액이 얼마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를 국수틀과 밀가루 반죽 그리고 국수에 비유할 수 있다.
첫째, 국수틀은 세법이다. 국수틀의 구조와 그 사용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이를 적정하게 사용했을 때 어떤 제품이 나오는지를 논리적·합리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세법의 해석이다.
둘째, 국수를 만드는 밀가루 반죽은 사실관계이다. 장사를 어떻게 하고, 누구와 얼마에 사고 팔았는지, 그리고 장사를 한 사람이 실제로 누구였는지 하는 등이 실제적인 사실관계이다. 세금의 계산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사실 그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사실의 누락이나 가감이 된 경우는 언제나 틀린다.
셋째, 밀가루 반죽을 국수틀에 넣고 위에서 적절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사실관계에 대한 세법의 적용이다.
넷째, 국수틀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적절하게 압력을 가해서 나오는 국수가 세법의 효과인 세금인 것이다. 이렇게 세금의 정답을 얻는 일은 어렵다.
그런데 전화 등으로 간단하게 물으면서 세금의 정답을 달라고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줄 수가 없고, 답을 해봤자 그것은 틀리는 답이다.
①질문이 국수틀의 구조와 같은 법의 해석을 묻는다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달라서 하나에 하나를 더한 것이 반드시 둘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 전개에 따라 하나 또는 셋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②질문에 밀가루 반죽의 문제인 사실관계가 곁들여지면 답은 더 어려워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신나게 이야기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입을 다물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실관계는 계약서 등 문서가 아니면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증거만큼 사실을 정확하게 말해 주는 증인은 없다.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증거를 갖고 가서 자기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세무조사나 감사에서 추징되는 세금의 대부분 아마 90%이상이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다.
③그리고 같은 문제를 갖고 증거서류는 빈 손인 채 무료상담을 해주는 전문가을 찾아서 여기저기 순례하는 사람이 많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무료상담은 답변자에게 책임이 없다. 적어도 답과 다른 세금상의 불이익에 대해 상담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관련증거를 빠짐없이 제시하고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되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답을 문서로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문제에 대한 답을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 것처럼 구하고 있다. 이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사항을 고려할 때 몇마디의 말로 세금문제를 묻고, 눈을 몇 번 깜박 깜빡하다가 내놓는 답이 온전할 리 없다. 묻는 사람도 무모하고 대답하는 사람도 무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