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리인들의 한숨

2008.06.16 14:19:50

요즘 세무대리인들은 기장업체들로부터 달갑지 않은 전화를 종종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대구의 한 세무사는 기장을 맡고 있는 사업체로부터 부탁전화를 한통 받았다. 세금을 제때에 내지 않아 관할세무서로부터 재산압류를 당하게 됐으니 이를 막아 달라는 전화였다.  

 

2007년도 귀속 종합소득세신고기간을 맞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와중에 이런 전화를 받은 이 세무사는 속으로 떨떠름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세금을 체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무사사무소 기장료도 제때에 내지 않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경기에 혹시나 다른 업체로 기장을 옮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탓에 결국 관할세무서에 하소연성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는 사업체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세무대리인들이 요즘 얼마나 고충을 겪고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세무대리업계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실제로 사업경영이 어려워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는 회사 대표가 고급 외제승용차를 굴리고 시간만 나면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도 세금을 체납하고 기장료를 제때에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울산지역 某 기업체 대표가 고급승용차를 몰고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도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아 현장에서 체납단속반에 적발돼 차량번호판을 떼이는 등 망신을 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세무사는 이러한 기업체 대표들의 행태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럼에도 세무대리수임 경쟁난과 이탈 걱정 때문에 이러한 기업체 대표들의 꼴불견을 알면서도 묵인해야 하는 현실적 고통에 대해 털어놓았다.

 

기장을 해주면서도 기장료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행여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 군소리도 못하고 업체의 뜻대로 하는 세무대리인들은 요즘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대구=최삼식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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