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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5. (수)

내국세

국세청 "리베이트 주고받은 사람 모두"…'건설‧의약‧보험중개' 47곳 세무조사

발주처에 리베이트 지급한 건설업체 17개

의료인에 리베이트 지급한 의약품업체 16개

CEO보험 가입한 사주일가에 리베이트 준 보험중개업체 14개

민주원 조사국장 "리베이트 최종 귀속자까지 찾아 과세할 것"

 

 

부실 건축을 유발하는 건설업계의 리베이트는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의약업계의 불법적인 리베이트 고리를 근절하기 위해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종 리베이트 유형으로 떠 오른 보험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첫 세무조사가 착수됨에 따라 보험산업의 거래질서를 무너뜨리는 사주일가와 보험중개업체 간의 흑막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국세청은 25일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탈세 행위가 심각한 건설·의약품·보험중개 등 3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과 의료법 및 보험업법 등에서는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명확하기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건설업체 17개, 의약품업체 16개, 보험중개업체 14개 등 총 47개 업체가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는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대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품질향상 및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리베이트 비용으로 소진됨에 따라 경제·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불공정과 부당이익 편취를 넘어 아파트 부실시공·의약품 오남용 등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같은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건설과 의약품뿐만 아니라 보험업 등으로 확산되고 수법 또한 한층 진화됨에 따라 국세청이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건설업계 리베리트 관행…부실시공으로 국민생명 위협

 

국세청이 이날 밝힌 리베이트 세무조사 대상 첫 번째는 재건축조합과 시행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설업체 17곳이다.

 

건설 리베이트는 자금 마련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비리와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체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아파트·주택 등의 품질 하락을 초래하고 국민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지목받고 있다.

 

실제로 건설분야 접대비 지출은 공사수입 금액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R&D 및 고객서비스 등에 지출할 여력을 잠식하는 것은 물론, 국내건설 수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불건전한 경쟁마저 심화시키고 있다.

 

국세청이 확인한 건설분야 리베이트 실태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행사나 재건축조합 등 발주처의 특수관계자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거나, 발주처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 다양한 리베이트 지급 혐의가 드러났다.

 

특히, 도급계약이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건설업계의 특징으로 인해 단계마다 갑-을 관계가 바뀌는 등 대형 건설사는 발주처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는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등 이중적인 모습도 밝혀졌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조합장과 시행사 등 리베이트를 수취한 상대방도 끝까지 추적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물론, 허위용역 세금계산서 수수 등 세법질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방침이다.

 

◆'내가 다 내겠다'는 의약품 고질적 리베이트 관행…의료인 끝까지 찾아 과세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의약품 업체 16곳도 이번 리베이트 세무조사에 선정됐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약품 남용과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고질적이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에 조사를 받게 된 업체들은 의사부부의 결혼관련 비용 일체 등 의료인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하고 병·의원과 의료인에게 물품 및 현금을 지급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관련, 과거 세무조사에서는 의약시장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고 하소연하는 등 의료계 카르텔의 강고함으로 인해 의약품 업체의 리베이트 비용을 부인하고 제공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선 리베이트로 최종 이익을 누리는 자를 파악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의약품 리베이트를 실제 제공받은 일부 의료인들을 특정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등 공정과세를 구현하고 있다.

 

◆법인자금으로 보험료 대납하고, 리베이트는 사주일가 '꿀꺽'

 

CEO보험에 가입한 사주일가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14개 보험중개 업체도 이번 세무조사 선상에 올랐다. 해당 사례는 신종 리베이트 유형으로 분류된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 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발생 시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게 지급하며, 해당 보험상품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보험대리 위임계약을 통해 다수 보험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비전속 법인보험대리점인 보험중개 업체(GA)가 취급하고 있다.

 

최근 초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려는 보험중개법인과 법인세·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사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CEO 보험 시장이 급격히 성장 중으로, 가입법인 사주가 리베이트만 받고 보험을 중도해지하는 등 보험산업의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EO보험 리베이트 조사대상에 선정된 이들은 고액의 법인보험을 판매하면서 가입법인의 대표자와 배우자 및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한 후,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음에도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법인의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기에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기에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신종 유형인 CEO보험 리베이트 조사에서 리베이트 비용을 부인해 보험중개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는데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 이익의 최종귀속자인 보험가입법인 사주일가에도 정당한 몫의 소득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경쟁의 가치 훼손과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리베이트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나가겠다”며, “다른 분야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도 지속적으로 파악해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사안은 빠짐없이 조사해 나가겠다”고 리베이트 세무조사 확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리베이트 조사 과정에서 금융추적 등 활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를 찾아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물론, 조세범칙 행위 적발시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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