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가의 60청춘

2000.07.03 00:00:00

지난달 25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대원중·고등학교와 대원여고 교정에는 일선세정가의 낯익은 얼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모여들었다.

2000년도 제37회 세무사자격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로 2차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007가방을 든 채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후반 60대초반의 노신사들이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학교 입구에 설치해 논 게시판에서 자신의 수험번호와 고사실을 확인하는 이들 노신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오전 9시30분경.
허겁지겁 수험장에 들어서는 한 노신사의 모습에서는 최후의 결전을 눈앞에 둔 비장함이 엿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세무사자격시험장에는 유달리 나이 든 국세경력자들이 많았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단행된 국세청의 구조조정으로 전례없이 많은 수의 세무공무원들이 국세청을 떠났고 이들의 제2인생에 대한 설계가 세무사자격 취득붐으로 이어졌기 때문일 듯싶었다.

그러나 세무사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주지의 사실처럼 지원체제이후 계속되고 있는 세무사업계의 경영난은 개업세무사들을 통해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노신사들의 세무사자격 취득붐'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늦깎이 공부에 여념이 없는 노신사들. 그들의 모습에서 현직 국세공무원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

안타까움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은 대목들이다.

오후 5시경.
노신사들이 수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들뻘되는 젊은이들과 함께 고사장을 나서는 일부 노신사들의 어깨에는 한숨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어깨에서도 또 다른 젊음이라는 `60청춘의 내음'이 진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채상수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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