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 예산낭비 우려

2002.12.05 00:00:00

임차인 보호 실효성 낮아 확정부일자 신고인 적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달. 그동안 국세청을 비롯, 일선 세무서들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평균 5∼7%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체 대상자가 235만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세청의 홍보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각종 언론 등을 통해 많은 홍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실적이 낮은 것은 이 법이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 때문에 국세청이 올 정기국회를 통해 어렵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관련 예산 11억4천100만원을 확보했지만, 홍보에 실익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홍보를 해도 확정일자를 받으려는 세입자가 잘 움직여들지 않으리란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법이 11월1일부터 시행됐지만, 10월31일까지 일선 세무서를 통해 신고하도록 이미 통보됐었다는 사실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등의 도입을 통한 재계약 보장 및 경매시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대항력 보장 등의 취지로 지난 11월부터 시행된 법이다.

그러나 동법은 제2조 보호범위에서 11월이전 계약한 경우는 제외시켰을 뿐만 아니라 주요 상권의 세입자 보호를 배제하는 환산보증금을 선정하는 한편,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에 대해 연 12% 인상률을 합법화했으며, 홍보와 준비 부족, 그리고 잘못된 유권해석 등으로 세입자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월세 200만원이상을 내는 세입자 21%가 이 법에서 제외됐다.

동법에서 세입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산보증금 기준은 서울 2억4천만원, 수도권 과밀억제지역 1억9천만원, 광역시 1억5천만원, 기타지역 1억4천만원 등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서 벗어난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환산보증금을 산출하는데 있어 부가세를 포함시키는냐 마느냐 논란이 있었고, 결국 법무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와 관련된 환산보증금액을 산출하는데 있어 임차료와 임대보증금에 부가가치세를 포함시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같은 유권해석은 세입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당초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가세를 포함하는 바람에 제외됐기 때문이다.

안산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씨의 경우 지난해 10월 언론에 의해 피해사례가 드러난 경우다. 이씨는 안산세무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러 갔다가 기준 환산보증금을 넘어섰다며 세무서에 의해 반려됐다. 이씨는 임대보증금 2천500만원에 임대료 110만원을 내고 있어, 이를 계산하면 월세 100×100+임대보증금 2천500만원=1억3천500만원이다. 안산지역은 기타지역으로 분류돼 환산보증금액이 1억4천만원이하이다. 따라서 이씨는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당연히 받는 줄 알았다. 그러나 법무부의 유권해석으로 부가세 10%가 포함돼 1억4천600만원으로 600만원이 초과된 것이다.

이씨는 지난 10월25일 관할세무서에 환산보증금액을 결정함에 있어 부가세가 포함된 것에 강력히 항의했는데, 세무서측은 환산보증금은 넘지만 확정일자는 찍어주겠다고 해서 확정일자를 받았다.

이씨의 경우는 관할세무서에서 확정일자는 받았지만, 상가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안산세무서가 확정일자를 찍어준 것은 신청반려에 따른 행정소송을 방지하고 세입자의 불만을 잠시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판단되며, 이는 세입자의 피해를 방관하고 있는 행정조치란 지적이다. 일선 세무서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국세청은 10월31일이후에 확정일자 신청이 가능함에도 상가임차인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홈페이지에는 10월31일까지 확정일자를 신청치 않고 그 이후에 하게 되면 우선변제권 등 권리의 순위 결정시 10월31일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사람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확정일자 신청에 따른 건물 경매시 세입자 임대보증금을 우선해 변제토록 하는 우선변제권 보장과 11월 법 시행이후 재계약 갱신과 신규계약 체결시에 한해 보장되는 세입자계약 갱신청구권 등 주요 조항의 효력 발생을 구분해서 설명하지 않아 11월에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계약갱신후 확정일자를 신청하는 것이 확정일자 효력과 주요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한데, 세무서의 안내는 오히려 10월로 확정일자 신청과 재계약을 앞당겨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보장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대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윤某씨는 11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세무서에서 보내온 안내서를 보고 10월로 재계약을 앞당기려 했으나 某정당 관계자에게 재차 문의해 신청을 11월로 미룬 사례가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확정일자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권리금 등 이중계약서 관행 및 11월이전 세입자들의 재계약을 보장해 주지 않아 확정일자를 신청해도 추후 재계약에 성공해야 하는 등 부담감, 그리고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에 따른 법 적용 세입자수 감소,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및 재계약 거부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임대차보호범위가 되는 환산보증금을 2억4천만원으로 하고 임대료 상한율이 12%가 됨에 따라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임대료 인상과 일방적 계약 거부, 11월이전 세입자에게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 강요 등 세입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부동산 투기 수요가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임대수익 및 매매차익이 높은 상가건물로 이동해 임대료 폭등과 일방적 계약 거부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피해자인 某씨는 임대보증금 3천만원을 4천만원으로, 임대료 130만원을 220만원으로 인상을 요구받았고, 송파구에 사는 김某씨는 일방적 계약 해지를 요구받다 임대료를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 안某씨는 보증금을 무려 1천500만원, 월세는 90만원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외에도 이러한 피해사례가 전국적으로 수도 없이 많으며, K씨는 보증금 2천만원, 월세 85만원, 권리금 6천만원에 계약했지만, 건물주 요구로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0만원의 세무서 제출용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그는 보증금 1천만원보다 권리금 6천만원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보증금 2천만원을 그대로 신고할 경우 건물주 세금부담이 고스란히 K씨에게 떠넘겨지거나 권리금을 고스란히 떼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 권리금은 관행상 문제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이 입법예고 기간 중 임대료 부당 인상사례가 늘어나자 국세청은 세무서마다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신고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다 건물주들이 금융기관에 이미 선순위 담보가 모두 잡혀 있어 확정일자를 신고하더라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법이 명분만 있고 관행은 무시한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행 법 적용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주요 상권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는 촉매제가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내년 역시 구체적인 세입자 보호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법은 있는데 수요자의 참여가 떨어지는 법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래저래 이 법을 제정한 법제처와 심의과정에서 제대로 검토를 하지 않는 국회 때문에 시행과정에서 악역을 맡게 된 국세청의 입장만 난처하게 됐으며, 이러한 현실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관련 예산 11억여원이 낭비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