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현대건설에 대한 삼일회계법인 부실감사

2003.07.10 00:00:00

눈가리고 아웅 감사 자행 공사도급금액 기재 누락


최근 참여연대가 현대건설을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에 특별감리를 요청하는 등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문제가 여전히 고질병으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의혹 역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6년후 외부감사인 교체와 감사위원회의 전원동의 등과 같은 광범위한 예외사유를 인정한 것은 외부감사인 교체 의무화 취지를 무색케 하는 만큼 예외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적한 현대건설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문제점을 짚어보자.

현대건설은 지난 2000년 유동성 위기에 직면, 2000회계년도 감사보고서에 2조4천116억원에 달하는 특별손실이 발생해 총 2조9천80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바 있으며, 2001.5월말 영화회계법인에 의한 실사결과 2000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총 3천855억원의 수정사항이 발견되는 등 현대건설이 2000회계년도이전에 제출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
현대건설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지난 '98년도 및 '99년도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기본적인 주석사항을 기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자료 실사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계정간 상호연관 관계도 부재 및 숫자조차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은 각종 기업회계기준과 감사기준 관련 규정을 어기면서 부실감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현대건설과 삼일회계법인의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의혹이 제기됐을 때 금융감독위원회는 조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참여연대가 2001.5월 특별감리를 요청했을 때도 이를 거부해 이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의 98회계년도 감사조서 및 감사보고서에서 기업회계기준 및 감사기준을 위반한 사례를 보면, 공사수익 및 공사원가 검토시 도급금액 등 건설업 회계처리 감사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료 등에 대해 아무런 조서를 갖추고 있지 않고, 심지어는 조서까지 파기한 흔적이 보이고 있으며, 공사 진척도 검증에 대한 중요한 수단인 기성고 확인을 위한 아무런 절차도 취하지 않는 등 공사수익 및 공사원가에 대한 감사절차가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감사보고서 주석 기재사항인 중요 공사도급금액 등에 대한 기재를 누락하는 등 주석기재가 부실했으며, 공사진행률 조작 등으로 인한 수익과대계상 우려가 있는 경우 가장 초보적인 감사절차가 기성고 확인임에도 삼일회계법인의 '98년 조서를 보면 기성고 확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이는 기본적인 감사절차마저 수행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조서에서 '시행예산서를 징구해 원가율의 적정성을 파악함', '단기원가보조부를 징구해 당기 투입원가의 적정성을 파악함' 등의 감사절차를 취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감사증적은 어디에도 남겨두지 않고 있다.

기말재료 재고액의 경우 현대건설이 제출한 공사원가명세서에는 475억300만원으로 기재돼 있는 반면, 재고자산에 대한 감사조서에는 495억6천500만원으로 기재돼 있어 20억6천200만원의 차이가 나는 등 기본적으로 일치해야 할 숫자마저 일치되지 않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결국 감사시 가장 기초적인 자료조차 갖추지 않았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감사를 전혀 취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공사수익 및 원가와 관련 주요 감사조서 파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9년 감사조서를 보면 현대건설은 삼일회계법인에 현장별 도급금액을 최초 제시할 때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했고, 삼일회계법인의 감사조서에는 회사가 수익을 위해 도급금액을 과대 계상한 일부 현장을 발견, 이 금액을 재수정토록 해 재계산했다고 기술해 놓고 금액은 기술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재무제표를 수정한 것으로 현대건설의 도급금액 과다계상을 삼일회계법인이 묵인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99년 예정원가를 과소 계상해서 1천400여억원으로 이익을 과다 계상했는데, 이를 삼일측이 감사 중 발견해 수정했고, 2000년엔 2천86억원의 금액을 추가 원가발생액으로 기타 특별손실로 계상했다.

삼일은 또 회계처리준칙에 따른 도급공사와 관련된 사항을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건설업회계처리준칙은 중요한 도급공사의 도급금액 및 이의 변경내용과 공사대금 청구액과 회수액을 주석으로 공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98년도 현대건설의 감사보고서는 단순히 기초공사 기초잔액, 당기 중 증감, 기말잔액, 개괄적 채권과 채무내역만이 있을 뿐 도급공사와 관련된 주석사항을 부실 기재하고 있다.

반면 삼일측이 작성한 '99년도 현대건설의 감사보고서는 이러한 주석사항이 각 공사현장별로 기초공사계약 잔액, 도급금액 변동 및 신규계약, 공사수입계상액, 당기말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아울러 삼일은 부실채권에 대해 건설업 회계관행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낮은 대손추정률을 설정하는 한편, 일부 불량채권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일은 일부 불량채권을 추출해 근정당 설정, 가압류 등을 검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러나 실제 공사미수금 중 잔액이 200억원이상이면서 이름이 생소한 곳을 검색한 결과 검색되지 않는 회사가 많고, 현재 법정관리 또는 부도가 난 회사도 많았다. 삼주개발의 경우 공사미수금 잔액이 229억원인데 지난 '98.8월 부도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담보 등도 설정되지 않았고, 단 1원의 충당금도 설정되지 않았다. 태화쇼핑의 경우 지난 '99년도 감사보고서로 추정해 보면 현대건설은 158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의 대가로 55억원의 지분을 얻었는데, 이는 이미 '98년도에 결정된 사항으로 차액 103억원을 당기 손실로 계상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재고자산에 대해 적정한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감사조서에 삼일의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 관련 조서가 없다. 재고수불부라는 것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로 토지와 아파트 등을 계상한 상품계정인데, 당시는 미분양 아파트의 폭증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시점으로 보통의 감사인이라면 당시의 경제환경 등을 감안, 충분히 평가감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나, 삼일은 상품의 순현실가치 평가에 대해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등 재고자산의 평가와 관련한 감사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회계법인은 또 현대건설 해외지점의 차입금과 관련, 해외은행으로부터 총 139개의 은행조회서를 입수해 감사조서에 첨부했으나, 그 중 감사절차상 유효한 은행조회서는 14개뿐이다. 이를 제외한 125개 서류는 현지 은행으로부터 현대건설에 송부한 날인도 없는 팩스 회신문, 전체 차입금이 아닌 특정 차입금만 확인해 주는 확인서와 심지어는 결산일('98.12.31)이전에 수신한 팩스수신문 등으로 이 서류들은 감사실무에서 부채의 완전성을 확인해 주는 은행조회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일은 지난 2000년도에 해외지점 관련 은행조회서를 미회수했다 해서 감사의견을 제한한 바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는 '98년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99년도에는 부분적으로 수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실감사와 분식회계로 인한 누적 부실이 2000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의 배경이 됐으며, 2000년 감사보고서에 2조4천100억원대의 특별손실과 총 2조9천억원대의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감사했고 과거 부실을 일시에 반영했다고 해서 반드시 회계감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장기감사가 부실원인
이같은 감사부실은 결국 한 회계법인이 하나의 피감기업에 대해 장기간 회계감사를 계속 수행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일회계법인은 '84년부터 2000년까지 17년 연속 회계감사를 실시했고, SK글로벌 분식회계의 경우 영화회계법인이 9년 연속, 동아건설 분식회계의 경우 안건회계법인이 11년 연속, (주)대우의 분식회계의 경우는 산동회계법인이 17년 연속, 기아자동차의 분식회계는 청운회계법인이 13년 연속으로 회계감사를 맡아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근 정부가 회계개혁방안으로 내놓은 외부감사인 교체시기를 6년으로 하는 개정안이 입법화돼야 하며, 감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컨설팅업무의 성격에 따른 제한 이외에도 피감기업으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수입비중에 대한 규제가 추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금감위가 회계법인에 대한 조직감리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임, 자율규제토록 한 것은 시기상조로 자율규제의 경험과 신뢰가 취약한 우리 현실에서 공적 규제기관에 의한 조직감리로 전환이 요구된다며 금감원으로의 환원도 제기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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