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법인세 인하 타당한가

2003.07.24 00:00:00

"투자 촉진효과 크다" VS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


재정경제부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문제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가장 현안사항이 법인세 인하요구로 나타나 법인세 인하 법 개정은 탄력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전 "법인세를 2% 인하할 경우 1조5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데 그 중 1조2천억원의 감면혜택은 대기업에 돌아가고 나머지 3천억원만 소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며 반대하다가 지난 3월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보고한 법인세 인하방침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및 일부 재정·조세전문가들은 감세조치로 인한 가처분 소득의 증가가 소비·투자 등 지출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 증가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경기 부양효과는 미미하고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는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이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법인세 인하방침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 지속적인 감세정책 추진과 함께 법인세 인하 역시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법인세 인하문제가 논의는 됐지만, 특소세 인하 및 근로소득 공제폭 확대에 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느라 구체적으로 공론화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2001년 한나라당 단독으로 1% 인하안을 처리했듯 9월 정기국회에서 또다시 법인세 인하법인을 제출할 경우 시민단체의 힘만으로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정경제부가 법인세 인하를 공론화했고, 노무현 대통령마저 일응 수긍하고 있어 법인세 인하율의 폭과 시행시기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해외투자 유치 요인등 인하 절실
앞에서도 지적했듯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자 감세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 법인세 인하문제가 놓여 있다.

재정정책에 있어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우리로서는 최근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조세연구원 동향분석팀이 분석한 '미국의 2003년 감세안에 대한 최근 논의'에 따르면,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이후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해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감세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소득세제를 개편한 데 이어 상속세를 현행 55%에서 오는 2007년까지 45%로 인하했으며, 배당세를 잠정 폐지키로 했다. 우리의 법인세 인하문제는 미국의 오닐 재무장관의 법인세폐지 발언이 나오면서 수면으로 부상했다.

재경부는 법인세 인하의 주요 이유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동남아 경쟁국들보다 좋은 기업활동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며, 현재 27%인 법인세율을 장기적으로는 22%를 적용하는 싱가포르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히고, 법인세 등에 대해 적용되는 비과세·감면혜택을 축소할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 법인세율을 낮추거나 인하할 계획이 있다는 점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90년대이후 한차례도 꺾이지 않은 채 굳건하게 유지되는 중이다.

KMPG가 최근 세계 68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조세제도를 분석한 결과 30개국 OECD 가맹국의 법인세율은 지난 '96년 평균 37.5%에서 올해초 기준으로 30.8%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31.39%보다 떨어진 수치다. 유럽의 경우 아일랜드는 지난해 16%에서 올해 12.5%로 대폭 떨어뜨렸으며, 40%가 넘는 법인세를 적용하던 이탈리아는 올해 38.25%로 내렸고 조만간 33%대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아시아의 경우 스리랑카는 1년 사이에 17% 가까이 떨어뜨렸고, 싱가포르는 22%대이다. 이는 국가간 자본유치 경쟁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진행되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킴으로서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고, 외부 차입을 유발시킴으로서 기업의 부채 비율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전가돼 소비자들의 부담요인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제하고 "법인세제는 국내 자본의 해외 이동을 촉진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서 통합돼 가는 세계경제내에서 우리 경제의 낙후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장기적으로 법인세를 폐지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장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위기 의식을 공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현 시점에서 경영에 가장 큰 애로점으로 세금문제와 노사불안문제를 꼽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20%선으로 인하해 줄 것과 연구개발 관련 세금의 추가 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강두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장은 "규제를 과감히 풀고 법인세나 특소세를 낮춰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OECD 가입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96년 37.5%에서 지난해 30.8%로 7년새 6.7%P를 떨어뜨렸으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7년만에 겨우 1%P 낮추는데 그쳤다"며 조만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강봉균 의원 역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해외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인세가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며, 당론 역시 이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재정 건전성만 악화 반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감세는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소득 재분배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재정경제부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OECD국가의 평균치보다 낮고, 재정문제를 감안할 때 경제계의 법인세 인하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우리의 법인세율은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국가를 제외하고는 높지 않다. 미국 35%, 일본 30%, OECD 평균 31.4% 등이다.

일부 조세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현행과 같이 제조업 및 IT, BT산업 등에 대한 선별적인 조세지원정책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며,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소수의 대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세율 인하에 따른 세부담 감소액의 68.9%가 불과 0.3%의 기업에 돌아간다는 것.

또한 비과세·감면의 축소와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 등을 통해 발생한 재원을 기초로 법인세율을 인하함에 따라 결국 근로자·서민층의 부담이 증가된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법인세를 1% 인하할 경우 7천400억원의 세수가 감소되는데,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만한 경기부양 효과나 기업투자 증대가 얼마나 나타나느냐가 문제인데,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손원익 박사는 "법인세율이 세계 각국의 자본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우려할 만큼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나 여당은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에 대해 재정만 악화시키고 경기부양에는 별반 효과가 없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며, 90년대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 정책을 폈지만,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은 채 재정만 거덜난 사례가 있다.

우리의 경우 법인세를 2% 인하할 경우 2001년 기준 약 1조5천억원의 세수가 감소되는데, 결국 추가 국채발행 등으로 메꾸지 않겠느냐며, 재경부의 법인세제 담당자는 언급하고 있다. 또 법인세 인하시 우량기업은 순이익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배가되는 대신 부실기업은 오히려 이자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법인세를 인하하는데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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