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학생세금 글짓기 수장작-초등부 금상

2003.07.21 00:00:00

희망을 안겨다 준 세금


"수해입은 모든 가정에 희망을 가져다 준 세금의 고마움 오래간직"

국세청이 2003년 제37회 '납세자의 날'을 맞이해 학생들에게 세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건전한 납세의식을 심어주고 가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세금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주부 세금문예작품 공모전'을 개최하고 최근 입상작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우리 집은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우리 논은 넓은 개울을 따라 둑 옆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어서 못자리를 하는 봄에는 둑에 식구들이 모여 삽겹살을 구워먹고 무더운 여름이면 물속에 들어가 동생이랑 물놀이를 하며 놀았었다. 그렇게 추억이 많은 개울이었는데 지금은 개울을 생각하면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우울해지곤 한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나에게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비가 오면 비의 굵기와 속도를 관찰하는 버릇이…….

작년 여름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우리 논의 옆에 있는 개울도 무사하지 못했다. 개울은 물을 가득 담은 채로 둑을 무너뜨렸고 벼가 있어야 할 논에는 물에 휩쓸려 온 모래만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평생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며 논을 지켜오신 할아버지께서는 모래만 쌓여 있는 논을 보시고는 진지를 못 드시고 잠도 못 주무시다 끝내 자리에 눕고 마셨다.

"아이고, 이것 큰 일 났는걸?"

참다 못한 아버지께서는 논을 복구해 보겠다고 트랙터를 타고 논에 나가보셨지만 논인지 개울인지 분간조차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 버린 논을 트랙터로 복구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으셨던지 그냥 돌아오셨다. 힘없이 돌아오신 아빠를 보고 할아버지께서는 안쓰러우신지 조심스럽게 말씀하였다.

"얘, 애비야. 내일 포크레인을 불러서 무너진 둑이랑 논에 쌓인 흙을 좀 치워라."

"예."

아빠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억지로 대답은 하셨지만 얼굴은 몹시 어두웠다. 그 때 옆에 계시던 엄마께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였다.

"여보, 장비도 문제지만 인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포크레인도 3대는 있어야 해."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혼잣말로 "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하셨다.

그 날 저녁 우리 동네 이장님께서 할아버지를 찾아 오셨다. 이장님께서는 우리 집뿐만이 아니라 수해를 입은 다른 집들의 피해상황을 군청에 알리셨고 군청에서는 곧 수해 담당직원을 보내 피해상황을 정확히 알게 한 다음에 내일부터라도 곧 수해 입은 논에 대한 수해복구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식구는 모두 그 말씀을 듣고 날아갈 듯이 기뻐하였다.

다음날 아침 군인 아저씨들 30명과 포크레인 2대, 그리고 커다란 돌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둑으로 들어 왔다. 잠시 후에 군인 아저씨들은 큰 철망에 돌들을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하셨고 포크레인은 논을 가득 메운 모래를 치웠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이 "엄마, 저렇게 많은 군인 아저씨들의 품삯을 주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겠네요? 또 포크레인 수고비도 줘야 하고……"하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였다.

"아니다. 수해복구에 필요한 돈은 모두 나라에서 준단다."

"나라에서요?"

옆에 있던 나도 나라에서 돈을 준다는 말이 이상하여 여쭤보았다.

"그래. 나라에서는 국민들에게 세금을 조금씩 거두어서 우리처럼 수해를 입은 가정에 도움을 주고 철길이나 도로가 파손되면 사람들이 불편하게 다니지 않도록 고쳐주기도 하지. 참, 너도 평실이 아줌마 알지? 아줌마 같이 장애 때문에 돈벌이를 못하는 분들께는 생활비도 대주고, 또 의무교육이라고 해서 학비를 내지 않고도 누구나 중학교까지 공부할 수도 있단다."

"엄마, 그럼 학교에서 색종이와 고무판, 찰흙 등 여러 가지 준비물을 주는데 그것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 나라에서 사주는 거예요?" 나는 여러 가지가 궁금하여 또 여쭤보았다.

"그렇지."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으로 세금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군인 트럭 1대가 오더니 트럭에서 여러개의 큰 통을 내렸다. 아마 아저씨들이 잡수실 점심을 가져온 것 같았다. 우리들은 아저씨들이 계신 곳으로 갔다.

"아니, 새참은 제가 준비하려고 했는데요."

엄마께서는 미안해 하시며 그 중에 제일 높으신 군인 아저씨께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군인 아저씨는 오히려 엄마께 큰소리로 경례를 하셨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게 보였다. 그 때 언제 오셨는지 할아버지께서 군인 아저씨들을 향해 "자네들이 이 늙은이를 살렸네" 하시며 연신 고마워 하셨다. 그리고는 그동안의 걱정을 잊기라도 하시려는 듯 담배를 피우셨다. 담배연기는 할아버지의 한숨을 싣고 저 멀리 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은 가시관을 쓰신 것처럼 고통스러우셨는데 오늘은 큰 일을 했을 때 받은 훈장처럼 더욱 빛이 났다.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비록 태풍때문에 한 알의 쌀도 수확을 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덕분으로 수해복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를 드렸다.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가정뿐만 아니라 수해를 입은 모든 가정에 희망을 가져다 준 세금의 고마움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할아버지의 건강과 수해복구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두손 모아 기도했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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