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학생세금 글짓기 수장작- 고등부 금상

2003.07.24 00:00:00

우리는 세금 삼남매


"작지만 피땀어린 세금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가 나라를 무럭무럭 발전시켜"

"오늘도 그 청소부 아저씨께서 오셨어"

언제나 그랬듯, 오빠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났었던 일을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오늘은 누구를 도와 주었고, 누가 자기에게 도움을 주었으며, 사람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그리고 자기를 무시하던 얄미운 사람들까지 쉬지 않고 말을 하고는 항상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역시 나는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인 것 같아"라고 하며 기나긴 기행문을 마칩니다.

오랫동안 오빠의 말을 듣느라 지루해진 저와 동생은 겉으로는 실눈을 뜨고 그 거만한 표정에 야유를 보내지만 속으로는 오빠의 말에 동감하고 저희 자신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저희 삼남매는 유난히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바쁘고도 보람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저희 오빠의 이름은 '종합소득세'이고, 저는 '부가가치세'라고 하며, 동생은 '지방세'라고 합니다.

오빠는 근로소득이 있는 분들이나 다른 여러 가지 재산을 취득한 분들께서 도와주시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고, 지방세인 동생도 우리 지역에 사시는 분들께서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부가가치세인 저는 이리저리 상업하는 사람들을 찾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돌아 다녀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불만이 많지만,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하고 돌아와 오빠의 말을 듣다 보면 제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문득 깨닫고 행복해집니다. 저를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해드릴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기 때문입니다.

오빠가 오늘 만났던 청소부 아저씨는 저희 삼 남매가 오래 전부터 도와드리던 생활보호 대상자이십니다. 두평 남짓 되는 단칸방에서 저희의 도움을 받으며 홀로 사시던 아저씨께서는 저희 때문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데 저희에게 아무 것도 못 해주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며 작년부터 청소부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약하신 몸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하셨지만, 직장을 가졌다는 즐거움에 매달 꼬박꼬박 작업복을 입으신 채로 저희 오빠를 도와주러 동사무소에 오십니다. 비록 작은 도움이지만 그것이 곧 자신에게 돌아올 도움이라는 것을 아저씨께서는 누구보다 잘 아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빠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아저씨의 도움에 감사해 하고, 그런 성실하고 순박한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루의 기행문을 마치고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오빠가 갑자기 저에게 물었습니다.

"둘째는 오늘도 많이 바빴겠구나?"

"뭐, 항상 바쁘지 뭐. 그래도 바쁜 만큼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오빠는 자기일인 듯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줍니다. 오빠 덕분에 오늘 하루 힘들었던 것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토요일인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평일보다 많은 것을 사고 팔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인 저는 이른 새벽부터 쉴 새 없이 시장 이곳저곳을 헤매야 했습니다. 저는 상품의 원가에 붙어 간접적으로 납부되는 세금이라서 사람들은 저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도와주려 합니다. 오전 내내 힘들게 돌아다닌 덕분에 저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움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멈추고 제가 자주 찾는 '동산 고아원'을 찾아갔습니다. 자랑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고아원은 제가(부가가치세) 나라의 요청으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1997년에 세운 것입니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넓은 앞뜰이 있는 이 고아원에는 지금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부터 이제 어른이 다 된 고등학생까지 총 68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이곳을 찾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해 주고, 아이들에게 예쁜 옷도 선물해 주며 앞뜰에 예쁜 꽃과 나무도 심어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한결같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좋아합니다. 자원봉사자이신 이 곳의 직원분들은 제가 찾아갈 때마다 무척 반겨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저희도 사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아무리 저 예쁘고 착한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넘쳐나도, 힘든 재정상황 때문에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옷을 입혀 주고, 더 맛있는 밥을 먹여 줄 수 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너무 안타깝고 힘들어서 가끔 자원봉사의 의미를 잊기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나면 모두 '정신 차려야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마음씨 고운 직원 분들과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쑥스럽고 벅찬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 나라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의 도움을 받으신 분들은 저에게 끝없이 고마워 하시지만 저는 사실 모든 국민을 대신해서 여기저기 도움을 전달해 드리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오빠는 소득이 있으신 분들의 정직한 도움을, 저는 물건을 구입하신 분들께서 주신 도움을, 그리고 동생은 저희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따뜻한 도움을 각각 사회에 필요한 시설이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게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 국민들께서 주신 도움을 정부와 단체에 보내드리기도 하고, 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비로 보내기도 합니다.

즉 우리 나라의 도로와 다리, 공항이나 기차, 각 지역의  정부기관, 푸른 잔디밭이 있는 시민공원, 많은 유적지와 국립공원 등이 모두 저희 삼남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 갈 곳 없는 노인들과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 직장을 잃고 괴로워하는 실업자들 역시 우리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 여러분들의 작지만 피땀 어린 세금으로 우리나라가 세워지고,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이며,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셋이 나란히 누워 잠자리에 들면서, 저희 삼 남매는 휴일인 내일 함께 어디에 찾아가서 누구를 도와드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몇 분이 지나고 막내 지방세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빠, 언니, 정말 미안한데 나는 내일 우리 지역에 건설 중인 도서관에 가서 도움을 드리고 와야 할 것 같아"

"아아, 그 고등학교 옆에 세워지고 있는 멋진 도서관 말이니?"오빠가 물었습니다.

"어, 맞아. 공사한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이제 거의 다 끝나 가나봐. 지난 몇 달 동안 매주 그곳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드리고,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분들께 월급도 드리고. 시원한 물도 사드렸는데, 이제는 그 도서관에 꽂힐 책을 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동생은 우리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셋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빠는 조금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동생을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그래, 할 수 없지 뭐. 오랜만에 다 같이 나가려고 했더니 역시 쉽지가 않구나.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특정 지역에만 도움을 줄 수는 없어. 그 많은 책을 사드리려면 많이 힘들텐데 너를 도와줄 수는 없구나. 조금 서운하기는 하지만 너의 도움으로 세워진 도서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행복해 할 것을 생각하니 내가 더 뿌듯해지는구나. 그래, 내일 열심히 일하고 오렴, 막내야"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부가세야, 우리도 내일 막내처럼 멋진 일을 해내야 할텐데… 뭐 좋은 생각 없니?"

"할 일이야 너무 많지. 근데 내일은 식목일이니까 묘목을 사고 나무 심는 분들을 도와 드려야 할 것 같아"

오빠는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습니다.

"아,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구나. 당연히 내일 나무 심는 것을 도와 드리러 가야지. 오랜만에 초록으로 뒤덮인 산을 볼 수 있겠네?"

우리는 내일 할 일에 대해 잔뜩 기대를 품고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이면 우리나라의 산과 들과 거리에 푸르고 앙증맞은  묘목들이 심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것이고, 얼마 지나면 그 묘목들은 키가 크고 무성한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공기를 주고 그늘을 주고 편리함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이로움을 주고 있는 그 나무가 태어나서 심어지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이 우리나라를 위해 바친 도움, 평소에 납부하던 세금 덕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국민들께서 저희에게 주신 세금이라는 도움은 결국 그분들께 다시 돌아갈 것이며, 도움을 주신 그 따뜻한 마음은 이 사회와 나라에 전해져 무럭무럭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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