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寸鐵活仁](情話)女心은 깊고 玄妙한데

2004.11.22 00:00:00

섣부른 忖度은 禍를 부른다


중국의 고전명언(古典名言)에 아내를 잃은 슬픔을 상처(喪妻)의 고분지탄(叩盆指彈)이라고 하고, 이와는 반대로 남편을 잃은 과부가 빨리 개가(改嫁)를 서두르는 동심(動心)을 선분지심(扇墳之心)이라고 했다. 즉 묘를 쓴지 일천(日淺)해 채 마르지 않는 남편의 무덤을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서 부채질을 한다는 것. 지금은 6개월의 과거기간(寡居期間)만 지나면 되지만 그 당시의 풍습(風習)으로 죽은 남편의 무덤이 다 마르기 전에는 개가를 못해서 정사(情思^이성을 그리는 마음)가 많은 여인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추운 겨울날에도 치마속에 부채를 감춰 들고 성묘가는 척 남편의 묘를 찾아가서 부채질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고대(古代) 이란에서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큰 한종지 가득히 눈물을 흘려야 했고, 개가를 하려면 그 그릇속의 눈물이 마르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지금 사람들은 그렇게 흘릴 눈물도 없고 혹 있어도 남몰래 지워버리면 되는 것을, 그때 그곳의 여인들은 종지속에 가득한 눈물을 빨리 말리기 위해 부채질을 했다.

이 시절에 중국의 직설파 철학자(直說破 哲學者)인 莊子(註:儒學의 人爲的인 것을 否定하고 自由를 理想으로 삼은 별종)가 그곳을 여행 중에 이러한 일(扇墳)을 하고 있는 여인을 만나 그 곁에 앉아 같이 부채질을 해서 도와주고 그 여인이 주는 부채를 얻어들고 집에 돌아와서 부인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다. 아내의 반응(反應)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그 부인은 화를 버럭 내며 "일부종사(一夫從事)가 부도(婦道)의 율규(律規)인데… 음란하고 망측하다"며 그 부채를 두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익살맞고 장난기가 심한 장자(莊子)는 자기 부인의 더 깊은 심곡(心曲)을 검증(檢證)하기 위해 자기 문하(門下)에서 글을 배우는 선풍도골(仙風道骨:뛰어난 풍채)의 미장부 초왕자(楚王子)와 짜고 잠자리에서 갑자기 죽은 시늉을 했다.

그리고 얼마후 초왕자도 시나리오(脚本)대로 급병(急病)을 앓는 시늉을 하면서 "내 병은 사람의 뇌장(腦臟)을 먹어야 살 수가 있다"고 헐떡이며 신음소리를 내자 장자(莊子)의 부인(婦人)은 지체없이 남편의 뇌를 빼내려고 마루밑에 있는 도끼를 찾아 손에 들었고, 이에 장자는 벌떡 일어나서 아내를 쏘아봤다.

부인은 그순간 마루에 있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마당가 우물로 물을 길러가는 척하고 우물로 가서 그속에 풍덩 뛰어들어 죽었다. 여인(女心)은 깊고 미묘(微妙)한데 그 바닥 깊은 곳까지를 알려고 하다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장자는 우물가에 두고 간 빈 물동이를 두들기며 대성통곡(大聲痛哭)했다는 데에서 상처(喪妻)의 슬픔을 고분지통(叩盆之痛)이라 했다.

이 세상 모든 남자(男子)들. 행여 사랑하는 아내의 심곡(心曲)을 꿰뚫어보려 하다가는 -지금은 물동이는 드물고 방바닥을 치고 울어야- 복방지탄(복房之歎)으로 밤을 새워야 할 것이니, 그때 가서 서제(배꼽을 물어뜯음)의 후회하지 말고 '혹시나(?)' 하는 의혹(疑惑)보다는 '설마…'하고 방심신뢰(放心信賴)함이 옳고 부부상화(夫婦相和)하고 공검지신(恭儉持身:공손하고 조신함)하면 세상 천지에 적(敵)이 없어 가정의 행복도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인 것이다.


강위진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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