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눈물 절인 갈치-(上)

2004.12.06 00:00:00

최진숙(동대문서)


정말 덥다. 단독주택인 우리집은 바로 위가 스라브 지붕이라 에어컨 없인 숨쉬기도 힘들다.

일요일이라고 하루종일 잠만 자던 남편이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사무실에 같이 가잔다. 보나마나 일 시키려고 그러겠지 하면서도 혼자 보내기가 안되서 '그러마' 하고 일어서는데 느닷없이 "장모님도 바람이나 쏘이시지요"라고 한다.

아무데도 가는 곳 없이 하루종일 집에만 계신 장모님이 안되어서 그러나 했더니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와 두 아들보고도 같이 가자고 준비하란다.

유난히 사람을 잘 불러모으는 남편 덕분에 한번도 우리 식구만의 외식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터라 남편을 제외한 네 식구는 모두 어리둥절, 허둥지둥 준비를 하고 나섰다.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20분 정도 거리다. 집을 나서니 밖은 저녁이라 그런지 시원하다.

들뜬 마음으로 이전저런 이야기를 하다 공익근무 중인 작은 아들이 월요일부터 휴가란다.

순간 '엄마와 묶어서 휴가나 보내야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너 할머니 모시고 제주도 막내외삼촌한테 갔다올래?"

모두 어리둥절하다. '엉뚱한 엄마가 또 무슨일을 벌리려고?' 하는 눈치다.

"당신이 모시고 가야지!" 남편이 무슨 택도 없는 소리냐는 듯이 큰소리를 낸다.

물론 내가 모시고 가는 것이 도리이겠지. 그렇지만 이 기회에 아들과 며느리와 좀 가까이 계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빠지고 싶다.

4년전 8월19일 시어머님과 시누이 두분 댁과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 전화를 받았다.

"나 도저히 더이상은 이곳에 못 있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파트 창문을 내려다 보며 뛰어내리고 싶다고…. 너한테 누가 될까 봐 못한다고….

"그러면 그냥 간단하게 입을 것 만 가지고 집으로 오세요."

남편과 의논도 안된 상태에서 그냥 오시라고 했다. 남편에게는 지금부터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22년을 같이 산 남편이지만 친정식구들의 갈등과 반목을 내 입으로 말하기는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싫어서 지금까지 말 못했지만 이제는 막바지까지 왔다.

내 이야기를 듣고 시어머님께서 "오시라고 해라" 하신다. 남편은 내 눈치를 보며 그래도 오빠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려 한다며 야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편 모르게 1년 넘게 엄마도 설득하고, 올케도 만나고 두 오빠도 설득도 하고….

이렇게 남의 식구였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 힘든 일이던가? 자기들도 늙어가고 있는데….

남편이 결혼전 우리집에 놀러 와서 우리 식구들이 엄마와 어울려 놀던 모습에 반해 부러워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너무 속상한다.

엄마는 이렇게 우리 집으로 오셨다.

그뒤 2년 넘게 한살 아래이신 시어머님과 아우 형제처럼 아끼며 잘 사셨는데, 시어머님은 돌아가시고 허전할뻔한 어머님 자리를 채워주고 계신다.


강위진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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