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평 五月, 그날의 光州

1999.05.24 00:00:00

무등산도 슬피울었다 - 張 在 鐵

1980년 5·18당시. 갖가지 무서운 소문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나는 30리길을 걸어나와 날마다 光州市內로 들어왔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를 길바닥에 꿇어앉히고 못이 박힌 곤봉으로 머리를 까고 사정없이 발길질을 하는 광경을 흔히 보았고 妊娠婦의 배를 銃劍으로 찔러 죽이고 大仁洞 地下道에 피범벅이 된 시체가 나무토막처럼 겹겹이 쌓여있다는 悽絶한 소문은 우리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했다.
 
2차 世界大戰때 나치의 占領下에 있던 파리市民의 처지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인데.
 
이러다간 光州市民이 다 몰살될 것만 같은 切迫한 心情으로 살 맛을 잃은 나는 집에 돌아가기도 싫고 아는사람 만나기조차 꺼려져 훌쩍 찾아간 곳이 和順二西赤壁이었다.
 
殺人者들과 맞서 싸우지 못하는 나 自身에 대한 責望으로 차라리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자는 비겁한 逃避行 바로 그것인 것이다.
 
흔들어 깨우는 自尊의 손길에 등을 돌리고 光州를 빠져나온 나는 赤壁江물가 허름한 遊舍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다음과 같은 蕪句한 首를 `토악질처럼' 내뱉고 단단한 木枕에 이마를 묻고 울었다.


  -妙悟의 노래-


왜 저곳에 地獄의 울부짖음과
硝煙냄새가-
歷史는 언제 어느때
그 까닭을 말해 줄까요?
지금은 아침바다처럼
조용해진 거리에는
눈으로만 말을 하는 光州市民들이
먼곳에 모닥불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찌푸린 잿빛하늘을 쳐다봅니다.

사람이 싫고 軍靴발소리가 그렇게도 싫어
새소리가 支配하는 산골이 좋아
흐느끼며 찾아온 二西적벽
百길 벼랑위에 매달린
나무들은 또 누구의 무슨 안타까운 執念입니까

운예에 뒤덮힌 깊은 계곡속에서
젊은 樵童의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侵虐의 땅 光州의 아픔을
온 누리가 우는 그날에도
旅客의 눈요기에
젖가슴만 큰 시골處女가
한떨기 창포꽃처럼
물가에 앉아
하루종일 잔 물고기를 뜨고 있습니다.
1980.6.1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