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논단]초보세무사

2001.07.16 00:00:00



이병두(李秉斗)
세무사

지난해 12월27일, 필자는 21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명예퇴임식을 가졌다. 23세 때 총각으로 강원도 홍천세무서에 첫 입사한 이래 12번째 근무처인 성동세무서에서 퇴임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장님의 특별배려로 퇴임식은 필자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성대했다. 솔직히 기쁨보다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서장님 말씀에 이은 같은날 정년퇴임을 맞이하신 선배님의 답사는 자리에 참석했던 동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으며 필자옆에 자리를 같이했던 아내는 필자의 손을 꼭잡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긴 직장생활은 끝이 났다.

필자는 사실 부끄럽게도 여덟번째에 시험에 성공하였다. 중도에 버리지 못하고 버틴 것은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은 이유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오기,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격려해 주신 주위 동료 선·후배 직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합격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경기가 안 좋으니 신중히 생각해 보라는 것이 한결같은 주변 분들의 충고였다. 개업을 한다면 거래처는 생길지,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등등에 대한 생각으로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준비과정의 고통보다 더 할까 싶어 마음의 결정을 보았으며, 올해 1월13일 사무소 문을 열었다. 얼마전까지 모시고 계시던 과장님께서 손수 작성하신 축사를 낭독하실 때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때까지 수없이 들어온 `축하한다'는 말도 이제는 끝이 났다.

그러나 얼마후까지도 마찬가지로 불면증은 계속되었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몸은 야위어 가는 것 같았다. 3월이 되어 12월말 결산법인의 법인세 신고기간을 맞이하였다. 사무소 직원이 법인세신고서를 처음 만들어 결재를 올렸을 때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리고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인 5월을 맞이하였다. 신고서양식을 보면 그 작성법이 상세히 적혀 있긴 하지만 납세자 스스로 작성하기에는 어려운가 보다. 신고마감 이틀전이었다. 전날 저녁 내내 작성하려다 못내 못미더워 세무서근처까지 왔다가 우리 사무소의 간판이 제일 깨끗하여 찾아오셨다는 某 대학교수님의 소득세신고서를 작성하여 드린 일이 있는데 연고도 없이 찾아오심에 고마움을 느꼈으며 한편으로는 신고서 작성이 쉽지 않음을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한해의 반이 흘러갔다. 그간에 세무사회에서는 신규세무사의 교육도 있었고, 세무사회장 선거도 있었다. 또 올해부터 보험대리업무가 가능하여 보험대리점 등록도 마쳤다.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려고 애썼으나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다. 또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도 있으나 사실은 두렵기도 하다. 세무사법에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하였다. 항상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교만하지 말며, 맡은 일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처리함으로써 세무대리인으로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다짐해 본다.


지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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