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정'의 위력, 김종규(전 세무서장·공인회계사)

2007.03.15 16:54:53


작년 11월 중순쯤으로 기억된다.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중에서 유난히 나의 관심을 끄는 게 하나 있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여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대화 도중에 그가 던진 한마디가 못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름 아닌 종부세를 꼭 내야 하느냐, 안내고 버티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화의 요지였다. 나는 물론 법에서 정한 것이니 내야 한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이라든가, 뭐 그 정도를 가지고 대 재산가답지 않게 엄살이냐며 농반 진 반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그때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아, 저 사람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어떨까'하는 괜스런 걱정을 했었다. 당시만 해도 시중의 여론은 종부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던 터였다. 그렇지만 세무공무원을 천직으로 알고 일생을 살아 왔던 나로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잘돼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국가정책에 협조적일 것이라고 믿을만한 사람이 '안 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 오니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아마 그 친구가 '안내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사회 여론의 한단면만을 보고 나름대로의 '계산'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연유 등으로 인해 나는 솔직히 그때 '종부세 징수가 상당히 어렵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 남짓이 지난 뒤 나타난 종부세 징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려 98%의 징수율을 거양했다는 것은 성공도 보통 성공이 아닌 것이다. 국세청의 저력은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나 자신이 지난날 그 위대한 조직원의 한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 뿌듯했다.

 

그렇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종부세가 대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動力)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종부세의 성공 뒤에는 국세청이 지금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따뜻한 세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군표 국세청장이 취임한 후 '따뜻한 세정'을 새 모토로 내세웠을 때 나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었다. 왜냐하면 용어는 참 좋은데 세금을 받아내는 일에 '따뜻한'이라는 말이 다소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직업상 세무서를 가끔 가게 되는데, 생각을 그렇게 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세무관서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그때 느끼는 소감은 실로 '격세지감'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다.

 

종부세 신고납부를 받을 때 납세자들은 한마디로 세무서 직원들과 동업자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금을 안내하고 납부를 독려할 때 마치 집안 식구들을 대하듯 친근감을 보여 '세무서 직원 성의를 봐서라도 어차피 낼 세금이라면 지금 내겠다'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관련서류를 전년에는 12종류나 되던 것을 2종류로 줄여 신고에 따른 불편을 없앤 것도 납세자들을 보이지 않게 편하게 해준 것들이었다.

 

얼마전 보도를 통해 국세청이 고소득 자영업자들한테서 엄청난 세금을 추징한 것을 봤다. 만약 '따뜻한 세정'이 탈루자들에게도 따뜻했다면 어찌됐을까. 탈법자에게는 냉혹하고 준법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했을 때, 그 따뜻함은 가치가 배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바로 국세청은 지금 따뜻함의 그 진수를 세정현장에서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따뜻한 세정'으로 종부세의 성공을 가져 왔고, '따뜻한 세정'으로 탈법자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벌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들리는 바로는 납세자에게 베푸는 '따뜻함'을 이제 국세청 내부 직원들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바로 얼마전 있었던 직원인사에서 직원들의 연고지와 애로사항이 유례없이 많이 반영됐다고 들린다. 또 일선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현지에서 바로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꿀 까마득한 얘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따뜻한 세정'에 대해 처음에는 얼마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요즘 세정의 따뜻함을 느끼는 납세자들과 대화의 폭이 더 넓어졌다. 납세자들이 세무공무원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탓인지 전직 세무공무원이었던 나에게도 요즘 따뜻한 말을 건네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국세청의 '따뜻한 세정'이 납세자들 속에 녹아들고 있는 크기  만큼 '퇴장'한 나같은 사람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세정'은 이제 국세청의 것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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