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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비용의 손금성과 손금의 요건으로의…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7779 판결>
백제흠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

-위법비용의 손금성과 손금의 요건으로의 통상성-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과세처분의 경위

원고는 은행업무와 신탁업무 등을 영위하는 신탁겸영은행인 바, 1998년경 신탁업무로서 원본의 보전약정만 있거나 원본 및 이익 모두의 보전약정이 없던 ‘실적배당신탁’과 원본 및 이익 모두의 보전약정이 있는 ‘약정배당신탁’을 운영하였는데, 외환위기에 따라 실적배당신탁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실적배당신탁에서의 고객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하고 1998. 10.경 및 1998. 12.경 두 차례에 걸쳐 실적배당신탁 계정에 속하는 대출채권자산을 장부가액으로 약정배당신탁 계정으로 이전(이하 ‘이 사건 편출입’ 또는 구분하여 ‘1차, 2차 편출입’이라고 한다)한 후, 1차 편출입한 대출채권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였다.

이 사건 편출입의 결과, 원고의 약정배당신탁계정에서 1차 편출입에 이은 대출채권의 매각에 의하여 다액의 매각손실이, 2차 편출입에 의하여 신탁겸영은행 신탁회계처리기준 제15조제2항에 따른 대규모의 채권상각준비금 적립의무가 각 발생하였는데,

원고는 자신의 고유계정 자금으로 위 매각손실을 보전하고 위 채권상각준비금을 적립한 후, 이에 사용된 자금을 손실보전금(이하 “이 사건 보전금”이라고 한다)으로 계상하고 1998 사업연도 손금에 산입하여 1998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원고의 이 사건 편출입에 대하여 신탁업감독규정 제16조 및 제23조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게 주의적 기관경고 조치를 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편출입에 따른 이 사건 보전금이 위법비용이라는 이유로 이를 손금불산입하고 기타사외유출로 소득처분한 후, 원고에게 1998 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1988. 12. 28. 법률 제558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이라고 한다) 제9조제3항, 제16조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1998. 12. 31. 대통령령 제15970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제2항의 내용, 형식 및 취지들을 종합하면,

구 법인세법은 익금과 손금의 범위를 완결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예시하면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그 특례규정으로서 손금불산입과 손금산입의 각 사항을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자산총액을 감소시킨 것은 손금불산입 등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한 손금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위 각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인세는 원칙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한 금지의 유무에 관계없이 담세력에 따라 과세되어야 하고 순소득이 과세대상으로 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대하여도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외환위기 상황에서 신탁겸영은행인 원고가 수탁고 격감, 기존 신탁계약 등의 대규모 해지‧인출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시중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한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은, 사업상 필요할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것이었으므로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1)

Ⅱ. 대상판례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결과 지출하게 된 이 사건 보전금 지출액이 구 법인세법상 손금에 산입되는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법인세법과는 달리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을 손금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던 구 법인세법 하에서 위 각 요건이 손금성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위법비용의 손금성과 통상성 요건과의 관계 등이 추가적 쟁점이 된다.

위법소득의 과세문제와 마찬가지로 위법비용의 손금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2. 구 법인세법 하에서 ‘사업관련성’ 및 ‘통상성’이 손금성의 판단기준인지 여부

가. 현행 법인세법상 손금성의 요건으로서의 사업관련성과 통상성

1998.12.28.자 법률 제5581호에 의해 전문 개정된 이후의 법인세법(이하 ‘현행 법인세법’이라고 한다) 제19조제2항은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사업관련성)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통상성)”으로 한다고 하여 법인이 지출한 금액의 손금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관련성의 경우 그 의미를 정의한 규정은 없으나 대상판례의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은 사업상 필요하여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라는 판시 취지에 비추어 대법원은 사업관련성을 ‘사업상 필요성’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 법인세법에 관한 판례이기는 하지만 현행 법인세법의 사업관련성도 같은 의미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내국세법 제162조도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당해 연도에 지급되었거나 발생한 통상적(ordinary)이고 필요한(necessary) 비용은 과세소득의 계산상 공제가 허용된다”고 규정하여 통상성과 함께 ‘필요성’을 손금의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판례는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는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이나 그 영업내용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여 업무관련성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어(대법원 1992. 11. 10. 선고 91누8302 판결)

결국 사업관련성 여부는 법인의 목적사업이나 영업 내용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필요한 비용으로 판단되는지 여부에 의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통상성의 의미에 관하여 미국 세법은 통상적 경비란 당해 납세자가 일반적으로 상시 지출하는 비용이라는 것은 아니고 특정한 상황에서 납세자가 통상 지출할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경비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도 통상적 비용을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 등).

나. 구 법인세법상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이 손금의 요건이 되는지

이 사건 편출입이 있었던 1998 사업연도 당시 시행되던 구 법인세법 제9조제3항에서는 손금을 “자본 또는 지분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정의함으로써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을 명문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는바,

구 법인세법 하에서 자본거래와 법에서 규정하는 손금불산입 항목을 제외하고는 순자산을 감소시킨 비용이기만 하면 사업관련성 및 통상성에 관계 없이 손금으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먼저, 사업관련성 요건에 관하여 보면, ‘법인이 그 목적 사업의 영위로 각 사업연도에 수입한 금액으로부터 과세대상이 되는 순소득에 이르기 위하여 공제되어야 할 지출금’이라는 손금의 본질상 사업관련성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구 법인세법 하에서도 사업의 영위와 관련하여 지출한 금액이 아닌 것까지 손금에 산입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구 법인세법 하에서도 업무와 무관한 지출금액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구 법인세법 제16조제7호2), 손금의 인정요건으로서 사업관련성은 ‘손금의 개념’에 내재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설도 수익을 얻는데 필요한 비용이어야 손금으로 인정된다고 해석하고 있다.3)

다음으로, 통상성 요건에 관하여는 보면,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사업관련성 내지 사업필요성 요건과 마찬가지로 손금의 내재 요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각 국의 세제에서 손금성을 인정함에 있어 통상성은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점,4) 현행 법인세법의 손금 요건에 통상성이 명문으로 추가되었다는 점, 기업회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던 구 법인세법에서는 기업회계상 비용은 특별한 부인규정이 없는 이상 법인세법에서 손금으로 인정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법인세법 하에서는 비용의 손금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별도의 통상성 요건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 문언의 해석상 타당할 것이다.5)

다. 대상판례의 의미

대상판례는 외환위기상황에서 신탁겸영은행이 대규모 해지‧인출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시중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한 보전금의 지출은 사업상 필요할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것이었으므로 법인세법상 손금산입하여야 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함으로써 구 법인세법상 손금성의 요건으로서 통상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구 법인세법은 손금을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손비라고 정의하고 별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아 통상성이 없는 비용이라 하더라도 손금산입이 가능한 것으로 보았으나,

대상판례는 통상성의 요건이 명문으로 도입된 현행 법인세법과 마찬가지로 구 법인세법상 손금이 되기 위해서는 통상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위법비용의 손금 인정 여부

가. 구 법인세법 하에서의 논의

구 법인세법 하에서는 대상판례의 판시와 같이 “원칙적으로 자산총액을 감소시킨 것은 손금불산입 항목 등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한 손금”이 된다.

또한, 법인세법에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 예컨대 뇌물, 담합금 등이나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 예컨대 불법도박장의 개설비용, 밀수품의 판매비용 등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규정도 없기에, 이러한 위법비용의 손금산입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은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인세는 원칙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한 금지의 유무에 관계없이 담세력에 따라 과세되어야 하고 순소득이 과세대상으로 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대하여도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자로 하여금 상업폐기물의 매립을 위탁하면서 지출한 위탁하면서 지출한 비용을 손금에 산입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통상성이 손금의 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구 법인세법 하에서 는 위법지출의 손금성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일반론적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다만, 위법비용을 손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법감정에 심히 반하는 경우에 이를 손금으로 인정한다면 마치 국가가 위법행위를 한 자에게 손금산입에 따른 세금 감소액 상당의 보조금을 주어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고, 결국 위법행위를 한 자를 오히려 우대하게 되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위와 같은 결론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대상판례도 위 판례의 판시를 그대로 원용하며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이 손금에 산입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편출입이 있었던 당시 적용되는 법률은 구 법인세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례는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이 통상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구 법인세법상 위법비용의 손금성 판단은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었으나 대상판례는 거기에다 통상성 판단기준 도입의 단초를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 현행 법인세법 하에서의 논의

현행 법인세법 하에서 위법비용의 손금성 인정 여부는 ‘통상성’의 인정 여부와 함께 고려된다.

즉,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은 “법인세법 제19조제2항의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라 함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은 통상성이 없어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위 판례는 현행 법인세법상 통상적 지출의 손금인정과 구 법인세법상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의 손금부인과의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위 판례의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통상성이 없다’는 판시만을 본다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경우라고 설시한 구 법인세법 하에서의 판례에 비해 위법비용의 손금산입 요건이 다소 강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통상성이 있는 비용은 손금으로 인정된다는 ‘비용의 통상성의 관점’에 주목하여 본다면 두 판례상의 손금성 인정 여부에 관한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대상판례는 구 법인세법상의 위법비용의 손금성 판단에 있어 통상성 요건을 함께 고려하면서 위법비용의 손금인정 여부를 직접 다룬 판결이라는 점에서 현행 법인세법 하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다. 위법비용의 유형

대상판례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위법비용의 유형은 크게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6)

앞서 본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불법폐기물처리업자에게 산업폐기물의 매립을 위탁하면서 지출한 비용(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은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고,

대상판례에서 문제되는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은 그 지출행위 자체가 신탁업감독규정 및 감독기관의 기관경고에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에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해당된다.

결국 문제되는 비용을 손금에 산입할 경우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의 규모나 정도를 가지고 손금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므로 양자를 구별할 실익이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양자는 그 위법의 태양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 판단에 있어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의 경우, 그 사업의 위법성이 현저하게 큰 경우에는 지출의 적법성과는 무관하게 그 지출은 손금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살인청부업자가 지출한 흉기구입비용은 손금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업이 위법하기는 하나 그 위법성이 현저하지 아니하고 지출이 소득을 창출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함에 불과한 경우에는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도 ‘특정산업폐기물을 처리함에 있어 주된 위법성이 폐기물처리업자에게 매립을 위탁한 데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위탁에 따른 지출의 손금성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

한편,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의 경우, 일정한 지출을 금지하고 있는 법의 취지, 목적에 따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비의 지출행위 자체가 중대한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반사회성이 강한 경비, 예컨대 뇌물 등7)은 손금에 산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나, 통상의 합법적 업무와 관련하여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컨대 이자제한법의 규정에 위반하여 초과이자를 지급한 경우에는 오히려 그 지급자가 이자제한법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하고, 지급자의 측면에서 반사회성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지출에 대한 손금산입을 부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라. 대상판례의 의미

대상판례는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인세법 원칙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한 금지의 유무와 관계없이 담세력에 따라 과세되어야 하고 순소득이 과세대상으로 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그러한 비용에 대해서도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례는 위법비용이라도 원칙적으로 손금성을 인정하였는 바, 위법소득도 익금으로 보아 과세하는 판례(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등)의 태도를 고려하면,

단지 위법성을 띤 비용이라고 하여 일률적으로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공익의 보호를 위하여 도저히 용인하기 어려운 위법성을 내포한 비용의 지출에 한하여 손금산입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옳다는 점에서,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는 대상판례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례의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앞서 본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경우’의 손금성 판단 기준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을 금지하고 있는 법의 취지, 목적에 따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을 금지하고 있는 신탁업감독규정의 근본적인 취지는 결국 예금자 등 은행고객의 보호라고 할 것인데 만약 이 사건 보전금을 지출하지 않았다면 원고의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수탁고 격감, 기존 신탁계약 등의 대규모 해지‧인출사태 발생으로 결국 은행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보전금 지출의 위법성은 매우 경미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편출입이 외환위기 상황에서 원고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던 모든 국내 은행들로 구성된 은행연합회의 결의를 거쳐 이루어진 점, 신탁업감독규정은 금융감독원의 단속규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보전금 지출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다고 본 대상판례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보전금 지출은 신탁업을 영위하는 원고에게 사업상 필요할 뿐만 아니라(사업관련성), 당시 같은 신탁업을 수행하던 다른 시중은행들도 원고의 방식과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고유계정에서 보전금을 지출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보전금 지출은 통상적인 것(통상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은 구 법인세법 하에서는 물론 현행 법인세법 하에서도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4. 결어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상판례는 손금의 요건으로 ‘통상성’이 규정되지 않은 구 법인세법 하에서 통상성을 손금 인정의 요건으로 보았다.

대상판례는 그 판단의 전제로 위법비용의 유형을 구분하면서 두 가지 유형의 위법비용에 대하여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는 기존 판례 법리를 재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대한 손금 산입 여부를 최초로 판단하였다는 점, 특히 통상성을 손금의 요건으로 하는 현행 법인세법 하에서도 위법비용의 손금성에 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결론적으로 위법비용의 손금 인정에 대한 판단은 그것을 손금으로 인정할 경우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 평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결국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것이지만,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라도 사회 구성원들의 법감정이 변화하며 과거의 동일한 사례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고, 판단자의 가치관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상 판례에서는 어느 경우에 사회질서 위반과 관련하여 손금성이 부정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시를 하지는 않았는 바, 향후 대법원이 위법비용의 손금성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해 본다.

각주

1)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보전금의 지출을 접대비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본고의 논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2)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경비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직접 그 업무에 관련이 없다고 정부가 인정하는 금액
3) 이태로, 조세법강의(신정2판), 243면.
4) 미국 세법은 통상성을 요구하지만 독일과 일본 세법은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5) 이창희, “손금산입 요건으로서의 통상경비”, 상사판례연구(V), 445면.
6) 나아가 위법행위 또는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과하는 벌금 등이 또 하나의 유형이 될 수 있으나, 이는 법인세법 제21조 제3호에 따라 손금불산입된다.
7) 뇌물은 명문으로 손금불산입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50조 제1항 제4호).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세정신문  

입력 : 2015-02-10 12: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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