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26. (금)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으로…-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두19516 판결>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으로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조세포탈 결과의 인식-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부과처분의 경위

 

 

 

원고는 부동산 신축 및 매매업을 하는 사업자로서 총 연면적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으면 건축공사를 시행할 수 없는 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당해 면허를 가진 소외회사의 명의를 빌려 자신이 직접 이 사건 건물의 건축공사를 시공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01. 5.경 소외회사와 사이에 형식적으로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소외회사에게 공사금액 7억 1,0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을 주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 대부분을 직접 다른 공사업체에 도급을 주면서 그 도급인 명의를 소외회사로 하여 공사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01. 6.경부터 7.경까지 소외회사의 은행계좌로 4억 7,000만원 상당을 송금하였는데, 그 중 4억 2,000만원 상당은 원고와 그의 처의 은행계좌 등으로 다시 반환 받았고, 하도급 공사업체에 대한 공사대금은 소외회사 명의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위 공사도급계약에 기하여 원고는 소외회사로부터 7억 1,000만 원의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였고, 위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2001년도 제1, 2기분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소외회사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서가 허위이고, 이 사건 세금계산서 역시 가공의 세금계산서이므로 매입세액으로 공제될 수 없고, 나아가 이러한 원고의 매입세액 공제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여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2010. 1.경 원고에 대하여 2001년도 제1기분 부가가치세 1억 1,000만원 상당, 제2기분 부가가치세 7,000만원 상당을 부과∙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원고가 실제로는 이 사건 건물을 직접 신축하였으면서도 마치 소외회사에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한 것처럼 허위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소외회사로부터 공급가액 7억 1,000만 원의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교부받고 그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부가가치세를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에 대하여는 구 국세기본법(2007. 12. 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소정의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하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납세자가 허위의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그에 따라 교부받은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규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납세자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외에,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 및 납부세액을 신고•납부하거나 또는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여 이를 환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그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규정의 적용이 문제된다.

 

 

 

우선, 국세기본법 제26조 제1항의 10년의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과 다음으로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의 부당무신고가산세 규정, 제47조의3 제2항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 규정, 그리고 조세범처벌법 제3조[구 조세범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 조세포탈죄 규정이 그것이다.

 

 

 

지방세의 경우에도 지방세 기본법 제38조의 장기제척기간 규정, 지방세법 제58조의2, 3의 부당무신고와 부당과소신고가산세 규정, 지방세기본법 제129조의 지방세포탈죄 규정, 관세의 경우에도 관세법 제21조의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 관세법 제270조의 관세포탈죄 규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관련한 위 세 가지의 규정 중에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의 적용 여부가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취한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았으나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소외회사는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을 납부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는 국가의 조세수입의 감소가 예상되지는 않는 경우인바, 이 사건의 쟁점은 그와 같이 전체적인 조세수입의 감소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도 납세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달리 말하면 납세자의 부정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전체적인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한 납세자의 주관적 인식, 즉 조세포탈의 인식 내지 고의가 필요한지 여부이다. 형사범인 조세포탈죄에 있어서는 오래 전부터 고의범으로 보아 납세자에게 조세포탈의 인식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는바1),  결국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을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

 

 

 

가. 문제의 소재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항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과 구 조세범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의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은 그 문언 등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즉,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은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이하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는 등의 경우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은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이하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로서 조세를 포탈하는 경우로 하면서 같은 법 제9조의2는 소득금액경정에 있어서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의 차이로 인하여 생긴 금액과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법인이 신고하거나 정부가 결정 또는 경정함에 있어서 그 법인의 주주 등 기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의 소득으로 처분된 금액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생긴 소득금액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조세범처벌법이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대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2)’를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였고 같은 조 제6항에서는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등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예시로 제시하게 되었다. 그 당시까지는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는 동일한 문구를 사용하였지만 양자의 의미가 동일한 것인지 등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었다.

 

 

 

그러다가 2011. 12. 31. 이후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납세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하 ‘부정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로 개정되었고2012. 2. 2. 그 위임을 받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이 신설되면서 “법 제26조의2제1항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이 '부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세포탈의 부정행위에 관한 예시에 따르도록 개정됨으로써 국세기본법상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가 명문의 규정에 의하여 동일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2012. 2. 2.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의 신설에 따라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를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입법적으로 양자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였으나,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죄와 같이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 외에 추가로 납세자에게 조세포탈 결과의 인식이 필요한지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고, 특히 그 이전의 기간에는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가 과연 동일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 양자가 그 적용요건과 성립요건을 같이 하는 것인지가 여전히 문제된다.

 

 

 

 

 

 

나. 구 국세기본법3)상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의 의미

 

이에 대해서는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와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견해가 대립되어 왔다.

 

전자의 견해는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과 조세포탈죄 규정의 법문언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위 양 규정의 입법취지 역시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으므로, 법령의 통일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4)

 

 

 

반면, 후자의 견해는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를 동일하게 해석하게 되면 소득세의 경우 미신고시의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할 때 허위로 신고한 경우에는 오히려 5년의 단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는바, 이는 허위신고로 인해 국가의 세무행정이 더 혼란스러워지고 단순 무신고의 경우보다 과세관청의 조사 및 부과절차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합리적이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민법과 형법상 ‘사기’가 같은 개념의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민법에서는 보다 광의로, 그리고 형법에서는 보다 협의로 해석 및 운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세법의 경우에도 장기부과제척기간에 있어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조세포탈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그 구체적 해석 및 운용 범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5)

 

 

 

3.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에 있어서 조세포탈 결과의 인식이 필요한지 여부

 

 

 

가. 조세범처벌법 상의 조세포탈죄 구성요건으로서의 조세포탈 결과에 대한 인식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공제받은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세포탈죄는 법문상 고의범임이 명백하므로, 그 성립에 있어 조세포탈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6) 즉,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 사기 그 밖의 부정행위, 조세포탈의 결과 및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납세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없고, 납세자가 자신의 부정행위로 인해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주관적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견지에서 조세포탈에 대한 인식이 인정되지 않는 사안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판결하였다. 피고인이 상가건물 임대업을 경영함에 있어 사실은 A건설로부터 일반건설업 면허를 대여받아 상가건물을 직접 시공하였음에도 해당 건물을 A건설이 시공한 것처럼 허위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A건설로부터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것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포탈하였다고 하여 공소제기된 사안에서, 원심은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이를 세무서에 제출하여 매입세액을 환급받은 이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위 매입세액을 환급받는데 대한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소정의 조세포탈죄의 고의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이외에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국가의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위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국가의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위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조세포탈 등 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조세포탈 등 죄에 있어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여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7) 

 

 

 

이후 대법원은 피고인이 유류도매업체로부터 실제 유류를 공급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를 공급받은 것처럼 허위의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다음 그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을 매입금액에 포함시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함으로써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위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국가의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8), 조세포탈죄로 의율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나. 국세기본법상 장기부과제척기간 적용요건으로서의 조세포탈 결과에 대한 인식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의 개정 이전에도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상 장기부과제척기간이 문제된 사안에서, 구 국세기본법(2007. 12. 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동일한 내용으로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국세기본법상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 요건인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행위의 관계에 대하여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그 판시취지에 비추어 볼 때 같은 의미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9).

 

 

 

이후 대법원은 지방세법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이 문제된 사안에서,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 지방세기본법 제129조 제1항,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및 제2항 등에서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지방세를 포탈하거나 지방세를 환급•공제받은 경우 포탈세액 등의 다과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부터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행위가 조세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도 형사처벌 법규의 구성요건에 준하여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10)하여 조세범처벌법,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법 등 조세법상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동일 개념임을 명확히 하였다.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를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전자의 적용요건으로서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과 별도로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지는 다른 입장이 가능하지만 주류적 견해에서는 장기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과 동일하게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해석하여 왔다. 그와 같은 견해의 연장선에서 대상판결은 앞서 제시한 대법원 2001. 2. 9. 선고 99도2358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와 매우 유사한 사안에서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여부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종전에도 대법원은 국세와 지방세에 있어서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가 동일한 개념으로 보았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더 나아가 납세자가 자신의 부정행위로 인해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주관적으로 인식하여야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으로서도 필요함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주류적 견해와 그 입장을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평가

 

 

 

앞서 본 바 같이,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를 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의 내용을 신설한 것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과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개정 이전부터 장기부과제척기간의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죄의 부정행위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여 왔지만, 조세포탈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조세포탈 결과의 인식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이 없었는데, 대상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을 위해서는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판시하여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과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동일하게 해석함으로써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이 형사처벌법규의 구성요건에 준하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위 국세기본법 시행령의 신설은 확인적 의미의 개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입장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하여도 그대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납세자가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와 실제 공급자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2항 제1호가 규정한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납세자에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외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가 그 세금계산서 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 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여 이를 환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그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요건과 부당무신고가산세,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부과요건, 그리고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은 그 행위태양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형사범인 조세포탈죄의 경우 구성요건 사실인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 외에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은 당연하지만 조세부과에 관한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의 적용이나 부당 무신고나 과소신고 가산세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는 당해 납세의무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거래상대방의 조세부담까지 고려하여 전체적인 조세포탈의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요구하는 것은 조세법과 형사법을 동일시 하여 조세사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각 규정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문언을 동일하게 사용하는 조세포탈죄나 장기부과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거래의 안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조세수입의 감소가 초래되지 않는다면 편취 의사를 요체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동일하게 파악하는 대법원의 입장에 찬동한다.

 

 

 

대상판결은 전단계세액공제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제 아래에서 납세자가 그 전의 거래단계에서 징수당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것 그 자체로는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가 없고 납세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한 거래상대방이 이를 국가에 납부하지 않을 때에 비로소 국가의 조세수입의 감소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입장은 거래 상대방의 조세납부에 의하여 전체적인 세수의 감소가 초래되지 않는 부가가치세의 사안에서 주로 적용이 될 것이지만 조세포탈의 결과의 주관적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은 다른 세목에서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의 판단에 있어서도 부정행위의 의미에 대한 엄격해석의 유의미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 다른 세목에서의 대법원의 판단이 주시된다.

 

 

 

-각주-

 

 

 

1) 대법원 1983. 11. 8. 선고 83도510 판결 등.
2) 현행 조세범처벌법 제3조의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는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3) 구체적으로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가 신설되기 전의 기간을 말한다.
4)   이용우,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른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에 관한 연구, 조세법연구 20-2, 2014, 84면.
5) 김영심, “조세법상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관련 소고”,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2009, 118면.
6) 고성춘, ‘조세형사법’, 삼일인포마인, 2013, 395면.
7) 대법원 2001.2.9. 선고 99도2358 판결
8) 대법원 2010.1.14. 선고 2008도8868 판결.
9)  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두7767 판결; 이용우, 전게논문, 84-85면.
10) 대법원 2014.5.16. 선고 2011두29168 판결.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