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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법상 납세의무자인 ‘물품을 수입한…-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두8636 판결>
백제흠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백제흠 변호사

-관세법상 납세의무자인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의미와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범위-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부과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1년경부터 2009년경까지 중국 농산물 수입전문 무역업체인 내국법인 A와 사이에, 중국 길림성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콩을 공급받는 구매계약을, 거래업체의 다변화를 위하여 2004년경부터 2008년경까지는 농산물 도매‧수입업체인 내국법인 B(이하 내국법인 A, B를 ‘이 사건 수입업체’라고 한다)와 사이에, 중국 흑룡강성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콩을 공급받는 구매계약을 각 체결한 다음, 이 사건 수입업체로부터 유기농 콩을 납품받아 유기농 두부와 유기농 콩나물을 생산하여 국내에 판매하였다.

원고는 유기농 인증이나 생산물 이력 추적을 위하여 위 유기농 콩의 재배지를 선정하고 생산과정을 수시로 확인하였으며 수입전 검수절차를 통하여 최종 합격품을 선정하거나 수입물량과 가격에 관하여 부분적으로 중국 수출업체와 협상을 하였다.

원고와 이 사건 수입업체는 2002년 기준가격 산정내역서에서 물품대를 산정하면서 단가를, 유기농 나물콩은 $650, 유기농 두부콩 $500으로 하였으나 관세를 산정하면서는 단가를 모두 $250으로 하여 물품대보다 저가로 하였고, 원고의 2003년 내부 구매기준가격 산정내역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관세가 산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수입업체는 유기농 콩에 관하여 중국 수출업체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수입대행업체와는 수입대행계약을 체결하여 이들로 하여금 수입신고 및 통관절차를 수행하게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수입업체가 2005년 6월경부터 2009년 4월경까지 유기농 콩(이하 ‘이 사건 수입물품’이라고 한다)을 수입하면서 수입가격을 통관지 세관에 낮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적게 신고‧납부하였다고 보아 관세의 과세가격에 대하여는 이 사건 수입물품의 구매기준가격 산정내역서에 제시된 물품대 등에 기초하여 관세법 제30조제1항에 의하여 구매자가 수출자에게 실제로 지급한 과세가격으로 산정하고 관세의 납세의무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수입업체는 수입물품의 중개업자에 불과하고 원고가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에서 정한 수입물품의 실제 화주라고 보아 2010.6.1.부터 2010.11.15.까지 원고에 대하여 합계 관세 378억여원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의 판단1)

원심은 “관세법 제19조제1항은 관세의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특정물품을 신고한 경우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수입한 물품의 실제 소유자를 의미한다.

다만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①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 방법, ②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 방법의 실태, ③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의 귀속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두8442판결 참조, 이하 ‘선행판결’이라고 한다).

결국 수입물품의 화주의 핵심적 개념은 해당 물품이 수입되기 전 단계에서 그 물품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고, 위 ① 내지 ③은 그 소유자성 유무에 관한 세부적 판단인자이다. 이 사건에서는 수입물품이 선적되어 통관절차를 거치기 이전 단계에서 소유자를 원고로 보아야 할지, 이 사건 수입업체로 보아야 할 지가 문제된다.

(ㄱ) 원고의 제조공장 등에서 이 사건 수입물품을 인수하는 시점이 물품의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지는 인도시점으로 보이고, 구매계약서에 의하면 이 사건 수입업체 등은 국내 지정 장소에 입고될 때까지 물품의 관리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원고에 납품되기 이전에 발생한 물품 하자에 대하여 원고가 중간 납품업체에 책임을 추궁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인도시까지 이 사건 수입물품에 대한 위험을 이 사건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여 수입 이전 단계의 법률상 소유자는 이 사건 수입업체임이 분명한 점,

(ㄴ) 선행판결이 제시하는 판단인자에 의하더라도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수출자에 대한 대금의 결제 등은 모두 이 사건 수입업체나 그 위임을 받은 수입대행업체가 주도하였고,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실태에 있어서도 원고가 이 사건 수입업체로부터 이 사건 수입물품을 인도받기 전까지는 이 사건 수입업체가 소유자로서 보관‧관리하였으며 이 사건 수입물품의 판매로 인한 이득이 이 사건 수입업체에 귀속되어 원고를 이 사건 수입물품의 화주로 볼 여지가 없는 점,

(ㄷ) 선행판결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귀속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의 연장선에서 수입물품의 화주를 당사자들의 거래내용을 법률적 관점에서 판단하라는 취지일 뿐이고, 법적 소유권 질서를 넘어서 당사자의 거래 내용 자체를 경제적으로 관찰하여 일련의 수입과정을 주도한 당사자가 수입물품의 화주로서 납세의무자가 된다는 취지로 보기는 곤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수입물품의 화주는 원고가 아니라 이 사건 수입업체로 판단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상판결은 원심의 (ㄱ), (ㄴ) 부분 판시를 언급하면서 비록 원고가 유기농 인증이나 생산물 이력추적을 위하여 이 사건 수입물품의 재배지를 선정하고 생산과정을 수시로 확인하였으며, 수입전 검수절차를 통하여 최종 합격품을 선정하거나 때로는 수입물량과 가격에 관하여 부분적으로 중국 수출업체와 협상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 본문에서 정한 관세의 납세의무자인 ‘이 사건 수입물품의 화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을 위법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과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의 쟁점은 관세법상 납세의무자인 이 사건 수입물품의 화주가 이 사건 수입업체인지 아니면 원고인지 여부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관세법상 납세의무자인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범위를 확대해석하여 원고가 단계적 거래에서 최종 구매자의 지위에 있고 수입 당시의 수입물품의 법률적 소유자가 아님에도 수입과 관련된 주요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수입물품의 화주로 보아 관세의 납세의무를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는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물품을 수입한 화주’에 관한 명문의 정의규정이 없어 그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 문제되었는데, 관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규정이 없음에도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원칙의 규정을 적용하여 위 화주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선행판결이 사업자등록명의를 대여하여 그 명의로 수입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그 수입신고명의인이 관세법상 물품을 수입한 화주에 해당하지 않고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가 관세의 납세의무자라고 하여 관세법상으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선행판결은 전형적으로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 명의대여의 사안이었으므로 통상의 명의대여와는 달리 수출업체, 수입대행업체, 수입업체, 최종 구매자 등 다단계 거래구조로 이루어진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실질 화주의 의미를 확대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쟁점이 되었다. 즉 선행판결은 명의대여에 따라 타인의 명의로 수입신고가 이루어졌으나 실질적으로 물품을 수입한 화주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수입한 물품의 실제 소유자를 관세의 납세의무자로 해석하여 실제로 당해 물품을 수입한 자가 관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사안인 반면, 대상판결은 다단계 거래구조에서 물품의 최종 구매자가 계약을 통해 수입전문업체에 수입업무를 위탁하고 수입전문업체의 위임을 받은 수입대행업체가 수입신고 및 통관업무를 담당한 경우 실질적으로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가 누구인지가 문제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위와 같은 다단계 거래구조로 이루어진 수입물품의 수입 과정에서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선언한 판례는 존재하지 않았는 바, 결국 이 사건에서는 관세법에 있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을 확대해석하여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귀속되는 자’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판단대상이 되었다.

2. 관세법상 납세의무자와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

가. 관세법상 납세의무자 

(1) 현행 규정
납세의무자란 조세를 납부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의 납세의무자는 그 수입물품을 수입하는 화주이다. 2)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등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는데,3) 수입신고의 경우에는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이다. 만일 화주가 불분명하다면, 수입을 위탁받아 수입업체가 대행수입한 물품인 경우는 그 물품의 수입을 위탁한 자, 수입을 위탁받아 수입업체가 대행수입한 물품이 아닌 경우는 송품장, 선하증권 또는 항공화물운송장에 기재된 수하인, 수입물품을 수입신고 전에 양도한 경우는 양수인이 납세의무자가 된다.4) 
관세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예외적으로 납세의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5) 이 경우에는 화주가 아니라 관세징수의 원인행위자 내지 실질적 책임자가 납세의무자가 된다. 이들을 특별납세의무자라고 한다. 관세가 유보된 보세구역 외에서 보수작업 등을 하는 것을 승인한 경우 승인기간이 경과하면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수입된 상태가 되는데, 이 경우 그 허가 승인을 받은 자에게 관세의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다. 또한, 관세법상 소비 또는 사용을 수입으로 보지 아니하는 물품이 아닌 경우로서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소비하거나 사용하는 물품인 경우에는 그 소비자 또는 사용자를, 그 밖에 우편으로 수입되는 물품인 경우에는 그 수취인을, 이상에서 열거된 경우는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는 그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납세의무자로 본다.


(2) 관세법상 납세의무자 규정의 개정 및 외국의 경우

1949년 관세법 제정 당시 관세법 제4조제1호는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수입신고를 한 물품의 경우 그 신고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1972.12.30. 법률 제2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관세법 제6조제1항제1호는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수입신고를 한 물품에 대하여는 그 신고인, 신고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로 규정하였다. 그러다가 1972.12.30.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로 개정됨으로써, 관세의 원칙적인 납세의무자가 신고인에서 ‘물품을 수입한 화주’로 변경되었고, 이는 현행 관세법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6)

미국의 경우에는 ‘서류상의 수입자’가 수입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7) 서류상의 수입자는 관세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수입물품의 소유자나 구매자를 의미한다.8) 서류상의 수입자가 수입물품의 소유자가 아닌 경우 그 내용과 실제 소유자를 사전에 보고하면 그 수입자는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관세의 납부의무를 지지 않는다. 9) 일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화물을 수입하는 자’가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10) 화물을 수입하는 자는 통상의 수입거래에 따른 수입화물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송품장에 기재된 수하인을 말하고, 그 화물이 수입허가 전에 보세구역 등에서 전매된 경우에는 그 전득자를 말한다.11)

나. 관세법에서의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1)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

실질과세의 원칙이란 세법의 해석 및 과세요건의 확정은 조세공평이 이루어지도록 실질에 따라야 하는 세법 고유의 원칙이다. 국세기본법 제14조제1항은 과세대상의 귀속자를 판정함에 있어 법률상의 귀속자는 단순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의 귀속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의 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조세를 부과한다는 귀속에 관한 실질주의를, 제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용한다는 거래내용에 관한 실질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실질을 파악하는 데에 두 가지의 흐름이 있다. 먼저 경제적 실질설은 조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하기 위하여 거래 등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그 경제적 효과에 기초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견해이다. 다음으로 법적 실질설은 세법도 법인 이상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질서에 편입되어야 하고, 과세관계 역시 사법상의 거래관계를 전제로 하는 이상 당사자가 선택한 사법상의 법 형식을 존중하고 그 기초 위에서 형성되어야 하며, 사법상의 거래에서 실제로 행하여진 법 형식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개념 및 경제적 관점에서 상정한 법 형식에 의하여 과세하는 것은 그것을 위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내지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견해이다. 두 가지 견해 중 법적 실질설이 통설적 지위에 있는데12) 명의대여의 경우에는 판례는 명의차용자에 대한 과세가 타당하다고 본다.13)

(2) 관세법과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관세도 국세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국경세 내지 물품세 등의 특성 때문에 국세기본법 제2조에서는 국세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관세법에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세기본법과는 달리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인세법 제4조제1항,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의2,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등에서는 국세기본법과 별도로 실질과세원칙을 추가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러한 관세법의 규정 체계와 형식 때문에 관세법의 영역에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견해 대립이 있었다.

(가) 긍정설
긍정설은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법의 대원칙이므로 이를 관세법 영역에 준용할 법률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조세의 부과‧징수에 관한 기본원리로서 관세를 포함한 모든 조세의 부과‧징수에 ‘귀속에 관한 실질주의’와 ‘거래 내용에 관한 실질주의’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조세형평이나 법적 안정성에 합치한다는 견해이다.14) 이와는 다소 달리 국세기본법은 관세의 부과‧징수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국세기본법 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헌법의 원칙에 의해 관세의 부과‧징수에도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15)와 조세법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가 조세평등주의이고 조세의 본질이 경제적 부담이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을 기초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은 조세법에 내재하는 조리라는 견해16)도 긍정설의 입장이라고 하겠다.

(나) 부정설
반면, 부정설은 관세가 국세기본법 제2조제1호가 정의하는 국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관세법이 제2호에서 정하는 세법의 범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관세법에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의 원칙이 관세법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세는 그 성격상 과세대상이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대물세에 해당하여 수입신고시점에서 납세의무자가 확정되고 납세자와 실질적인 담세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간접세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명의의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득의 귀속’에 과세한다는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17)

또한 대부분의 수입신고를 전자신고만으로 수리하는 관세행정 실무상 실질적으로 수입효과가 귀속되는 자가 별도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 귀속자를 가리기 위한 별도의 심사절차를 수행하게 되면 그만큼 수입통관이 지체되고 하루에 4만여 건이 수입되는 대규모 통관물량에 대하여 실질 화주를 찾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거래상대방이 외국에 있어 그를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 견해도 있다.18)

(다) 판례의 입장
종전 대법원은 관세형사사건에서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중국산 농산물을 휴대품 통관 방식으로 밀수입한 경우, 대신 통관해준 자가 아니라 수입농산물의 실제 화주인 피고인이 무신고 수입죄의 죄책을 진다고 하거나19) 외국의 선박을 편의치적의 방법으로 사실상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취득한 후 국내에 반입하여 사용한 행위에 대한 관세법 위반 사건에서 실질에 따라 수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도 하였다.20) 한편, 하급심은 땅콩상회를 경영하는 원고 갑이 을, 병, 정과 함께 자금을 투자하여 중국산 땅콩을 수입하면서 원고 갑 명의 수입통관을 한 관세행정사건에서 법원은 공동투자자들 중 을, 병, 정은 실수요자이지만 원고 갑에게 사실상 수입을 위탁하였고 원고 갑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모두 납부하였다는 이유로 수입신고 명의자인 원고 갑을 관세의 납세의무자로 판단하였다.21) 위 사안이 명의대여의 경우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실질과세원칙의 관세법에의 적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행판결, 즉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8442 판결에서는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 함은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라고 그 의미를 확정하고, 다만 그 물품을 수입한 소유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①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방법 ②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의 방법의 실태 ③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이 귀속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관세법에도 적용되는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의 원칙은 명시적인 준용 규정이 없더라도 조세법의 일반원리로 관세법에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음을 선언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도 국세기본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국세에 관세는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국세기본법 규정이 관세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실질과세의 원칙은 세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중심적 원리이므로 국세기본법 제14조는 관세에도 당연히 유추적용된다며 같은 입장으로 판시하였다.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은 과세부담의 공평과 응능부담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내법상 납세의무자인 거주자와 비거주자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국내법상 실질과세원칙을 국가 간의 조세조약의 규정에 대한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22)에 비추어 보더라도 관세법의 영역에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부인할 근거는 없다고 보인다. 그러나 선행판결은 관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됨을 확인하면서도 그 근거에 대해서 따로 설시하지 않고,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도 각 판단기준 상호 간의 관계, 비중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아 관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의 의미 또는 적용범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남긴 측면이 있다.23) 요컨대, 대상판결이 관세법에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법적 실질설의 입장에서도 그 적용을 긍정하는 명의대여의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그 전형적인 범위를 벗어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한 판례의 입장은 주목되었다.

3.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에 따른 관세법상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의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판결이 관세법상 국세기본법 제14조를 준용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실질과세원칙은 조세법의 기본원칙으로서 관세의 영역에도 당연히 적용됨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은 단순 명의대여가 아니라 다단계 거래로 이루어진 사안이었으므로 이에 더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의 의미를 ‘법적 실질’로 볼 것인지, ‘경제적 실질’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화주의 의미를 법적 실질에 따라 판단하면 수입 당시의 수입물품에 대한 법률적 소유관계가 중시되고 만일 경제적 실질에 의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가. 경제적 실질설의 입장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을 ‘경제적 실질’로 해석하는 입장에 따르면, ‘법적 실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수입신고 전 법률상 소유권자를 납세의무자로 해석하면 수입신고 전 단계에서 사법상 소유권만 형식적으로 이전하는 형태를 끼워 넣는 우회행위‧다단계행위를 조세회피행위로 보아 규제할 수 없고 그 결과 관세제도의 국내사업보호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입법취지나 관세제도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24)

다만, 수입으로 인한 이익만을 경제적으로 관철할 경우 수입 직후 여러번의 매매가 예정되어 있는 사안에서 납세의무자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수입물품을 매개로 수입신고 전부터 수입을 주도하고 수입 이후에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향유하는 자로 해석하는 것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25) 

한편, 이 사건에서 피고도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은 ‘경제적 실질’이라는 입장에서 관세에 있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관세의 납세의무의 주체를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귀속되는 자’로 확장하는 것까지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법적 실질설의 입장
반면,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을 ‘법적 실질’로 해석하는 입장에 따르면, ‘경제적 실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해석하게 되면, 납세의무의 주체와 담세자는 구별되는 관세의 특성상 그 경제적 효과 내지 이익의 궁극적 귀속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불명확해지고, 이와 같은 해석은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에서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수입물품의 화주’라고 규정한 것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한다.26)

대상판결의 원심도 같은 맥락에서 “선행판결은 국세기본법 제14조제1항의 귀속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수입물품의 화주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일 뿐이고, 법적 소유권 질서를 넘어서 당사자들의 거래내용 자체를 경제적으로 관찰하여 일련의 수입과정을 주도한 당사자가 수입물품의 화주로서 납세의무자가 된다는 취지로까지 해석하기는 곤란하다”고 판시하여 ‘법적 실질’에 따라 해석하였다.

4. 대상판결의 평가

그동안 법원은 형식적인 수입신고 명의인과 실제 수입한 화주가 별도로 존재하는 사안에서 누구를 납세의무자로 볼 것인가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보이다가 선행판결을 기점으로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의 ‘물품을 수입한 화주’는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실제 물품을 수입한 화주’로 해석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즉, 국세기본법상의 국세의 범위에 관세가 포함되지 않고 세법의 범위에 관세법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법의 대원칙으로서 관세법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종전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나아가 관세의 납세의무자의 판단에 있어서의 실질과세의 원칙은 ‘수입물품의 실제 소유자’의 판단에 한정되는 것이지 다단계거래에 있어서 수입물품의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등의 귀속 여부를 따져 납세의무자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수입물품의 화주 판정의 핵심적 개념은 해당 물품의 수입 당시 누가 소유권을 가지는지에 달려있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관세법상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판단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관세법상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을

법적 실질설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한 선례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갑이 자신의 명의로 발행한 사채자금을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대여한 것을 이유로 과세관청이 갑을 사채의 실질적 채무자로 보아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인정이자 상당액을 익금산입하였으나 실제로 사채발행으로 인한 자금의 사용자는 을이고 을이 사채발행 과정의 전면에 나서서 사채발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안에서 을을 위 사채의 실질적인 발행자 또는 채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27)하였는 바, 대상판결의 입장은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법인세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의 위 대법원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소득의 귀속을 판정하면 되는 소득세나 법인세와는 달리 여러 단계의 거래구조를 전제하는 관세에서는 거래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는 점에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범위를 제한한 대상판결의 입장은 정당하다.

여러 단계의 거래구조에 대해서 적용되는 부가가치세법이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과는 달리 별도의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것도 거래 구조를 재구성하는 실질과세원칙의 확대적용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바, 상시적‧대량적 통관이 행해지는 수입거래에 대하여 부과되는 관세의 경우에도 법적 거래형식을 존중할 필요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선행판결이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①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방법 ②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방법의 실태 ③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이 귀속관계를 적용하여 이 사건에서의 수입물품의 화주 해당 여부를 판정하면서 특히, ① 기준과 관련하여 “중국 농산물의 특성상 소비자인 원고가 품질관리 등을 위하여 수입물품의 재배지를 선정하고, 생산과정을 확인하였으며 최종 합격품을 선정하는 등의 수입물품 수입 이전의 과정에 일부 관여한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수입물품의 소유자 내지 화주의 판단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수입물품의 화주로서의 지위를 엄격하게 판단하였는바, 대상판결은 통상 여러 단계를 거치는 수입물품의 수입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의 귀속 측면만을 고려하지 않고 거래의 법적 형식을 존중하여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으로써 관세법의 영역에서도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하겠다.

-각주-

1) 원심은 제1심의 판결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는바, 제1심 판결의 요지와 같다.
2)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
3) 관세법 제241조제1항.
4) 관세법 제19조제1항제1호 가목 내지 다목, 관세법 시행령 제5조.
5) 관세법 제19조제1항제2호 내지 제12호.
6) 1972.12.30. 법률 제2423호로 개정된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으나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는 내용에는 변경이 없었다.
7) Tariff Act §1484.
8) Tariff Act §1505.
9) Tariff Act §1485.
10) 關稅法 第6條.
11) 關稅法 基本通達 6-1 ①.
12) 사법연수원, 조세법총론 I, 2014, 51면.
13) 대법원 1981. 6. 9. 선고 80누545 판결 등 다수.
14) 강석훈, “구 관세법 제6조제1항제1호 소정의 ‘물품을 수입환 화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대법원 판례해설』45집, 법원도서관, 2004, 385면.
15) 정재완, 관세법, 무역경영사, 2014, 42면.
16) 이준규, 세법개론, 영화조세통람, 2009, 20-21면.
17) 관세청 2004. 8. 17. 관심 제2004-002호.
18) 김민정, 박훈, “실질과세원칙의 관점에서 바라본 관세법상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범위”, 조세와 법 제8권 제1호, 2015, 151면.
19)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도2820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6680 판결도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원고가 수입대행자이고 소외회사가 위탁자인 경우 실제 화주는 소외회사가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20)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도354 판결.
21) 부산고등법원 2000. 12. 29. 선고 2000누2860 판결.
22) 서울행정법원 2009. 2. 16. 선고 2007구합37650 판결.
23) 김민정‧박훈, 전게논문, 154면.
24) 김민정‧박훈, 전게논문, 159-160면.
25) 김민정‧박훈, 전게논문, 158면.
26) 김주석, “관세법 제19조제1항 제1호 본문에서 정한 관세의 납세의무자인 물품을 수입한 화주의 의미”, 조세실무연구 6, 2015, 357-358면.
27) 대법원 2000. 9. 29. 선고 97누18462 판결.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세정신문  

입력 : 2016-03-08 10: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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