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외곽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24일 오후(현지시간) 강력한 폭발이 발생해 최소 31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보건사회개발부 관계자를 인용해 "잠정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31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했으며 부상자 중 35명은 중태"라고 전했다.
보건사회개발부 장관 보좌관 소피야 말랴비나는 "지금까지 3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부상자 수는 심한 연기 때문에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목격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사망자가 7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인테르팍스 통신은 "도모데도보 공항 국제선 터미널의 입국 수하물 배부 구역에서 오후 4시 32분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연방세관국은 그러나 "폭발이 국제선 입국 터미널 대합실 인근의 카페 부근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보안 당국 관계자는 "마중객 중에 숨어 있던 자폭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테러범은 여러 명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물의 강도는 TNT 7kg에 상당하는 규모였으며 폭발물 안에는 피해를 확대하기 위해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고 현장엔 검찰 수사팀이 출동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 국제선 도착 터미널 홀에 심한 연기가 차 있으며 홀은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폭발 사고에 따라 중국, 독일, 터키, 베트남 등으로부터 도모데도보 공항으로 도착하려던 수십 편의 항공편이 지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모데도보 공항 당국은 그러나 출국 수속과 국내선 이착륙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라디오 방송 '코메르산트 FM'이 보도했다.
공항엔 20여 대의 응급차가 출동해 부상자들을 모스크바 시내 병원들로 후송하고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폭탄 테러와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러시아 내의 모든 공항과 대형 교통 시설에 비상 체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내무장관과 교통 장관은 연방보안국(FSB)과 공조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덧붙였다.
사고 소식은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게도 보고됐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총리 공보실장이 밝혔다.
월평균 25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도모데도보 공항은 러시아에서 가장 붐비는 국제공항이다.
모스크바의 또 다른 국제 공항인 북부 세레메티예보 공항은 도모데도보 공항 폭발 사고와 관련 보안 수준을 높였다고 이 공항 관계자가 밝혔다.
현재 세레메티예보 공항으론 도모데도보 공항으로 착륙하려던 항공기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국제공항도 보안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공항 대변인은 "공항 입구에서 모든 승객과 공항 방문객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으며 공항 구내 순찰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주러 한국대사관은 "러시아 비상사태부에 한국인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모스크바 최근 테러 = 모스크바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지하철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발생해 40명이 숨지고 160여 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3월 29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 '루뱐카'역과 '파르크 쿨투리'역에서 40분 간격으로 연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루뱐카' 역에서 터진 사제 폭발물의 강도는 TNT 4kg에 해당하는 규모였으며 '파르크 쿨투리'역 폭발물은 2kg 규모였다.
수사 결과 자폭 테러범은 체첸과 인접한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출신의 18세와 28세 여성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