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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내국세

'CJ사건' 불똥 전현직 고위직까지…국세청 직원들 '망연자실'

전군표 피의자신분 조사·허병익 구속·송광조 사의표명

검찰의 CJ그룹 수사 칼끝이 국세청을 겨누면서 사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그룹 측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송광조)이 인사권자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CJ그룹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책임을 짊어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국세청장직무대행을 했던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CJ그룹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등 업무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처럼 CJ그룹 측이 전직 국세청 최고위층에다 국·과장 등 관리자급까지 로비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실여부에 따라 징세행정을 집행하는 국세청에 엄청난 데미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CJ 로비의혹 사건은 국세청 수장인 국세청장과 국세청 국·과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고위간부인 국장이 국세청장에게 뇌물 전달자 역할을 한 점(허병익씨 주장), 납세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이 성실납세 근간을 흔드는 세무로비를 시도한 점 등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안고 있다.

 

수사결과, 국세청 고위층(청장.국장)이 로비대상이 돼 금품 등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지면, 비록 현 시점에서 전직들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대다수 성실납세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이 국세청에 쏟아질 것은 당연지사다.

 

아직까지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여서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직 국세청장과 현직 지방청장은 물론 전·현직 국·과장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만으로도 납세자들이 국세청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릿발처럼 차가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자신은 뇌물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선 긋기에 나선 모습이지만,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가 자신의 상급자를 위해 뇌물 전달자로 나섰음을 자인한 행태는 납세자들로부터 실소와 조소마저 사고 있다.

 

또한 송광조 서울청장의 경우 이들과 달리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고 과장 재직시 CJ측 인사와 단순히 부적절한 처신을 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을 했다지만, 그가 2만여 국세공무원의 공직기강을 책임진 국세청감사관을 지낸 인물인데다 상징성이 큰 수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3개월 가량 수행하고 있어 국세청 안팎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세무로비를 시도한 점은, 일반 납세자들로부터 '유전무세 무전유세(有錢無稅 無錢有稅)'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련의 상황전개에 국세청 소속 직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불을 올려 제사까지 지냈는데 망령이 다시 튀어나온 격이다"며 전직 고위직 연루 사실에 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하반기 체납정리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영이 서지 않을 것 같다""아마 '큰 도둑은 돈 받고 봐주는데…'라는 비아냥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등등 이번 사건의 파장을 걱정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선에서는 "과거 윗선의 얘기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후 어떤 조치나 대책이 나올 것이 뻔한데 그런 것들이 일선으로 파편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대수롭지 않은 분위기도 엿보였다.

 

한편, 국세청 직원들은 1일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사의소식을 접한 후 삼삼오오 모여 향후 파장을 예측하고 있으며, 검찰의 이번 CJ 로비사건 수사추이에 따라 국세청 상층부의 급격한 인적 개편 가능성 또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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