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에 술에 취해 스포츠센터 화단에서 잠든 40대 남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욕설을 한 것은 누구나 들을 수 있어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모욕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학원업자 김모(47)씨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스포츠센터 앞 화단에서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욕설을 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김씨는 경찰들이 그를 깨우고 귀가시키려고 하자 화를 내며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같은날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경찰을 양손으로 밀쳐 순찰차에 부딪히게 하고 손과 발로 폭행하는 등 보호조치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모욕죄로 김씨를 체포한 뒤 인적사항이 확인되자 술에 취한 그를 요양시키기 위해 일단 석방했는데, 김씨는 풀려나자 이런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김씨가 경찰들을 모욕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항소심에서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 새벽시간으로 어두웠다"며 "주위에 아무도 없는 스포츠센터 앞 화단에 누워 있다가 욕설을 한 것이어서 누군가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발언 시점이 사람의 인적이 드문 새벽이었긴 하나 많은 사람과 차가 다니는 큰길의 화단으로 행인 누구라도 발언을 들었을 개연성이 있는 장소였다"며 "실제로 경찰들 외에 주차관리원이 김씨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주차관리원은 업무상 비밀누설금지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거나 외부에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가족 등이 아닌 외부인에 불과하다"며 "다수의 사람이 알 수 있는 공연성이 있었고 김씨도 이를 인식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모욕하고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특히 공무집행방해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시켜 국가의 기능을 해치고 국가 법질서 확립과 공권력 경시 풍조의 근절을 위해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초범이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경위에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그것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충족한다고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