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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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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신임 이사장, '공채 출신 내부 승진' 나올까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낙하산 인사로 꼽히던 정찬우 이사장이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61년 역사의 거래소가 15년 만에 공채 출신 내부 승진 이사장을 선임하게 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인사에 낙하산 인사와 캠프 보은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사실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지만, 이로 인해 5년 이상 정체상태에 빠진데다, 낙하산 인사로 최근 1년 가까이 사실상 휴업 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 사이 조직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거래소들과는 딴판이다.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낙하산 인사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조직 내부에 형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인사스타일과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거래소의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시장을 잘 아는, 전문성 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절실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누구…'내부' vs '외부'

21일 거래소에 따르면 증권거래소 포함해 출범 61년 간 27차례 이사장을 배출했다. 이 중 공채 출신 내부 이사장 인사는 박창배 전 이사장이 한 명뿐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1999년~2002년까지 근무했다. 이로써 지난 15년 간 내부 출신 이사장은 전혀 배출되지 못했다. 

현재 하마평이 무성한 인물 가운데 내부 출신으로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장과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강기원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거래소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자본시장 전문가이다. 1987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시장감시부, 경영지원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등을 역임했다. 

최 전 본부장도 김위원장과 같은 해 입사한 후 해외사업추진단, 경영지원본부, 코스닥시장본부 등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강 본부장은 전략기획부장, 감리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경험했다. 

관료출신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거명된다. 정 전 부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금융·경제정책을 맡아왔다. 김 전 조달청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캠프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밖에 김기식·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 등도 거론된다. 

◇9월 말 선임…"낙하산 배제, '내부 승진'할까"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에 따르면 신임 거래소 이사장은 이르면 추석 전인 9월말 선임될 전망이다. 새 이사장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 공모 절차와 주주총회 결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이 과정은 한 달 조금 넘게 걸린다. 

이번 신임 이사장은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나선만큼 '내부 출신' 이사장이 선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여야 4당 대표와 진행한 영수회담에서 "공공기관 인사에서 부적격자의 낙하산 인사, 캠프 보은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낙하산 논란은 2005년 통합 거래소가 출범한 이후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김봉수 전 이사장은 윤진식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의 고등학교 후배인 탓에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경수 전 이사장도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던 경력이 문제가 됐다. 

정찬우 이사장도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결국 취임 후 1년의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약 11개월 만에 사퇴한 셈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의 이사장직은 자율과 책임이 가장 많이 따르는 자리"라며 "그러기 위해 자본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즉 시장전문가가 임용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과거 이사장들은) 낙하산이라는 굴레에 휘말려서 정당성을 의심 받아 왔다"며 "문재인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자본시장을 경험하고 운영한 사람이 (신임 이사장에) 등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등 주요 현안 '급제동'

거래소는 지난 2015년 7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으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말 "거래소 구조개편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므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임시조직이던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전략기획부 내에 상시조직으로 개편해 국회와 이해관계자 설득 등 입법대응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논의 등 긴급한 사안들이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져 나온 최순실 사태와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백지상태가 된 것이다. 이에 거래소 측은 자본시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이사장으로 선임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잘 모르는 관료 출신이 선임되면 업무를 새로 파악한 후에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부 출신 인사라면 어떤 게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방향을 빨리 잡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외부 인사를 떠나 최적의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 합병 등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거래소 간 합종연횡으로 시장을 키웠던 것처럼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임 거래소 이사장은 큰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추진력을 발휘해 결정하고 매듭지어줄 인물이 필요하다"며 "낙하산 여부를 떠나 누가 적임자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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