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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관세

수출업자와 짜고 고의부도…은행돈 7억4천만원 편취 무역업자 검거

갈치 수입사기 위장…수입신용장제도 허점 악용
부산세관, 수입업체 대표·수출업자 검찰 송치

중국 수출업자와 짜고 고의부도를 내 은행돈 7억4천만원을 편취한 무역업자가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본부세관(세관장·제영광)은 중국 수출업자와 짜고 국내 은행 돈 7억4천만원을 중국으로 빼돌려 편취한 국내 수입업체 대표 김모씨와 공범인 수출업자 양모씨를 적발해 구속한 후 부산지검에 송치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부산세관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소재한 A수산 대표 김모씨는 최근 경영 악화로 인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평소 거래하던 중국의 수산물 수출업자인 한국인 양모씨와 짜고 국내 은행의 돈을 중국으로 빼돌린 후 나눠 갖기로 공모했다.

 

 

범행은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김모씨가 품질 좋은 갈치 7억4천만원 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처럼 국내 은행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하자, 양모씨는 사료용으로나 사용할만한 질 낮은 냉동 갈치를 구해서 갈치 포장 박스 맨 윗단에만 품질 좋은 갈치를 얹어서 포장한 후 한국으로 수출했다.  위에만 품질 좋은 갈치를 놓고 그 밑에는 크기가 반도 안 되고 품질이 형편없는 갈치로 채운 것.

 

양모씨가 이렇게 포장해 수출한 갈치를 국내에서 받아본 김모씨는 각본대로 수출자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갈치의 인수를 거절했다.

 

김모씨는 국내 은행에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수출업자에게 갈치의 품질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하는 내용의 거짓 이메일을 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김모씨가 중국 수출업자에게서 사기를 당했다며 수입물품의 인수를 거절하자, 수입신용장을 개설해준 국내 은행은 갈치 대금 7억4천만원을 중국에 있는 수출업자 양모씨에게 대신 지급했다.

 

수입물품의 서류만 제대로 갖춰지면 수입자를 대신해 수출자에게 수입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수입신용장제도'(수입 신용장 추상성의 원칙)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세관은 해외로 빼돌린 국내 은행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빼돌린 돈의 일부(한화 3억6천만원 상당)를 환치기로 국내 송금해 자금 세탁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부산세관은 "무역 제도의 허점을 알고 교묘히 파고들어 국내 은행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자금세탁까지 한 무역 전문가들의 범죄"라며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은행들이 있으면 무역 관련 범죄의 전문 수사 기관인 세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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