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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인터뷰]소순무 변호사 "세금 집행하고, 세제 만드는 사람들이 세금을 함부로 대한다"

조세계 대표 법률가이자 조세소송 전문가인 소순무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최근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납세자와 과세관청, 세무대리계에 던졌던 메시지를 종합해 묶었다.  

 

이 책은 조세 입법·행정부터 납세자 권리보호와 권리구제, 조세사, 조세의 미래까지 조세법률가가 본 문제점과 대안을 그대로 실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금은 걷는 것보다 쓰는 것, 세무조사만큼이나 납세자의 감시가 중요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소 변호사를 만나 현재 우리나라의 세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저서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에서 세제 관련 의원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는데,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의원입법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선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은 ‘영세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간이과세 자체가 부가가치세 제도와는 어긋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 범위를 넓히는 것만이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조사와 검증 없이 입안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조세 문제는 형평성이 중요한데, 한 쪽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일도 눈에 띕니다. 세제 관련 입법은 세수와 관련이 있는 만큼 전체적인 국가 재정계획도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세금은 걷는 것보다 제대로 써야 한다’, ‘납세자 스스로 세금 낭비의 감시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 장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납세자 소송이나 납세자 민간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재정준칙의 입법화가 꼭 필요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하나의 법규적 성격을 가진 재정준칙을 ‘검토만 한다’고 하고, 아직은 없는데 꼭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현행 부동산 관련 세제를 평가하신다면?

 

“현행 부동산 세제는 큰 이슈이면서 여러 의견, 해설들이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구체적으로 꼬집어 말할 것은 없지만, 납세자의 신뢰나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난맥(亂脈)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제혜택을 줬을 때를 고려해 의사 결정한 납세자들도 있을 겁니다. 잦은 세법 개정은 이들의 신뢰를 깨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혜택을 없애면 그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납세자들이 있다는 것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액 조세소송에 대한 패소율을 낮추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에 송무국이 설치돼 가동되고 있습니다. 송무국에는 변호사 출신 직원 또는 관리자가 많은데, 이들이 일정 기간 근무 후 납세자들의 입장에 선 조세전문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조세전문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진 원고·피고의 대리인이 서로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면 법원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셨는데, 납보위가 국세청 감독기구 역할을 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감독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권리구제 기구에 가깝지 않을까요. 납보위 자체가 민간인이 많이 참여하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조직과 권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납보위가 납세자 입장에 서는 그런 흐름이 잘 정착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조세 행정심판의 일원화와 관련해 납세자의 편의, 전문화, 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세 갈래 행정심판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국세심판 하나로 통일해야 소위 행정심판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각 심판 주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데 따른 저촉이나 지연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지방세도 조세심판으로 전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가상자산, 디지털세 과세 등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처럼 새로운 세원 유형이 출현하는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원이 다양해지고, 또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 국가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 또한 불가피한 일이고요. 그런데 그 세금을 어떻게 나눠서 큰 불만 없이 걷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요. 이와 관련해 세미나든, 토론이든 많이 열리고 있어서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현 정부 들어 부동산 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10여차례 이상의 기획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특정 정부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무조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야 정책적 목적이 아니라 특정 의도성을 띤 세무조사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아울러 납세자를 존중한다는 인식도 잊어선 안 되지요.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납세자를 잠재적 탈세자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납세자가 왜 세금을 기꺼이 낼까요? 이걸 생각하지 않은 채 세금 문제를 권리와 의무 정도로만 여기고, ‘법을 만들면 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선진 납세문화를 이룩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무엇보다도 세금을 다루는 사람은 세금의 소중함과 납세자에 대한 고마움을 저버려선 안 돼요. ‘세금을 함부로 쓴다’는 점을 가장 지적하고 싶습니다. 효익성을 따져보고 자기 돈 쓰듯이 세금을 쓰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꼭 세금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렇죠. 공익과 공정, 이런 문화로 바꿔가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세금을 집행하고, 또 세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세금을 너무 함부로 대해요.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납세자밖에 없습니다. 세금을 방관해서는 안 돼요. 계속 감시하고, 고발하고, 감사 청구하고 그래야지요. 우리 모두 세금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습니다.”

 

[프로필]소순무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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