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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내국세

뒷북 울린 포상금 과세 취소…"부실과세⋅행정력 낭비 초래"

"지자체 세입징수포상금 비과세" 심판결정

조세심판원, 11월말 현재 지자체 포상금 사건 절반 가량 처리…모두 납세자 '승'

5천여건 접수돼 현재 2천500여건 결정통지…국세청, 동일 과세건 직권취소 중 

작년 지방세 2천500여건 다툼에선 과세관청 일괄승소와 정반대 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직원이 수령한 포상금은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조세심판결정이 속속 내려짐에 따라 국세청을 향해 따가운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올해 5월 지자체 소속 공무원 등이 수령한 포상금과 부상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봐 종합소득세 부과에 나섰으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은 기재부 질의회신에 이어 조합원들이 심판청구를 제기하며 맞섰다. 

 

양대 노총의 이같은 적극적인 대응으로 조세심판원에는 동일 유형의 심판사건이 약 5천여건 접수됐으며, 이는 지난해 접수된 총 심판청구건의 약 60%에 달한다.

 

국세청의 강경한 과세의지와 달리, 기재부는 지자체 공무원이 조례 등에 근거해 지급받은 포상금은 비과세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9월7일 내렸으며, 조세심판원 또한 이같은 질의회신을 근거로 지난달 말부터 지차제 소속 공무원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결정을 속속 내리고 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약 5천여건이 접수된 징수포상금 관련 심판청구사건 가운데 11월말 현재 약 절반가량인 2천500여건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통지서가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통지서가 발송된 이들 사건 가운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심판결정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남은 심판사건의 결정을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국세청이 무리한 과세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국세청의 성급한 과세행태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포상금과 관련해 50여년간 비과세 대상으로 운영돼 오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문제”라며, “사실상 사문화된 유권해석을 현실에 적용하려 할 때는 명확한 근거와 주체간 협의 및 공감대가 필요함에도 국세청은 이를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같은달 12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류성걸 의원(국민의힘)은 기재부 질의회신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직권취소에 나서지 않는데 대해 “상급기관인 기재부가 맞다고 하면 따라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 포상금 문제는 결국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가 진행되는 등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대지 국세청장은 “포상금의 종류가 다양하기에 성격과 종류에 따라 심판원이나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인 과세철회는 없을 것임을 확인했다.

 

급기야 기재부 질의회신과 심판청구를 독려했던 양대 공무원노조는 세종시에 소재한 국세청 본청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포상금 과세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국세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기존 부과한 세금에 대해서는 직권 취소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위기관인 기재부와 입법부인 국회는 물론 납세대상인 공무원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세논지를 밀어 붙인 국세청이 조세심판원으로부터 받아든 중간성적표는 ‘납세자 100% 승소’다.

 

결국 정교한 세금부과에 나서야 할 국세청이 대규모 부실과세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세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과세관청이 대규모 과세에 나선 것은 2018년과 2019년 두 해에 걸쳐 지방세 분야에서 취득세 성격을 두고 다툰 심판사건이 존재한다.

 

당시 경매취득에 따른 취득세 성격을 두고 소유권이 새로 발생하는 ‘원시취득’으로 볼 것인지, 또는 전 주인 등의 권리를 이어받은 ‘승계취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지자체와 납세자간의 다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한해에만 약 2천400여건이 접수되는 등 한해 평균 지방세 심판사건의 배를 넘는 심판사건이 접수됐으나, 결과는 과세관청이 일괄 승소했다. 파급력이 큰 사건에 대해 적어도 조세심판 단계에선 과세관청이 이겼다는 것은 정교한 과세논리가 반드시 필요함을 방증한 셈이다.

 

이번 징수포상금 문제는 부실과세 뿐만 아니라 행정력 또한 심각하게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이 내린 인용결정과 동일·유사한 과세 건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과세를 취소 중이다. 문제는 전국 세무서별로 대규모 인력과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결국 과세를 철회함에 따라 행정력 낭비라는 불평이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일고 있다.

 

국세청 뿐만 아니라 사건을 접수한 조세심판원 또한 행정력을 불필요하게 투입하고 있으며, 심판원내 사건을 담당하는 사무관 인원이 약 50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1인당 약 100여건에 달하는 포상금 사건을 맡고 있다.

 

조세심판원 업무절차상 접수된 심판건에 대해서는 ‘인용’, ‘기각’, ‘각하’ 등 세 종류의 결정을 반드시 내려야 하며, 국세청이 직권취소할 경우 심판원은 ‘각하’ 결정문을 납세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행정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심판원 내부에선 국세청의 이번 과세건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부실과세 논란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각계의 지적과 비판에 국세청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어, 좀 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점증하고 있다.

 

한편, 조세심판원은 지자체 포상금과 관련된 심판사건에 대해서는 올 해를 넘기기 전에 모두 종결짓는다는 방침으로, 국세청의 직권취소가 있는 사건은 신속한 각하결정을,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회의 일정을 서둘러 결정할 계획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청구사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예산 또는 징수와 관련된 포상금은 선결정례가 있는 만큼 과세관청의 대규모 직권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여비지급과 경진대회 수상에 따른 포상금의 경우 사실판단 사항에 해당한다고 예규에서 적시한 만큼 심판부의 심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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