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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이제는 '전문세무사' 시대…고시회 추천제 도입, 큰 도움될 것"

[인터뷰]이석정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세무사, 업무영역 범위 넓어…변호사처럼 전문분야 내세워야

경영서비스료 확대 위해 빅데이터기업과 협업해

경영분석·세무조정보고서 표준서식 만들겠다

홈페이지 개편·연수교육TF팀 등 4개 TF 구성

 

 

“세무사끼리만 경쟁해야 되는 게 아니다. 회계사·변호사하고도 경쟁해야 한다. 회계사·변호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요즘 세무사계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AI 발달에 따라 세무사들의 주된 먹거리인 기장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미 세무사·회계사 공급 과잉, 변호사의 세무대리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국세청 신고서 자동작성 확대, 플랫폼업체의 출현도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무사계 최대 임의단체인 한국세무사고시회 제26대 회장에 취임한 이석정 회장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해답으로 ‘전문세무사제도’를 제시했다.


‘기장시장의 경영서비스 확대 개편’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기업과 협업해 회계·경영통계를 활용한 ‘경영분석보고서’와 ‘세무조정보고서‘ 표준서식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석정 회장은 취임 전 이미 6년간 고시회 기획부회장⋅사업부회장·총무부회장을 맡아 회무경험을 쌓아 왔다. 풍부한 회무 경험에 그의 가장 큰 장점인 열정과 추진력이 더해졌다.

 

현재 전문세무사 추천제, 표준서식, 홈페이지 개편, 직원교육 온라인 전환을 위한 4개 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이석정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무법인 현인 서울 송파구 사무실을 찾아 향후 회무방향과 계획을 들어봤다.

 

□‘분야별 전문세무사’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금 진행 단계는?

“앞으로의 시대는 전문세무사 시대다. 변호사는 토털 자격증이며 세무, 노무, 변리, 법무로 세분화돼 있다. 크게 보면 변호사 영역이고 세밀하게 보면 각 직역이다. 

 

전문직역을 존중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세무사도 업무영역 범위가 넓다. 세무사가 전문자격사로서 뭘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 전문분야를 내세워 고객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은 우리가 세무사끼리만 경쟁해야 되는 게 아니다. 회계사·변호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회계사·변호사보다 세무사가 (분야별로) 더 잘하는 영역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대외적 천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공신력 있는 단체의 인증이다. 고시회에서 양도, 상속 및 증여, 건설업 등 업종별회계, 조세불복 등 각 분야를 선정하고 일정기준을 충족한 회원을 추천해 주는 형식이 될 것이다. 한국세무사고시회에서 세부 전문분야 추천제도를 만들어 인증해 주면 회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TF팀 구성을 어느 정도 했다. 지난달 5~6일 워크숍에서 계획을 밝혔고 10개 부서 중 책임 부서를 정했다. 5일 신년 인사회에서 첫 번째로 전문세무사 추천제도TF팀부터 회의를 한다. 장기적인 토대를 만들고 부작용이 없도록 치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우선 기준과 선정요령, 로드맵부터 시작해 규정, 추천위원회 등으로 진행한다." 

 

이석정 회장의 사무실 소파 옆에는 한국세무사회 공로상 표창, 한국세무사회 윤리규정·정화수칙을 비롯해 마을세무사 위촉장·표창장, 송파구 지방세심의위원 위촉장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붙어 있었다. 이 회장은 “전문세무사 추천장을 이런 식으로 놓아두면 고객들이 잠깐 기다릴 때 무엇을 보겠냐”며 미소지었다.

 

□기장료를 경영서비스료로 개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세무기장료가 20년 전에 고정돼 있다. 대부분 기업체의 기장료는 월 1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세무사사무소들이 너무 영세하다. 보수 상향을 위해서는 거래처의 회계와 세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업체와 협업해 주기적으로 경영통계를 활용해 고급화한 ‘경영분석보고서’와 ‘세무조정보고서‘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표준서식을 제공하겠다.

 

세무사가 거래처에 주는 공식적인 보고서는 재무제표, 세무조정계산서, 각종 세무신고서다. 1년에 한 번씩 있는 결산 및 세무조정할 때 세무조정계산서를 제공하는데 납세자가 이해하기엔 너무 전문적이다. 거래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서식을 만들고 세무사가 설명한다면 자동으로 보수가 상향될 것이다. 

 

고급화 첫번째 단계는 경영분석보고서이며, 그다음은  세무조정보고서다. 경영분석보고서 관련 회계데이터는 중요한 게 추세 분석과 비교다. 기업간·업종간 비교를 하는 게 무엇보다 거래처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TF에서 구체화돼야 되겠지만 1차적으로는 한국은행 통계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를 만날 계획이다. 업체의 업종코드 구분에 따라서 평균 유동비율, 부채비율, 당기순이익률 등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러프하게라도 나와주면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에 신용평가를 하는 빅데이터 업체라면 AI로 간이신용평가도 해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세무컨설팅은 세무사가 주도해야…컨설팅 너무 높게만 볼 필요는 없어

현재 영역 조금만 더 업그레이드 하면 컨설팅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본회와 지방회에서도 컨설팅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사실은 앞으로 컨설팅 쪽으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본 모델과 비슷하게 가는데 일본도 이제 컨설팅 위주로 간다. 기장은 축소될 시장이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축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AI로 대체돼 향후에 얼마 못 간다는 얘기들이 많다.

 

컨설팅이라는 게 말 그대로 조언이다. 컨설팅을 너무 높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실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무사 중에 대부분은 기장 베이스로 움직이는데 지금 잘하고 있는 영역을 조금만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 충분히 컨설팅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세무 컨설팅은 세무사가 주도해야 된다. 지금 많은 세무사들이 하고 있는 기장에 컨설팅을 가미한다고 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무사 실무교육 오프라인…신규세무사·직원 교육은 온라인 전환

홈페이지 노후화로 활용성 떨어져…전면 개편 위해 TF팀 구성

세무 플랫폼 무혐의 처분 안타까워…한국세무사회에 공익플랫폼 지속 건의

 

□연수교육은 고시회의 강점으로 꼽힌다. 교육 부문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높은데, 구상하고 있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있나?

“회원 교육은 고시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단점은 비용을 저렴하게 해서 많은 교육을 할 욕심에 장소가 조금 제약이 있어 불편하다.

 

그래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세무사 실무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신규세무사·직원 교육은 온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신규세무사·직원 교육은 언제든지 일정 기간 동안 아주 저렴한 비용을 내고 들을 수 있도록 오픈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연수교육TF팀을 구성했다.

 

세무사 실무에 활용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실시한다. 고시회는 세무사 실무에 대한 좋은 교재가 나오면 모니터링하고 있고 강의 끝나고 나서 반드시 피드백을 한다. 피드백을 냉철히 분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강사분들한테는 다시 요청한다. 주관부서인 연수부서에서 일일이 챙기고 실무에 관련되는 교육을 3월과 5월을 제외하고 매월 실시한다. 이달에는 오는 30일 법인세와 개정세법을, 내달에는 신탁·양도세를 주제로 교육할 예정이다.“

 

□오픈 채팅방 ‘성장하는 세무사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1천600명이 들어가 있다는데 보통 어떤 이야기들이 주로 오가나.

“소통의 첫 단추로 '성장하는 세무사들의 모임(성세모)'을 만들었다. 오픈 채팅방 한도가 1천500명까지라 현재 2로 넘어왔다. 이는 사실 회원들의 관심도를 유발해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다. 앞으로 고시회에서 노력해 한해 800명에 달하는 합격자들을 70%만 수용해도 한 10년 내에는 1만명으로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고시회 회원 전체가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쉽지 않는 만큼 지금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악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일 안 좋은 것은 무관심이다. 관심이나 참여도를 꾀해야 한다. 세무사들이 성세모에 들어와서 서로 공유하고 대화하고 질문했으면 좋겠다. 현재는 아직 젊은 세무사들이 많이 모인 오픈 채팅방인 만큼 세법 실무에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신입회원 환영회 때 홈페이지 구인구직 게시판을 오픈했다고 했는데.

“구인구직 게시판 오픈을 임시로 빨리 했다. 그때 수습세무사들이 수습처를 못 구한 상태였다. 그러나 고시회 홈페이지는 구인구직 게시판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잘 안 보는 상태였다. 그래서 응급조치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메인화면 오른쪽 상단에 구인구직 게시판을 바로 넣어놨다.

 

공문을 보내 세무사들이 구인란에 올리도록 했고 수습세무사들에게는 단톡을 통해 홍보했다. 또한 구직이 필요한 수습세무사들도 글을 올렸다. 당시 상당수가 가입해서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초반에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지금 현재 트래픽이 떨어지기는 했다.

 

이는 응급조치로 한 것인 만큼 체계를 잘 갖춰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했다. 지금 홈페이지는 너무 옛날 모델이다. 온라인 교육도 편하게 할 수 있게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다만 "홈페이지 전면 개편은 자금이 들어가는 영역이라서 자금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세무 플랫폼이 최대 이슈였다.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은 우리가 강남경찰서에 고소했을 때는 두 가지 안을 상정하고 고소했다. 현재 강남경찰서의 결과처럼 나왔을 때라도 합법인 이유가 명확히 나오길 바랬다. 그러면 이를 토대로 공익플랫폼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안타깝게도 다 문제가 있다고 나왔다. 무혐의 처분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도대체 공익플랫폼에서 뭘 집중해야 되고 뭘 하지 말아야 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안 나왔다. 그래서 검찰 이의신청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그와는 별도로 한국세무사회와 좀 더 논의했으면 좋겠다.

 

만일 이 결과가 검찰에서도 유지된다면 고시회는 불법 플랫폼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세전문가인 세무사가 주도하고 세무사 업역을 보호할 수 있는 공익플랫폼을 만들 수 있도록 한국세무사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다. 필요하면 함께 만들 용의도 있다.“

 

□조세소송대리권 기반 구축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변호사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조세소송대리권 기반 구축보다는 납세자를 위한 불복관련 업역 확대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현재 국세기본법상 불복과정은 세무사 등이 수행하고 조세소송은 본인이 직접 또는 변호사가 대리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조세불복 사건은 수임료 문제로 소송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조세불복 적체 건수도 상당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제기시 2년 내에 결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납세자의 억울한 세금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조세심판원 확대를 통해 업무처리 능력을 향상하는 한편 조세법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변호사 측에서 이에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조세법원을 통한 조세소송의 전문화는 변호사에게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 자명하다. 억울한 사정에 처한 납세자가 다시 판단을 맡길 수 있고 대리인으로 세무사 또는 변호사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세무사를 공동대리인으로 선임하게 한다면 세무사로부터는 조세 조력을, 변호사로부터는 소송 조력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더 합리적인 조세소송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후반기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대한변호사협회도 초청해 얘기를 들어볼 방침이다. 현재 조세심판원에서 제기된 사건들 중에 상당 부분이 계류돼 있고 법정처리기한을 넘기는 사건이 허다하다. 먼저 이에 대한 통계조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조세심판원 다음 단계를 넘어가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납세자들이 포기하는데 포기 비율도 따져보고 이 부분을 공론화시킬 생각이다.“

 

□청년이사를 신설한 게 돋보인다. 새 집행부 구성의 특징은?

“세무사에 합격한지 얼마 안 된 청년세무사들의 열정은 말로 다 못한다. 사무실이 안정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일과 봉사를 함께 실천하려는 의지가 크다. 26대 집행부에서는 그 점에 착안해 열정은 있으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년 세무사들에게 이사직을 부여했다.

 

함께 소통·봉사하고 세무사 경험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력과 기수의 세무사를 골고루 구성했다. 집행부 선임과정에서도 많은 임원들이 스스로 자원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집행부를 구성한 게 특징이다.”

 

□한국세무사회와의 역할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 나갈 생각인가?

“많이 묻는 질문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엄연한 법정단체다. 세무사의 가장 큰 선봉장이다. 세무사는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고, 세무사 최대 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대한민국 세입분야의 근간과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세무사 최대의 임의단체다. 세무사들의 권익 보호 및 향상을 위해 임원들이 회비를 내고 스스로 헌신과 봉사에 참여하고 세무사의 권익에 침해되는 사안이 발생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게 매력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세제도 발전을 위해 한국세무사회와 협력해야 하겠지만 세무사 제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한국세무사회에 따끔한 질책과 개선 건의도 지속할 예정이다.

 

정치적 입지를 완전히 벗어난 순수 세무사회원을 위한 봉사단체로서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앞으로 묵묵하지만 꾸준하게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우리의 할 일을 하겠다.“

 

"고시회의 힘은 회원한테 나온다…십시일반 회비 내줘야"

"소중한 회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묻자 그는 “우리의 힘은 회원한테 나온다”며 “많은 분들이 적게라도 회비를 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회비를 내고 고시회에 관심 있는 열성적인 회원 확보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최소 2천명 확보가 목표라고 했다. 고시회 회비는 일반회원 7만원, 비상임이사 12만원이다.

 

그는 “소중한 회비를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면서 “한 번이라도 고시회의 교육을 받아보거나 행사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고시회가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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