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관련 하루 평균 사망자 수 13.8명’.

 

최근 국회에서 주류 통신판매와 관련한 포럼이 열렸다. ‘주류 통신판매 활성화’가 주제였는데, 쉽게 얘기하면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술을 좀더 쉽게 사서 마실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주류 통신판매 문제는 다양한 쟁점이 있어 파급효과가 큰 이슈라는 특징이 있는데, 국민들이 1급 발암물질인 술을 더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국가가 관련규제를 더 풀어줘야 하는지 논란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통주 정도만 통신판매를 허용해 주고 나머지 주류는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 주요국가들이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추세에 따르자는 얘기가 있고, 통신판매가 되면 와인 가격이 대폭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 5천33명…1일 평균 13.8명

 

우선 주류는 국민 건강 위해물질로, 음주를 절제하고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는 정부정책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총 5천33명으로 1일 평균 13.8명이 사망했다. 특히 알코올 관련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은 9.8명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게다가 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14조6천274억원(2021년 기준)에 달할 정도다.

 

이런 연유 등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증진을 위해 주류 접근성 제한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미성년자 주류 구매 확산 우려"-"성인인증 강화하면 돼"

 

또한 주류 통신판매는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성인 인증을 거친다 해도 실제 구매자에 대한 확인이 거의 불가능해 청소년의 술 구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2021년)에 따르면, 스위스는 통신판매 물량의 41.5%가 청소년에게 판매됐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18~20세 대상 주류 온라인구매 실험 결과 구입 성공률이 45%에 달해 성인확인시스템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그러나 현재도 청소년이 주류자판기에서 술을 직접 사거나 배달음식과 함께 구매할 수 있어 온라인 판매만 제한하는 것은 명분이 없고, 성인인증을 강화하면 별반 문제될 게 없다는 반론이 있다.

 

◆"유통구조 붕괴에 음식점 등 소상공인 피해도"

 

온라인 판매로 제조회사⋅수입회사에서 소비자로 직접 유통되면 제조사-도매사-소매사로 이어지는 현행 유통단계가 무너지고, 도매업자와 음식점⋅주점 등 소상공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의 주류 소비 트렌드는 유흥용에서 가정용으로 전환되는 흐름인데 여기에다 온라인 통신판매까지 허용되면 식당 등 소상공인의 주류 관련 매출이 급감해 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유통 대기업이 자본과 물류를 기반으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 결과적으로 중소 골목상권을 잠식할 것이란 얘기다.

 

◆"와인, 위스키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오히려 주류경쟁력 생길 것"

 

국내 주류 산업의 위축과 탈세 가능성 우려도 크다.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최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와인, 위스키, 사케 등 외국 주류의 판로가 확대돼 국내 주류시장이 잠식될 수 있으며, 무면허업자가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주류를 구입한 후 영세한 음식업소나 소비자에게 되파는 무자료 거래가 양산돼 탈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1조2천억원 규모로 주류 수입이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소규모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주류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해외 주요국은 허용"-"주류 규제는 연령제한⋅통신판매 뿐"

 

주류 통신판매 논란이 일 때면 해외 주요국가들이 허용하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된다. 실제로 미국은 앨라배마와 유타주를 제외한 모든 주 및 특별구에서 와인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며, 18개 주 및 특별구에서는 와인 외 기타 주류에 대해서도 허용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10개국은 와인, 맥주, 증류주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각국은 주류의 판매일수와 판매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지역 주류 판매점 수를 제한하는가 하면, 주류광고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주류 접근성 제한정책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령제한과 통신판매 규제 외에는 별다른 주류 제한정책이 없다. 이런 배경에서 OECD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알코올 제품의 판매 및 소비 규제가 약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음주 천국 중 하나다. 지금도 식당, 편의점, 유흥주점 등에서 24시간 어디서든 술을 사서 마실 수 있다.

 

이밖에 거래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통신판매가 전통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인데, 이게 풀리면 전통주 시장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