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욱 한국관세학회 회장(백석대학교 교수)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정보통신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이끌었으며, 또한 디지털 무역 확산에 따른 무역거래 형태의 다양화와 COVID-19 팬데믹 발생은 국경간 전자상거래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23년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공격적인 초저가 전략을 통한 국내 진출로 인해 전자상거래 수입 급증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소비자 안전 문제,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역차별 논란 등 다양한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 안전과 관련하여 올해 4월 서울특별시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판매물품에 대해 진행한 안전성 검사 결과, 조사 품목의 43%에 달하는 40개 제품에서 최대 428배 초과 유해물질이 검출되었으며, 또한 같은 시기 관세청의 어린이제품 252종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 38종(15%)에서 최대 3.026배 초과하는 유해 성분이 검출되어 중국발 전자상거래물품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생산업체 및 유통업체에 대한 역차별과 관련하여 전자상거래 수입물품의 경우 자가소비용으로 물품 가격 미화 150달러(미국 수입의 경우 미화 200달러) 이하의 품목의 대해서는 목록통관을 통해 무인증 품목 수입이 가능하며, 소액면세제도를 통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되므로 상대적으로 국내생산 및 유통업체는 가격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관세행정상의 개선방안을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소액 전자상거래물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있는 해외직구 금지를 통한 유입 차단 보다는 현재와 같이 수입을 보장하면서 통관 단계에서 현 제도의 보완과 보다 적극적인 활용, 전자상거래 공급망의 정보 제공 의무 강화, 전자상거래물품의 국가간 상호인증 도입, 그리고 사후적인 모니터링 강화와 적발 물품의 수입 차단을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전자상거래물품의 통관 시 제출되는 정보의 확대와 정확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관목록의 필수기재사항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기재하지 않을 경우 목록통관을 불허하고 일반 수입신고로 전환하는 등의 통관목록 정보 부실화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소액면세물품에 있어 특송물품(32종 정보 제공)과 국제우편물(8종 정보 제공)의 정보 제공의 범위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으며, 국제우편물 통관규정을 준용하여 특송물품을 포함하는 전자상거래물품 수입 시 사전정보 제공 의무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불법위해물품 선별과 관련하여 플랫폼 운영자와 소비자간의 거래정보와 실제 물품의 운송정보를 통합하여 검증하여야 선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불법위해물품의 선별작업을 위한 필수 정보의 확보를 위해 전자상거래물품 통관에 필요한 정보 제공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전자상거래 특송물품과 전자상거래 우편물 통관 규정의 일치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동일한 전자상거래물품이라 하더라도 특송물품 간이신고와 국제우편물의 간이통관 대상범위에 있어서 특송물품 간이신고 대상은 미화 150달러(미국 수입은 미화 200달러)를 초과하고 미화 2,000달러 이하인 특송물품인 반면, 우편물의 간이통관은 미화 1,000달러 이하의 우편물로 되어 있으며 통관방법도 특송물품 간이신고 대상은 간이한 방법으로 수입신고하고 있으나 간이통관대상 우편물의 경우는 수입신고를 생략하고 있다. 이러한 불일치도 역시 동일한 목적물에 대해 단순히 운송주체의 상이함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명확성을 위해 일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소액면세제도에 있어 관세와 내국세의 분리 과세와 소액면세범위 한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EU, 영국, 호주 등의 부가가치세 면세 폐지 등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여 한국의 경우에도 국경세인 관세 면제는 유지하더라도 내국세에 대한 면세는 폐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 정서상 1회 소액면세한도인 미화 150달러를 더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액면세범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자가소비용으로 인정될 만큼의 면세한도를 총액기준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전자상거래물품 수입 급증에 대응하는 관세행정의 개선방안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세사의 적극적인 협력과 관세사 고유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전자상거래물품 통관과정에서 관세사의 역할과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관세사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통해 관세행정의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전자상거래물품의 수입 급증과 관세행정 인력의 공급 부족 등으로 원활한 전자상거래물품 통관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물품의 수입통관에서의 관세행정을 보완하는 역할로서 관세사의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실무상에서는 특송업체의 통관 업무를 수주해 관세사 업무를 유지하기 때문에 특송업체의 부당하고 편법적인 요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관세행정의 파트너로서의 역할 강화와 특송업체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세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특송업체와의 협상력 제고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자상거래물품 수입통관 과정에서의 관세사의 준법의지를 제고시킴으로써 특송업체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협상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전자상거래물품의 목록통관 과정에서 활용하기 유용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도입을 통해 관세사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하고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통합적인 적용은 신속 정확한 통관 업무를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 관세사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통관업무 적용을 위해 비교적 도입 비용이 저렴하면서, 표준화 상태가 우수한 적하목록 정보를 활용해 작성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물품의 목록통관 과정에서 활용하기 유용한 RPA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만, 소형 관세법인 또는 개인 관세사무소의 경우 비용과 관리인력 부족 등으로 도입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관세사회와 관세청이 협력하여 도입 확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관세사회는 소형 관세법인 또는 개인 관세사무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RPA 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함으로써 회원들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세청의 경우에도 관세사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향상은 관세행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관세사 역량 강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RPA 도입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자상거래물품 수입통관에 있어 관세사의 적정보수료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물품 수입통관에 있어 고객확보를 위한 관세사업계의 저가 수주 경쟁 등으로 인한 관세사의 낮은 보수료 수임은 관세사들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관세사 적정보수료 체계를 설계하여 이를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활용하여 화주 및 특송업체와 보수료 협상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관세사회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관세사의 적정 보수료 체계가 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서비스 수요자들의 인식을 개선함과 동시에 관세사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법무사나 공인중개사의 보수요율 사례와 표준운임제의 표준위탁운임 등을 참고하여 관세사법 시행규칙의 위임을 통해 한국관세사회의 회칙으로 구체적 보수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국경간 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관세행정과 관세사에 대한 제언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세청, 한국관세사회 및 관세사업계와 관련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통해 건전한 국경간 전자상거래가 안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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