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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24. (금)

내국세

오호선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적법과세,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에 윈윈"

이달 '세무법인 베율' 회장 취임…사명(社名) 베율은 티베트어로 '지상낙원'

9회 연속 조사과장·조사국장 역임 등 국세청의 살아있는 세무조사 역사(歷史)

'감성 갖춘 총명한 리더, 세무조사 AI, 역외탈세조사 전문가, 쇄신인사 달인' 등

화려한 닉네임, 관통하는 본질을 보면 용기와 소신있는 원칙론자

 

조사국장 재직시 적법성·공정성·중립성·납세자권익 등 4개 가치 강조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에게 금과옥조 같은 판단의 잣대

"2만여 국세공무원, '나다운 삶' 사유한다면 국세청은 최고가 될 것"

 

 

국세청 재직 당시 '세무조사 인공지능(AI)'이라는 닉네임으로 세무조사 행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였던 오호선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베율 회장으로 취임했다.

 

'감성을 갖춘 총명한 리더(Emotionally Intelligent Leader)', '세무조사 인공지능(Tax Investigation AI)', '역외탈세조사 최고 전문가', '쇄신인사의 달인' 등등 국세공직자로서 29년 이어왔던 오 회장을 지칭하는 닉네임은 다양하나 본원을 파고들면 소신과 용기 있는 원칙론자와 가장 닮아있다.

 

떡잎부터 달랐던가? 2001년 봄 서울청 조사1국 조사팀장으로 수행한 세무조사는 2001년 최우수 조사사례로 선정돼 역대 최고의 예산성과금까지 수상했다. 2012년 금정세무서장부터 2024년 중부청장까지 13년간 세무조사 업무를 떠나 본 적이 없다. 그 두 보직 사이는 서울청 국제조사2과장부터 국세청 조사국장까지 9회 연속 세무조사부서 관리자다. 역외탈세, 첨단탈세, 역외정보, 고소득자영업자, 재산제세, 자본거래, 국제거래, 정기·비정기 대법인 조사 등 모든 유형의 세무조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새롭게 역사를 써 내려간 인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국세청 세무조사를 말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오 회장이 현직 재직시 자신에게 되묻고 실천하며 조사요원들에게도 강조했던 4가지는 △적법성(적법절차·적법과세) △공정성(비례원칙) △중립성(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납세자 권익이었다.

 

이 네 가지 원칙을 한결같이 실천하고 반듯한 관리자로서 모범을 보이면서도 존중, 신뢰, 인정을 기초로 세무조사관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리딩했기에 국세청 전·현직들로부터 '감성을 갖춘 총명한 리더'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작년 8월 중부지방국세청장에서 명예롭게 퇴임한 후 4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진 오 회장이 인생의 오후를 설계한 곳은 회계법인 베율에서 새롭게 창립된 '세무법인 베율'.

 

추위가 매서웠던 지난 16일 세무법인 베율 강남지점 사무실에서 오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재직 당시 알려지지 않던 에피소드 그리고 세무법인의 지향점을 물었다.<편집자 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직 퇴임 후 휴식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인생에는 채움과 비움이 있는데, 비우기 위해 아내와 강릉, 제주에 다녀왔다. 국세경력자 실무교육도 이수했다. 독서, 운동, 산책을 하면서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조세는 공정, 적법, 권익이다. 국세공무원이나 조세전문자격사 모두 이 세 가지를 균형있게 추구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조사국 출신 베테랑을 찾았다. 운 좋게도 쉽게 만나게 되었고 마음이 통했기에 함께 인생의 오후를 지혜롭게 즐기기로 했다."

 

■세무법인 베율은 어떤 곳이며 합류하게 된 배경은?

 

"회계법인 베율은 2017년 창립됐다. 회계사가 약 60여명인 중견 회계법인으로 매년 20~30% 고속성장을 하고 있으며 세평이 좋아 젊은 회계사가 가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손꼽힌다. 작년 8월 세무법인 베율 본점이, 12월 강남지점이 설립됐다.

 

40대인 회계법인 박장우 대표가 손길을 내밀어 만나보니 세평대로 젊은 파트너들의 열정적인 자세, 회계법인의 지향점, 미래 성장가능성이 좋아 보였다. 더욱이 세무법인과 회계법인 간 긴밀한 협업이 없다면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에게 최선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베율(BEYUL)은 티베트어로 지상낙원을 의미한다. 세무법인 베율 강남지점에서 국세청 조사국 출신 파트너들과 함께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에게 신뢰받는 Tax Firm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28년여 국세청 공직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주인의식과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한방향으로 달렸을 때 보람과 의미가 있는 일이 생겼다. 역외탈세정보담당관으로서 역외탈세 대응체제 구축, 부산청 조사2국장 때 전환사채(CB) 관련 자본거래분야 최우수 조사사례, 중부청 조사1국장 시절 국제거래조사의 교본사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시절 일련의 글로벌 IT기업 조사, 서울청 조사4국장 시절 최초의 가상자산 세무조사, 조사국장 시절 세무조사 혁신 이런 일들에 대해 국세청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줬다. 이 모든 보람은 오로지 뚝심으로 끝을 보겠다는 직원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다."

 

■28년여 국세청 공직 생활 중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은 순간은?

 

"2004년 6월 하버드대 졸업식 직전 휴식기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국비유학이었기에 어떤 책임감을 느꼈다. 그 누구도 과제를 주지 않았지만 새로운 지식과 분석 틀이 충만해 있을 때 국세청의 미래상을 그리고 싶었다. 지식, 통찰, 직관, 세정경험 그런 것들을 버무려 3일간 고민 끝에 파워포인트로 정리했다. 국세청장 정책보좌관으로서 2008년 신년사와 국세행정 쇄신 방향, 전략, 아젠다를 정리할 때 큰 도움이 됐고 대부분 반영됐다.

 

소명의식은 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공동체에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려는 목적의식이다. 일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통로다. 내 일을 사랑하고 소명의식으로 일한다면 자신에게 칭찬할 일은 많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세청 재직시 조사과장과 조사국장을 무려 9번이나 역임했다. 조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가치들을 꼽는다면?

 

"적법성, 공정성, 중립성, 납세자 권익, 4가지 가치다. 적법절차와 적법과세라는 적법성, 비례원칙에 입각한 공정성, 한비자의 법불아귀로 대변되는 중립성,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의 이면인 납세자 권익을 강조했다. 정의의 여신(유스티티아, Justitia)이 들고 있는 칼은 세무조사 권한인데 가린 눈은 중립성이고, 저울은 공정성과 적법성이다. 앞의 세가지 적법성, 공정성, 중립성이 지켜지면 납세자 권익은 당연히 보호된다.

 

적법절차는 청문과 고지 두 개념으로 구성된다. 청문절차 중에 납세자와 과세당국이 서로의 입장을 수평적으로 개진하고 토론하다 보면 대체로 과세여부가 판가름된다. 고지절차 중에 과세당국이 과세이유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 납세자의 수용도도 높아진다. 즉 적법절차가 충실해지면 대체로 적법과세 가능성이 높아지고 불복청구율도 낮아진다. 조사관리자가 과세전 적법성 검토회의를 개최해 확신을 가지고 과세여부를 결정하면 책임행정도 실현된다.

 

세무조사 강도와 수단은 탈세혐의의 크기와 정도에 비례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성이다. 공정성이 깨지면 납세자 권익도 무너진다. 성역 없이 또 예외 없이, 있는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면 조세의 중립성은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세무조사 인공지능(AI)' 그리고 '감성을 갖춘 총명한 리더'라는 별칭은 어떻게 얻게 됐나?

 

"두 가지 별칭 모두 제겐 과분하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2021년경 유관기관 고위관계자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AI처럼 세무조사 업무를 수행한다는 얘기가 업계와 언론계에서 돈다"고 말을 했는데 그즈음 이런 별칭이 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리더십의 본질은 팔로워의 마음을 얻어서 한 방향으로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첫째, 리더 본인이 올바르고 매사 더 절제해야 한다. 둘째, 리더는 직원을 믿고 인정하고 사랑하고 케어해야 한다(Trust+Recognize+Love+Care). 그러면 직원은 리더와 함께 한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달리게 된다. 부족했지만 그런 소신으로 일했기에 감성을 갖춘 총명한 리더라고 불려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여러 자문을 구한다던데.

 

"사실 강 청장님과는 사무관 때부터 친구 사이다. 예전부터 서로의 인품과 역량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신뢰받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음은 참 감사한 일이다. 저 역시 현직에서 고민과 결단의 순간에는 OB 중에 지혜와 통찰이 있는 분께 조언을 구했다. 조언자는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로서의 역할이다. 국세청장으로서 책임감의 무게를 알기에 저 역시 신중하게 고민하고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 입장에서 세무조사, 혁신, 인사를 비롯한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을 드린다. 구체적인 얘기는 부적절하다."

 

■이제 납세자 권익 수호 활동을 해야 하는 세무대리인으로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치는 명쾌하다. 적법절차를 거쳐 적법과세하면 납세자 권익이 보호된다.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 한 면에는 적법성과 공정성, 다른 한면에는 납세자 권익이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세무대리인은 양 당사자에게 양 측면이 모두 지켜지도록 고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적법성, 공정성, 납세자권익에 대한 식견과 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소통역량과 균형감각도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결과가 되도록 지원할 수 있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세청과 국세공무원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민신뢰와 글로벌 넘버 원이라는 목표점은 더 높아지고 있으므로 국세청은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세공무원 각자 '나의 인성과 품성은 어떤 색채와 향기로 살아갈 것인가,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 사유한다면, 끝내 자신을 이겨내고 최선의 과정을 거쳐 최고가 될 것이다. 그 시너지 총합은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세청, 세계 일등 과세당국이라는 성과다."

 

■세무법인 베율에서 앞으로 계획은?

 

"세무법인 베율은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가치인 적법성 및 납세자 권익 가치를 실현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 아울러 세무법인 베율이 금전기부와 재능기부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파트너들과 소통하고 있다.

 

중부청장 재직시 'One Planet, One Step'을 기치로 매월 사회공헌·친환경 활동을 펼쳤다. 베율의 활동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이런 나눔사랑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찾아 나서겠다."

 

 

오호선 세무법인 베율 회장은…

▷1969년 ▷경기 화성 ▷수성고 ▷서울대 경영학과 ▷Harvard Law School ▷Harvard kennedy School ▷행시 39회 ▷서울청 조사1국 조사1과 ▷국세청장 정책보좌관 ▷주미대사관 참사관 ▷금정세무서장 ▷서울청 국제조사2과장 ▷서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 ▷국세청 역외탈세정보담당관 ▷부산청 조사2국장 ▷중부청 조사1국장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국세청 조사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세무법인 베율 회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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