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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기타

[문예마당 - 稅政詩壇] 빈 쌀 포대기

- 최상근 대구


쌀 포대기를 탈탈 턴다
20kg짜리 빈 쌀 포대기 속에서
씨앗처럼 하얀 쌀알 몇 톨 튀어나오면
모이 줍듯 하나씩 주워 담는다

콩 타작 팥 타작 할 때마다 바가지 들고
마당 가장자리로 도망간
콩알 팥알 찾으러 다녔다.
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간 놈
나무 속에 박혀 점점 깊게
들어가는 놈 밝혀내느라 땀 흘리면
은근히 아버지에게 화가 치민다
"아부지! 이거 몇 개나 된다고 주워라 합니껴?"

이제 나더러 콩알 팥알 주워라 하지 않는데
빈 쌀 포대기를 팍팍 두드리면
"아부지 왜 자꾸 시끄럽게 털어댑니껴?"
고 1학년 아들이 수박 통 같은 머리 내밀며 불킁거린다

네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는 중인 것을 네놈은 결코
알 수 없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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