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 보조원,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공정거래행위 심사기준이 마련됐다.
그 동안 이들은 사실상 노동자와 비슷한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을 의결했다. 심사지침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중간적인 위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된 조기퇴직자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로 유입되는 등 특고가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문제가 대두됐다.
지난 2006년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고는 62만 명이나, 관련 부처 자료나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90여 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특고 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노동부장관) 등 논의를 거쳐 2006년 10월 '특고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보호대책의 기본방향은 특고의 애로사항 중 쟁점이 적거나 시급한 사항부터 우선 해소(1차 대책)하고 산재보험·직업훈련 등 노동관계법 관련 보호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공정거래법·약관법 등을 통한 경제법적 보호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1차 대책 확정 후 노동법적 보호방안 등을 학계 및 노사와 계속 논의하여 추가 대책을 수립했으며 보호대책의 하나로 공정위는 특고에 대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을 제정·시행하기로 했다.
심사지침에서는 적용대상 특고의 범위에 대해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4대 특고로 설정했다.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해당되는 행위 유형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는 구입강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거래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자가 자기 또는 관계회사의 제품의 구입을 강요하는 행위가 구입강제행위다.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로 하여금 원치도 않는 보험상품을 강제로 구매토록 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이익제공강요다. 사업자가 제공받은 용역의 내용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제공 이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재공급을 강제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사업자가 행사, 광고 등을 실시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협찬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한다.
세째는 판매목표강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판매 또는 회원 확보 목표를 정해주고 이를 달성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 실적을 인사고과, 보수산정 및 지급에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특고로 하여금 과다한 회원 유치 목표를 부여하고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자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등 제재를 가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네째는 불이익제공이다. 계약감소에 따른 책임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만 부과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사업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르게 거래조건을 변경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불이익제공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제출한 회원탈퇴 요청서 처리를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회비나 구독료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시키는 식으로 불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섯째는 경영간섭이다. 사업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하여 부당하게 거래 내용, 거래 지역,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업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부당하게 업무용 차량의 증가를 요구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심사지침의 제정 시행으로 약 33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종사자들이 보험회사, 학습지회사, 레미콘 회사, 골프장들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정위는 어떤 유형이 불공정거래행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특고 종사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사업자에게도 예측 가능성을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심사지침 제정시행을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