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27. (토)

기타

[종합]'심사숙고' 朴대통령, 인적쇄신·탈당 나설까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탈당이나 인적쇄신 등의 정국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 대통령의 탈당과 청와대 참모진 전면개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 처벌과 국정쇄신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새누리당의 입장을 전달받은 박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당의 제안에 대해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을 미리 받아 의상을 결정하는가 하면 외교·안보 정책까지 관여했다는 내용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성난 국민여론으로 '탄핵'이나 '하야'까지 거론되는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보다 강력한 정국수습책 마련을 위해 '심사숙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나 개각은 국정 전반에 걸친 강력한 쇄신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인적쇄신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참모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청와대 참모진이 전면 사표를 제출할 의사가 있냐는 질의에 "취임 첫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했고, 지금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있었던 전날 수석비서관 이상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방안을 놓고 참모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모진 일괄 사퇴는 후속 인선의 어려움이 있고 자칫 박 대통령이 책임을 참모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아직은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내각 총사퇴 주장은 박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로(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산업 구조조정 및 주요 기업들의 부진으로 안보·경제의 이중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개각은 '국정마비'를 자초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이 비서실장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경우 각각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를 책임진다는 의미로 물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총리 역시 이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핵심 측근 참모 등 일부를 정리하는 선에서 참모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 수석의 경우 최씨 사태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는 국정감사 증인 출석에 불응한 우 수석에 대해 고발을 결정한 상황이다.

더욱이 최씨 측근의 사무실에서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제목의 문건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우 수석 발탁에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연설문 유출 사태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따라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입수한 PC를 통해 누가 최씨에게 파일을 보냈는지 분석하고 있는데 만약 3인방 중 누군가의 관련성이 드러난다면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오래 보좌해온 수족(手足) 같은 존재들인 데다 연설문 유출 사태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박 대통령이 인정한 이상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시작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가세한 탈당 요구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결정도 주목된다.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탈당한다 하더라도 국정운영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시각이다.

특히 2004년 4·15 총선과 2012년 4·11 총선까지 자신이 두 차례나 위기에서 구해낸 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착이 특별하기 때문에 자진 탈당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는 "민심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 당 일각에서도 탈당 얘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구해냈던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 아니냐"며 "지금 분위기에서 어떤 말도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탈당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일각의 탈당 요구가 제기됐을 때도 "지난 세월을 보면 역대 정부 말기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돼 왔지만 국민 삶의 어려운 점이 해결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통령 탈당이 국정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대선이 가까워지고 당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용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면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결국에는 탈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