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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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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내년 경영전략은 '위기대응'에 몰두

 '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재계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재계 4대그룹은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 하고 위기상황을 조속히 극복하기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짜기위해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 4대그룹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특히 삼성, 현대차는 이런 상황에서 경영계획뿐만 아니라 연말 임원인사도 내년으로 연기한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현대차, 정기임원인사 연초로 미뤄

8년만에 또다시 특검의 칼날에 삼성그룹이 뒤숭숭하다. 특검팀 수사가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룹 안팎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검팀이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는 삼성은 내년 경영계획, 연말 인사도 연기한 상태다. 다만 올해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은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을 수습하고 내년 선보일 갤럭시S8의 성공을 위해선 인사를 계속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이 지난해보다 인사시기를 늦췄지만 마냥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해를 넘겨 내년 4월 이후로 인사를 미룰 것으로 내다봤지만 각 계열사 사업계획과 내년 투자승인 등을 감안하면 인사와 조직개편이 조만간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삼성은 연말 그룹행사가 줄줄이 연기되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매년 12월 초에 열리던 그룹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한 12월 하순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는 사장단 워크숍도 열지 못한 상태다. 매년 새롭게 사장단이 구성되면 상견례를 겸해 내년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자리지만 인사가 늦춰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는 맞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역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께로 예정했던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내년 초로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시장상황이 불확실해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겪으며 인사 관련 절차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정기인사가 해를 넘기는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비자금사건 수사 영향으로 정기인사를 2007년 2월 시행한 바 있다. 현대차의 이번 임원승진 인사폭은 올해 국내외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승진자 수는 368명으로 전년 대비 15% 가량 줄어든 바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판매가 부진한 현대차 중국법인 핵심임원을 일부 교체하고 국내 영업본부장도 교체하는 수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안정 속 질적 쇄신'·세대교체 바람

세대교체의 정점은 SK그룹이 찍었다. 60대 수뇌부가 물러나고 50대가 전면 배치됐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 및 위원장이 대부분이 교체되고, 주요 관계사에는 사업개발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EO로 내정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다.

즉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을 조대식 SK(주) 사장(56)에게 맡긴 점이 이번 인사를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 사장은 1960년생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나이가 같다. 김창근 현 의장(66)보다 10년이나 젊다.

핵심 관계사 사장도 모두 50대가 이끌게 됐다. 변화∙혁신을 가속화하기위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사장에 김준 SK에너지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에 박정호 SK㈜ C&C 사장을 각각 발령했다. 1사2체제로 운영돼 온 SK㈜ 홀딩스와 SK㈜ C&C는 통합 CEO 체제로 운영키로 하고,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을 내정했다.

대폭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그룹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저돌적으로 돌파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그룹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취지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적극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는 최 회장이 현재 경영 환경을 전쟁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언급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최 회장이 파격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을 재편하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를 신임 경영진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도 연말인사를 통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아래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룹 전반에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한 셈이다.

LG전자는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성진 부회장의 원톱 체제로 개편됐다. 인사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적으로 확대됐다. 이번 승진 규모는 지난해(사장 2명, 부사장 4명, 전무 9명, 상무 23명 등 총 38명)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05년(60명) 이후 최대다.

H&A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성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전자의 총사령탑을 맡게 됐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 발휘가 가능한 1인 CEO(최고경영책임자) 체제로 전환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임원 인사에서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며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모두 위기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란 변수를 만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으로 바쁠 시기에 검찰 수사가 겹치면서 주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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