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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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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요금 내리면 재산세 깎아준다?…실효성 논란

소비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호텔과 콘도의 객실료를 10% 인하할 경우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숙박 요금이 예약 사이트마다 가격이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실제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업주들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한해 호텔이나 콘도가 객실 요금을 고시가격 대비 10% 이상 인하할 경우 최대 30%까지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내달 행정자치부 장관 주재로 지역경제정책협의회에서 지자체들이 동의하면 조례 재정 등을 거쳐 시행된다. 경감 범위는 해당 지자체에서 숙박업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세무행정 여건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정부가 이같은 안을 들고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소비심리 위축에 맞서 소비 분위기를 조성하고, 최근 숙박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정부가 그리는 그림은 지역 호텔이나 콘도가 객실요금을 인하하면 관광객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민간소비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과거 사례를 들며 세금 감면이 호텔 가격 인하로 연결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관광·호텔 업종 재산세 감면 정책이 가격 인하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내놓은 안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관광 호텔업에서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20% 이상이 되면 재산세를 50% 경감해준다는 조례가 적용됐다. 업체들은 감면 혜택을 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가격 인하와 투숙객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이번에는 가격만 내리면 성과에 관계없이 혜택이 주어진다. 업체들이 고객 유치에 나설 유인은 과거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셈이다.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고 세금 혜택을 받더라도 실제 고객 유입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호텔이나 콘도의 가격이 정찰제가 아닌 상황에서 10% 이상 인하했는지 일괄적으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같은 호텔이라도 숙박 예약 사이트마다 할인폭이 달라 가격폭이 존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정 호텔이 10% 이상 가격을 내렸는지 확인이 어려운 셈이다.

정부도 나름의 원칙을 내세웠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우리 방침은 고시가격에 대비해 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고시가격을 지자체가 현장검증해야한다"고 말했다. 

숙박업체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적용을 하고, 현장검증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여전하다. 이미 숙박업체들이 예매 사이트를 통해 개별적으로 할인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객실료를 10% 이상 할인해도, 예매 사이트 판매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숙박 업체들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할인 폭을 유지하면서 세금 감면 혜택만 받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체들이 이미 고시가격보다 10% 이상 가격할인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얻지 못한 채 업체들만 이득을 보는 셈이다. 또, 세금은 세금대로 줄고 기대했던 소비 진작이나 지역 경기 활성화는 나타나지 않는 사태가 연출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필요 시 요금 인하분을 산정을 계산할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업체들의 현황 파악이 먼저인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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