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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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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탄핵 정국' 속 경쟁력 법안 표류 '우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치권이 혼돈에 빠지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주요 법안들 처리에도 브레이크가 걸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헌재의 결정이 남아있는데다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 국회가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어 계류 중인 산업관련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도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야권이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상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8개 법안 처리 논의에는 속도를 내고 있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안의 경우 크게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사외이사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에다 유가 상승세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국혼란 외에도 트럼프발 리스크,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탈리아 EU 탈퇴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영환경 악화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며 "경쟁력 제고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경제활성화법'으로 거론되는 18개 법률 개정안이 표류 중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은 이번 탄핵 가결으로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시급히 국회 처리를 요하는 주요 법안들로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을 꼽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 가운데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에선 여야가 입장차를 좁혔지만, 파견근로 허용 업종을 뿌리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야당이 '비정규직 양산'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견근로법은 55세 이상 고령자, 전문직 고소득자, 주조 용접 등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신성장 산업 기반 조성 및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선정한 중점 육성 산업 분야의 규제 철폐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 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세제혜택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 교육, 의료, 법률, 콘텐츠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 35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체계적인 서비스산업 육성체계 구축 및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지역 정책의 한계 극복 및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는 규제프리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역협회는 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상법상 절차 간소화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의 특례를 인정하는 기활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시행 중이지만 요건이 너무 엄격해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산업표준화법과 건설산업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의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저가 중국 불량 철강재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종 정보통신 법안도 정치이슈에 줄줄이 묶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반쪽짜리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다.

우리나라는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케이뱅크 본인가를 의결하면서 내년 1월 본격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참여율을 완화하는 은행법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출발하게 됐다. 명색이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이 주도해야하지만 법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이 없으면 10%)까지만 보유가 가능하다.

지난 9월 정기국회 개회 이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서는 100개가 넘는 정보통신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떠돌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분리공시제 도입안, 휴대폰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 통신사업자와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이종결합을 촉진할 통합방송법 등이 무한 답보상태다.

특히 통합방송법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당위성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방송통신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7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가 실패로 끝났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케이블방송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이슈 때문에 ICT 법안이 더욱 묻히고 있다. 통합방송법은 반드시 논의될 이슈인 만큼 안건이 통과되면 이동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재계는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선 경제활성화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야권은 최순실 사태 이후 팽배해진 반기업 정서를 앞세워 상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 8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대 국회임기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과 우리나라 경제성장 공식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라며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숨통을 트여줄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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