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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60주년' 이순재 "NG 5번 내면 은퇴해야지, 하하하"

"우리 직업은 암기력이 전제가 되는 직업입니다. 암기력이 떨어지면 할 수가 없어요. 의욕은 있어도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변에 누가 되죠. 드라마 현장에서 (NG가 나서) 다섯번 정도 죄송하다고 하면 그만 둘 겁니다."

배우 이순재(81)가 데뷔 60주년 기념작인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박병수) 출연을 앞두고 밝힌 은퇴의 때다. 그는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평범한 가장 '윌리 로먼'을 연기한다.

2시간 40분 가량의 이 작품에서 팔순의 이순재가 감당해야 할 대사는 580마디다. 젊은 배우가 소화하기도 벅찬 대사량이다. 그래서 연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 대사를 암기하고 대본을 연구한다고 했다.

이순재는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세일즈맨의 죽음' 기자간담회에서 "암기력이 지탱해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활동하겠지만 스스로 버겁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연극은 1949년 초연 발표와 함께 연극계 3대 상인 퓰리처상, 연극비평가상, 앙투아네트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다.

평범한 개인 로먼을 통해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의 잔해, 그 속에서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그린다. 이순재가 그의 연기 인생 최고작으로 여기는 작품이다.

이순재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번에 네 번째다. 김의경 연출로 1978년 현대극장 무대에 처음 선 뒤 2000년 역시 김의경 연출로 서울시극단 무대에 올랐다. 2012년에는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작을 한국적으로 번안한 '아버지'에 나왔다.

50대에 로먼을 처음 연기한 이순재는 "50대니까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영화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연극 등을 섭렵하며 '노년계의 아이돌'로 통한다.

하지만 60주년 기념작을 성대하게 알릴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다. ""햇수를 잘 안따지는 사람이에요. 60주년의 의미를 잘 의식하지 못했는데, 주변에서 따져줬죠. 사실 저는 제 생일도 잘 몰라요. 우연히 일이 커지게 돼 여러 사람들에게 송구스럽죠."

로먼의 부인 린다 역을 맡는 손숙은 최근 연극 '사랑별곡'에서 이순재와 부부로 처음 연기한 뒤 잇따라 인연을 맺게 됐다. 이순재와 손숙은 1960년대부터 동년배 배우들과 어울리면서 약 50년 간 친분을 쌓아왔지만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건 '사랑별곡'이 처음이었다.

손숙은 이순재에 대해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든살이 넘었는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궁금하다"면서 "이번 '세일즈맨의 죽음'이 이 작품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80주년에 다시 하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2월 13~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문수, 맹봉학, 김태훈 등이 나온다. 이순재가 세종대에서 가르친 학생들도 출연한다.

한편, 연극인들이 배우 이순재에 대해 쓴 저서도 곧 출판된다. 12월15일 출판기념일에는 그와 관련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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