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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5.18 발포명령 부인하지만 다 사실이다"

 "평생 광주가 놓아주지 않아서 그 덕분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황석영 문학의 특징을 유지해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1980~90년대 대학가 필독서로 통한 작가 황석영(74)이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르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32년 만에 개정판(창비)으로 나왔다. 

1985년 초판 출간 당시 1980년 5·18의 진실에 목말라하던 대학생 위주의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며 '지하 베스트셀러'로 통한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물이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을 복기했다. 

황 작가와 함께 5월 항쟁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에 있었던 이재의 씨, 5월 항쟁 당시 투쟁위원회 홍보팀으로 활약한 전용호가 공동 집필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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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황석영 작가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출간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번 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 5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32년 만에 재출간 됐다. 2017.05.11. scchoo@newsis.com
황 작가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심하니까 과장된 부분을 바로 잡고 누락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2013년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전남 일대에서 약 10년 간 살았다. 1976년부터 1985년까지 해남, 광주 등을 전전했다. 그는 "광주 항쟁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전남대 학생으로 대부분의 기록을 모았던 이재의, 전용호씨도 초판 집필에 참여했다. 하지만 유명 작가라 쉽게 구속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으로 당시 황 작가만 저자가 됐다. 황 작가는 초판과 개정판의 문맥을 정리하는 등 감수를 맡고 책 제목을 붙였다.

황 작가는 이재의·전용호 씨를 보면 "이 자리에 없는 죽은 젊은 청년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고 사라진 이들이지만 "아는 이름이 여러명 되는데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것이다. "집필에 참여하면 핍박을 받아온 광장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가실까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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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황석영(왼쪽 세번째) 작가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출간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번 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 5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32년 만에 재출간 됐다. 2017.05.11. scchoo@newsis.com
제목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문병란 시인의 시 '부활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다. 황 작가는 "식민지 시대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인데 한국 민중의 삶을 한 마디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같아 지었다"고 했다. 

32년 전의 초판은 '폭도들의 무장난동'으로 왜곡된 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발간된다. 이번 증보판은 2008년 보수정부 집권 이후 갈수록 노골화된 항쟁의 진상과 참여자에 대한 날조와 폄훼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것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황 작가는 "5·18이 국가 군대라는 공권력에 대한 반란이며 폭동이라는 주장이 아직까지 있고 북에서 남파된 특수군이 일으켰다는 왜곡과 날조가 여전하다"며 "국군은 국민의 아들이고, 그들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그들은 국민의 군대가 아닌 권력의 사병"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부인하고 격하하는 단어인 '광주사태'를 계속 사용하는 등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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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 서 참석자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 5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32년 만에 재출간 됐다. 2017.05.11. scchoo@newsis.com
황 작가는 "발포 사실을 부인하고 왜곡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자료에 다 나와 있는 사실"이라며 "북한의 개입과 지령 역시 독재 정권의 나쁜 정치 공작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황 작가가 노랫말을 붙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모욕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로 백기완이 쓴 시를 바탕으로 황 작가가 작사를 했다. 

하지만 보수 정권에서는 황 작가가 방북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는 등 시비가 일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번 5·18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 역시 관심을 끈다. 황 작가는 "곡이 나온 건 1982년이고 내가 방북한 건 89년이라 북한의 지시를 받으려고 해도 받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항쟁 직후 당국의 엄혹한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작성된 초판은 320쪽에 불과했다. 이번 증보판은 그간의 5·18청문회와 재판, 특별법 제정 등에 따른 진상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방대한 추가자료를 정리해 초판의 1.8배에 달하는 600쪽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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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황석영 작가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하고 있다. 이번 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 5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32년 만에 재출간 됐다. 2017.05.11. scchoo@newsis.com
전용호 씨는 "청소년이과 어린이를 위해서 광주 항쟁을 소개할 수 있는 얇은 대중판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150쪽을 넘기지 않은 선에서 광주 항쟁을 소개하는 판을 조만간 낼 계획이다. 초판처럼 영역판, 일어판 역시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개정판 간행위원장인 정상용 전 국회의원, 초판 기획자인 정용화 씨도 함께 했다. 정 전 의원은 "개정판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1985년도 출간할 때에 비해 역사적 사실이 알려져 새롭게 정리될 필요가 있었고, 지난 9년 정권 동안 5·18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상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왜곡된 사실에 대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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