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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에 대한 매입행위로 특수관계자에게…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두20127 판결>

-제3자에 대한 매입행위로 특수관계자에게 간접적 이익이 발생한 경우 업무무관 가지급금 및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부과처분의 경위

 

원고는 휴대전화 등의 부품장비를 제조·생산하는 내국법인으로서, A법인과 법인세법 제52조 소정의 특수관계에 있다. 원고는 2007년 12월경 A법인이 시공 중이던 아파트와 호텔을 임직원들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아파트 시행사인 B법인과 사이에, 기숙사 용도의 아파트 50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는 분양계약을, 호텔 시행사인 C법인과 사이에, 연수 및 복리후생 용도의 호텔 52객실(이하 ‘이 사건 호텔’)을 매수하는 분양계약을 각 체결하고 B법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계약금 및 중도금 합계 150억원을, C법인에게 그 분양대금 128억원을 각 지급하였다. 그 무렵 위 분양대금으로 B법인은 A법인에 대한 대여금 및 공사대금채무를, C법인은 A법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각 변제하였다.

 

위 분양계약 체결 당시 원고는 기존에 보유하던 임직원들의 기숙사 13채와 독신자숙소 42실이 노후하고 도심 외곽에 위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9년 4월경 위 독신자숙소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편입됨에 따라 새로운 기숙사를 물색하고 있던 차에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분양가 이하로 낮아지는 경우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약을 하였고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자 2010년 8월경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였으며 2011년 5월경 이 사건 아파트의 공매절차에서 그 분양대금과 이에 대한 연 5% 상당의 이자 합계 190억원을 반환받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호텔 분양시에는 분양금액의 25%를 할인받았고, 이 사건 호텔을 매수한 이후 연 60일의 한도내에서 임직원을 위한 연수 및 휴양시설로 사용하였으며 나머지 기간은 위탁관리회사로 하여금 운용하게 하여 수익금을 배당받기도 하였다.

 

한편 A법인과 B, C법인 사이의 사업약정에는 분양수입금으로 공사기성금 변제에 앞서 금융기관의 대출금채무 등을 먼저 변제하도록 되어 있었고 분양수익금에 관한 계좌가 A법인과 B, C법인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어 A법인은 B, C법인의 동의없이 단독으로 분양수입금을 인출할 수 없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의 매수는 특수관계자인 A법인에 부당하게 우회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가 지급한 이 사건 분양대금을 A법인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원고가 취득한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을 무수익자산 등으로 보아 법인세법 제28조 및 법인세법 제52조를 적용하여 원고의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동시에 위 분양대금에 대한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여 2007 사업연도 내지 2009 사업연도 법인세 합계 금 20억원 상당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부과처분 중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부분에 관하여 “법인세법 제28조제1항제4호 (나)목이 규정한 ‘업무와 관련없이 지급한 가지급금 등’에는 순수한 의미의 대여금은 물론 채권의 성질상 대여금에 준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업무무관 가지급금 등에 상당한 차입금의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에 관한 법인세법 제28조제1항제4호 (나)목은 원칙적으로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대여하였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을 뿐이고, 법인이 특수관계 없는 자와 거래함으로써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간접적으로 편익을 누렸다고 하더라도 법인과 특수관계 없는 자 사이의 거래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법률에 마련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이를 부인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가 시행사들인 B, C법인과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지급한 것과 위 시행사들이 A법인에게 공사대금 등을 지급한 것은 별개의 법률행위에 기한 것으로서 원고가 A법인에 직접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 사건 분양대금에 관한 차입금의 지급이자를 손금에 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인정이자 익금산입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행위계산이라고 하면 납세자가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거래형식을 취할 때 생기는 조세의 부담을 경감 내지 배제시키는 행위계산을 말하고, 법인세법 제52조에서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을 둔 취지는 법인과 특수관계 있는 자와의 거래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 각 호에 정한 제반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되어 조세법적인 측면에서 부당한 것이라고 보일 때 과세권자가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소득이 있었던 것으로 의제하여 과세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하고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이 매입한 자산이 수익파생에 공헌하거나 장래에 그 자산의 운용으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등 수익과 관련이 있는 자산에 해당하고 그와 같은 매입행위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면, 설령 법인이 특수관계 없는 자로부터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경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2호 또는 제9호의 소정의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①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임직원들의 새로운 기숙사 목적으로 분양받은 것이 인정되고, 비록 공사중단으로 분양계약이 해제되어 위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였으나 환매특약에 따라 기지급한 분양대금을 법정이자까지 모두 반환받은 점 ② 이 사건 호텔을 매수한 이후 임직원들을 위한 연수 및 휴양시설로 이용하였고 위탁관리회사와 자산운용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운용수익금을 지급받은 점 ③ A법인과 시행사들이 체결한 사업약정에는 분양수입금으로 A법인에 대한 공사기성금 변제에 앞서 금융기관 대출금채무 등을 먼저 변제하도록 되어 있었고, 분양수입금에 관한 계좌가 A법인과 시행사들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어 A법인은 시행사들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분양수입금을 인출할 수 없었던 사실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분양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원고가 매입한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은 임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시설이나 연수시설로 사용될 수 있어서 이를 보유하지 못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에 관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수익에 기여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호텔의 운용수익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전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시행사들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분양대금을 반드시 A법인에 지급하게 될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매입한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을 원고의 수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산에 해당한다거나 원고의 매입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고, 설령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A법인이 원고가 지급한 분양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공사대금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고 분양계약 이후에 원고의 예상과 다른 사정이 일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무수익 자산을 매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우회적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A법인에 이익분여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을 매입한 행위가 무수익자산의 취득으로서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인세법 제52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2호, 제9호의 부당행위계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과 문제의 소재

 

위 사실관계와 부과처분의 경위 등에 의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특수관계 없는 B, C법인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하고 그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A법인이 간접적으로 경제적 편익을 누린 경우, 그와 같은 원고의 매입행위가 법인세법 제28조 소정의 특수관계자에게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지급한 것인지, 그리고 법인세법 제52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2호, 제9호 소정의 특수관계자에게 무수익자산의 매입이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법인의 이익을 분여한 것인지 여부이다.
실무상 특수관계자 사이의 업무무관 가지급금이 종종 문제되는데 그 전형적 사안으로는 고율의 차입금의 이자를 부담하는 법인이 업무와 관련 없이 특수관계자에게 무이자로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법인은 법인세법 제28조에 의하여 그 차입금의 지급이자는 손금불산입되고 법인세법 제52조에 의하여 그 대여금에 대해서는 인정이자가 익금산입되어 익금과 손금의 두 측면에서 과세상 불이익1)이 발생한다.2)

 

 

 

이 사건은 통상의 특수관계자 사이의 업무무관 가지급금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구별된다. 첫째, 특수관계자 사이에 직접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비특수관계자가 중간에 개재하고 있다. 원고의 거래상대방이 비특수관계자이고 그 비특수관계자가 원고로부터 받은 자금을 재원으로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여 그 거래로 특수관계자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받은 경우이다. 둘째, 통상 자금의 대여 등에 의한 가지급금은 금전의 이전만이 수반되고 반대급부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자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을 이전받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피고는 당초 위 분양대금이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6호 소정의 금전을 시가보다 낮은 이율로 대부한 경우라고 주장하였다가 그 처분근거를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2호, 제9호 소정의 무수익자산을 매입한 경우 내지 이에 준하는 이익분여로 변경하였다. 이와 같이 제3자에 대한 매입행위로 특수관계자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받아 다른 통상의 업무무관 가지급금과 구별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다.

 

2. 업무무관 가지급금과 무수익자산의 매입에 대한 법인세법의 적용

 

가. 법인세법 제28조: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대한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법인의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는 원칙적으로 손금에 산입되고 법인세법은 다시 그 차입금이자를 손금산입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3) 그러나 법인이 특수관계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이 자금을 대여한 경우에는 당해 법인의 차입금액 중 위 대여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한 지급이자는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4) 차입금의 지급이자의 손금산입의 정당성은 손금이 갖추어야 할 업무관련성, 통상성, 수익관련성에 근거하는데,5)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부담하는 법인이 그 차입금으로 업무와 관련 없이 특수관계자에게 가지급금을 지급한다면 그 차입금의 지급이자는 수익이 따르지 않는 재산에 관한 지급이자이므로 손금산입의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6) 또한 법인이 차입금을 생산적인 부분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에게 대여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제한함으로써 부채에 의존한 무리한 기업확장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업자금의 생산적 운용을 통한 기업의 건전한 경제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있다.7)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대해서는 법인의 각 사업연도에 지급한 차입금의 이자 중 ‘지급이자 × 업무무관자산과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하는 자산의 합계액(총 차입금을 한도로 한다) / 총차입금’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차입금 중 해당 자산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의 이자를 한도로 한다)은 그 손금 산입을 허용하지 아니한다.8) 위 산식의 차입금에는 금융회사 등이 한국은행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각종 기금 등으로부터 차입한 금액과 일반 법인이 한국은행이 정한 기업구매자금대출규정에 의하여 차입한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아니하고9) 총차입금 및 자산가액의 합계액은 적수로 계산하며 업무무관자산의 가액은 취득가액으로 한다.10)

 

업무무관 가지급금에는 순수한 의미의 대여금은 물론, 채권의 성질상 대여금에 준하는 것도 포함되고 이때 가지급금과의 업무관련성 여부는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이나 영업내용 등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11) 성질상 대여금에 준하는 구상금 채권도 대여금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그 구상금 채권을 포기한 후에는 대여금 채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포기에 따른 과세효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따른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은 할 수 없다.12)

 

나. 법인세법 제52조: 무수익자산의 매입에 대한 인정이자 익금산입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인하여 자신에게 귀속되었어야 할 이익을 대가없이 그 특수관계자에게 분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법인의 소득금액과 이에 대한 조세부담이 감소된 경우, 과세관청이 해당 거래의 사법상의 효력에 관계없이 과세목적상 해당 거래의 효력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러한 이익이 분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법인의 소득금액을 재계산하여 그 계산에 따른 조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법인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 각 호에 정한 제반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경우 조세법적인 측면에서 부당한 것이라고 보일 때 과세권자가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소득이 있었던 것으로 의제하여 과세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하고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13)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경제적 합리성에 대한 판단은 그 거래행위의 대가관계만을 따로 떼어내어 단순히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과의 거래형태에서는 통상 행하여지지 아니하는 것이라 하여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거래 당시의 제반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14)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에서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의 전형적인 8가지 유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제2호는 무수익자산의 매입을, 제9호는 각 호에 준하는 행위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무수익자산이라 함은 법인의 수익파생에 공헌하지 못하거나 법인의 수익과 관련이 없는 자산으로서 장래에도 그 자산의 운용으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한 자산을 말한다.15)

 

무수익자산의 매입대금의 처리에 관하여는 고가매입의 경우와 유사하게 무수익자산을 영(0)원에 산 것으로 하고 그 구입대가는 귀속자에 따라 상여 등으로 처분하여야 한다는 견해16)가 있으나 대법원은 무수익자산의 매입은 부인되고 그 매입대금 상당액을 법인이 출자자 등에게 대여한 것으로 의제하여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고17) 동시에 인정이자 상당액을 양도인에 대한 상여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무수익자산의 매입 당시 그 시가와 매입가액간의 차이는 없으므로 매입법인이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양도인에게 이전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해당 자산을 매입하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인정이자 상당액만 이전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18)

 

이와 같이 무수익자산의 매입을 매입대금 상당액의 대여로 본다면 그 인정이자율은 금전의 직접적 대여 또는 차용의 경우에 적용할 시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제3항을 준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의하면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시가로 하되, 가중평균 차입이자율의 적용이 불가능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대여금 또는 차입금에 한정하여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하고 대여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 대여금이 있는 경우 등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대여금 또는 차입금에 한정하여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하며 해당 법인이 법인세 신고와 함께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선택한 경우에도 그 선택한 사업연도와 이후 2개 사업연도는 그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한다. 자산의 이전이 수반되었음에도 반대급부가 없는 금전의 대여와 같이 세무상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무수익자산에는 사용가치가 없다는 것이 전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무수익자산의 매입대금을 대여금으로 본다면 그 자산이 처분될 때 양도가액의 수령범위 내에서 대여금을 반환받은 것이 된다. 이에 따르면 무수익자산의 처분으로 양도차손이나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이를 손금이나 익금에 산입할 수 있을 지가 문제되는바,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대손금을 인정하지 않는 법인세법 제34조제3항, 제28조제1항제4호 (나)목에 비추어 손금 산입이 허용되지 않고, 반대로 양도차익이 발생한다면 그 양도차익은 대여금의 이자로서 익금산입된다는 견해가 있다.19) 통상의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경우에는 가지급금의 해소시점이 차입자의 변제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과는 달리 무수익자산의 경우에는 그 소유자 즉, 대여자의 자산처분에 따라 해소시점이 좌우되는 차이가 있다.

 

다.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의 관계

 

법인세법 제28조에 의하여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의 대상이 되는 업무무관 가지급금과 법인세법 제52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6호에 의하여 인정이자 익금산입의 대상이 되는 부당한 금전의 대부는 공히 자금의 대여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동일하므로 대체로 양자가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자의 경우 업무와 관련이 없을 것이, 후자의 경우에는 이율의 적정하지 않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을 것이 각 요구되므로 양자가 반드시 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즉, 업무와 관련이 있는 가지급금이라 하더라도 무상 또는 저리대여로 인정되면 인정이자를 계상하여야 하고 반대로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자를 지급받거나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인정이자를 계상할 수 없다. 또한 해당 거래가 자금의 대여거래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형태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됨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가지급금이 없으므로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이나 인정이자 익금산입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다만, 무수익자산의 매입은 사실상 금전의 대여의 성격이 있어 그 세무상의 처리에만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업무무관 가지급금과 유사하다. 이와 같이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는 그 적용요건도 달리 규정하고 있고 그 입법취지도 상이하므로 양자의 적용상에 차이가 존재한다.

 

3. 특수관계자에 대한 우회적 자금지원과 법인세법의 적용

 

가. 우회적 자금지원과 법인세법 제28조 및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인세법 제28조의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법인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가지급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정태적 측면을 고려하여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는 반면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납세자의 비정상적인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므로 법인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이익분여가 있었는가를 고려하여 그 분여이익에 대하여 익금산입하므로 동태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따라서 비특수관계자가 중간에 개재하여 우회적‧간접적인 형태로 가지급금이 존재하는 사안에서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직접적인 연결관계가 단절되어 법인세법 제28조는 그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법인세법 제52조는 그 이익분여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나아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1항제9호의 포괄규정을 두고 있어 우회적‧간접적 거래에 대해서도 그 적용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계열사를 위한 채무보증 및 이에 따른 대위변제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도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20) 이하에서는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같이 우회적인 형태의 자금지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대법원 판례상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유형

 

이 사건과 같이 우회적인 형태의 자금지원에 대한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인정이자 익금산입에 관한 판례의 입장은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법인세법 제28조 및 법인세법 제52조를 모두 적용하는 유형이다.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두2053 판결은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후순위사채 900억원 상당을 발행하였고 금융기관은 이를 총액 인수하였으며 원고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후순위사채를 매입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특수관계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을 지급하고 단기차입이자율과 후순위 사채이자율 차이 상당의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 보아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한 사안에서 원고가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사채를 매입한 것은 업무과 무관하게 매입한 것으로서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을 직접 대여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을 통하여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특수관계자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 것이고, 특수관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실질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은 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과세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둘째, 법인세법 제28조의 적용 및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배제의 유형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두9415 판결은 원고가 금융기관에 특정금전신탁 400억원을 예탁하고 그 금융기관에 지시하여 특수관계자 A가 발행한 후순위사채 400억원을 17.26% 수익률로 매입하였고 다시 특수관계자 A의 중개로 특수관계자 B가 발생한 기업어음 1,000억원을 할인발행률 13.42%로 매입하였는데 피고는 위 매입이 모두 특수관계자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아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한 사안에서 원고가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후순위사채 및 기업어음을 매입한 것은 원고의 목적사업 및 당시 경영상태, 거래행태와 횟수 등에 비추어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의 대여로서 업무와 관련 없이 가지급금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고, 한편 후순위사채 등은 당좌대출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 내지 할인율이 정해져 있는 점, 특수관계자에 대한 금전 대여시 당좌대월이자율 수준의 이자수수를 약정한 경우 이를 정상거래로 보고 인정이자가 계산되지 아니하는데 그 보다 높은 이율의 이자수수를 약정하였음에도 인정이자가 계산된다는 것은 불합리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금전대여자가 당좌대월이자율 이상으로 이자를 수수하기로 약정한 경우는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법인세법 제28조 적용배제 및 법인세법 제52조 적용의 유형이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두19037 판결, 2009. 5. 14. 선고 2006두11224 판결은 원고가 금융기관에 정기예금을 예탁하고 특수관계자가 위 정기예금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피고가 이를 실질적으로 원고가 특수관계자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하여 정기예금 상당액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아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한 사안에서 원고의 정기예금 예치와 금융기관의 특수관계자들에 대한 대출이 별개로 이루어진 법률행위인 이상 원고의 금융기관에 대한 담보제공행위가 특수관계자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대여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고 이는 원고가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자가 대출받는 편익을 누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원고가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하여 특수관계자들이 금융기관에서 그 상당액을 대출받게 한 것을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여 등 가지급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한편 원고가 그 무렵 높은 대출이자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차입금을 상환하지 아니하고 상당한 금원을 낮은 이율의 정기예금에 예치한 후 이를 특수관계자의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행위는 그로 인한 지급이자와 수입이자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 원고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고 원고가 담보로 제공한 정기예금은 특수관계자들이 대출금을 상환할 때까지 인출할 수 없어 유동성을 상실하게 되고 대출금이 변제되지 아니할 경우 정기예금을 상실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사정 등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비정상적인 거래로서 법인세법 제88조제1항제9호가 준용하는 같은 항 제6호 소정의 금전을 시가보다 낮은 이율로 우회적으로 대부한 경우에 준하는 행위 또는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정기예금의 예탁 및 담보제공행위를 부인한 후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법인세법 제28조 및 법인세법 제52조가 모두 적용되지 않는 유형이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660 판결은 원고가 기존의 종합금융회사에서 운용 중이던 표지어음채권을 해지하여 마련한 자금을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예치하면서 특수관계자의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특수관계자는 220억원을 대출받아 원고에 대하여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위 대출금 중 157억원을 신주인수대금으로 납입하고 나머지 금원은 소외회사에 대여하고 소외회사 역시 원고에 대하여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위 금원을 원고에 납입함으로써 결국 위 대출금 대부분이 신주인수대금으로 원고에게 납입되었는데 피고는 이를 실질적으로 원고가 특수관계자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하여 정기예금 상당액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아 그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고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한 사안에서 앞서 본 이유로 원고의 정기예금 예치와 금융기관의 특수관계자들에 대한 대출이 별개로 이루어진 법률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나아가 원고의 정기예금 및 담보제공행위는 특수관계자가 대출금의 대부분을 원고의 신주를 인수하는데 사용하였고 이는 원고의 자금부족 해소를 위하여 유상증자를 통하여 자금을 확보하고자 한 원고의 필요에 의한 것인 점, 특수관계자가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변제함으로써 원고는 담보권 실행 등 손해를 입지 않고 219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게 된 점, 당시 금융위기 상황에서 원고는 특수관계자 도움 없이는 자금 확보가 용이하지 않는 상태였고, 특수관계자가 신주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담보 제공이 필요하였던 점, 기존의 투자처인 종합금융회사는 불안전한 상태이어서 다소의 이자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우량은행으로 자금을 변경‧예치하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 판례의 정리

 

(1) 법인세법 제28조의 적용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우회적 자금지원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법인세법 제28조와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에 있어서 사실관계와 거래 경위 등에 따라 다소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28조의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인정여부에 관하여 종전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두2053 판결은 특수관계자에게 우회적인 행위로 자금을 지원한 경우 그 자금을 실질적으로 조달받은 자가 특수관계자라면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21) 특수관계자 발행의 후순위사채를 금융기관이 인수하고 그 사채를 원고가 매입하여 원고와 금융기관, 그리고 특수관계자 사이에 동일한 사채가 우회적으로 거래된 사안이기는 하였지만 당시 위 판결은 대법원 2000. 9. 29. 선고 97누18462 판결과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었다. 위 판결은 갑이 자신의 명의로 발생한 사채자금을 특수관계에 있는 을에게 대여하였는데 실제로  사채 발행으로 인한 자금의 사용자는 을이고 을이 사채 발생과정의 전면에 나서서 사채 발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안에서 사채발행의 사법상의 효과와 절차를 중시하여 을을 위 사채의 실질적인 발행자 또는 채무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사채 발행 거래의 형식을 존중한 위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원고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가지급금이 없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두19037 판결, 2009. 5. 14. 선고 2006두11224 판결을 기점으로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대한 판단은 법인세법 제28조의 문언의 해석과 당사자의 거래형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그 입장이 정리되었다. 즉 원고의 정기예금 예치와 금융기관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출이 별개로 이루어진 법률행위인 이상 원고의 금융기관에 대한 담보제공행위가 특수관계자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대여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고 이는 원고가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자가 대출받는 편익을 누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판시가 거듭 내려진 것이다. 후순위사채가 금융기관을 거쳐 특수관계자에게 순차 인수된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두2053 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위 두 판례의 사안에서는 원고와 제3자의 거래행위는 정기예금계약과 질권설정계약이었고 제3자와 특수관계자 사이에서는 대출계약이 체결되어 각기 계약 목적물과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인이 금융기관에 예금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해 준 행위를 채권의 내용도 당사자도 달리 하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여행위로 보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상의 엄격해석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인바, 그와 같은 판례의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2)

 

(2)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에 대하여

 

특수관계자 아닌 제3자를 통한 우회적 자금 지원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규정의 적용에 대하여 대법원은 주로 경제적 합리성 여부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실질과세원칙 관점에서 우회적 거래를 통한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등장한 측면이 있으므로 특수관계자 사이의 직접 거래인지, 아니면 우회적 형태의 거래인지 여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9호에서는 각 호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부당행위계산을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그 분여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적법성 판단보다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종국적 이익분여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경제적 합리성 여부의 판단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두9415 판결은 후순위사채 등은 당좌대출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율 내지 할인율이 정해져 있다는 점 등에 근거하여 이를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660 판결은 이익분여행위가 시가 거래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거래행위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론적으로 시가에 상응하는 이자율을 수취하는 경우에는 시가거래이므로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가령 시가를 벗어난 거래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면 역시 부당행위계산이 아니라고 할 것이지만 대법원은 금전의 대부로 인한 수취이자 등이 시가에 벗어나는지 여부를 경제적 합리성의 판단을 위한 거래행위의 제반 사정의 하나의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4. 대상판결의 평가

 

그동안 제3자를 통한 특수관계자에 대한 우회적 자금 지원에 대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는 금전의 대여가 순차로 이루어지는 사안을 대상으로 법인세법 제28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제3자에 대한 자금의 대여가 있고 그 제3자가 이를 토대로 특수관계자에게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당사자들 사이의 별개의 대여행위로 파악하고 그로 인하여 특수관계자가 간접적 편익을 누렸다고 하더라도 특수관계자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아니라고 보았고,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금전 대부의 경우에 대하여 그 이율의 적정성을 포함한 거래행위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의 문제로 접근하였는바, 대상판결은 이에 더하여 다음의 두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판시를 하였다.

 


첫째, 대상판결은 법인세법 제28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종전 대법원 판결에 앞서 본 판시에다가 제3자와의 거래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법률에 마련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이를 부인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법인이 특수관계자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시를 추가함으로써 그 우회적인 자금지원과 업무무관 가지급금 해당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가장행위란 밖으로 표시된 행위가 납세자의 진의에 기하지 않은 행위로서 사법상 무효이므로 세법상으로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바, 대상판결의 판시는 결국 납세자가 선택한 사법상의 법형식이 가장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상 적법‧유효하다면 이를 세법상 존중하여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과 그 궤를 같이 하면서 법인세법 제28조 소정의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판단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원칙에 의한 거래의 재구성은 함부로 허용되지 않고, 납세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있어야 하다는 종전의 실질과세원칙의 법리23)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예컨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거주자가 국외특수관계자가 아닌 자와 국제거래를 할 때에도 그 거래에 관하여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자 간에 해당 거래에 대한 사전계약이 있고, 거래조건이 해당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자 간에 실질적으로 결정되면 거주자가 국외특수관계자와 국제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전가격세제를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제3자 개입거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제15조도 과소자본세제의 적용에 있어서 제3자 개입거래에 관하여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다. 소득세법 제101조제2항도 거주자가 특수관계자에게 자산을 증여한 후 그 자산을 증여받은 자가 그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다시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증여자가 그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제3자 개입거래에 관한 이러한 개별적‧구체적 부인규정이 없는 법인세법 제28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실질과세원칙에 의하여 거래를 재구성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는 정태적 성격을 가진 법인세법 제28조의 업무무관 가지급금 조항의 문언에 대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하겠다.

 

둘째, 대상판결은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과 관련하여도 제3자와의 자금의 대여가 아닌 자산의 매입거래가 특수관계자에 대한 우회적 자금지원의 효과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법인이 매입한 자산이 수익과 관련이 있는 자산이고 그 매입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가령 법인이 특수관계가 없는 자로부터 자산을 매입하여 특수관계자가 경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종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해온 무수익자산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고 경제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부당행위계산 여부를 판단하면서 우회적‧간접적인 이익분여에 대해서도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다소 확대‧적용해 온 종전 판례의 입장에 대하여도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사료된다.

 

무수익자산의 범위에 관하여 종전 대법원은 법인이 일반분양에 실패한 계열사의 골프회원권을 매입한 경우에 장래의 골프회원권의 가치상승 가능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법인이 다른 골프회원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회원권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구입한 사정 등을 근거로 향후 가치상승의 여지가 없지 않은 골프회원권을 무수익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24)한 반면, 대상판결은 분양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아파트와 호텔이 수익에 기여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호텔의 운용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전혀 불합리하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수익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장래의 교환가치도 무수익자산의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부당행위계산부인 유형을 열거하고 있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제1항제9호는 각 호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으로서 각호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적용 범위가 문제되었는바, 대법원은 위 제9호가 포괄적인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제1호 내지 제8호에 준하는 거래행위로 한정적으로 이해하여25) 그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였는데, 대상판결도 같은 맥락에서 자산의 매입을 통한 우회적인 자금지원에 관하여 특수관계에 없는 자와의 거래를 통하여 특수관계자가 경제적으로 어떤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 제2호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면 제9호의 적용도 배제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간접적‧우회적 거래에 대하여도 각 호의 준하는 이익분여 행위가 있어야 제9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 제9호의 적용범위에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각주-

 

1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추가로 대손충당금 설정대상 채권에서도 배제된다(법인세법 제34조 제2항).
2  헌법재판소는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따라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면서 다른 한편 차입금의 지급이자를 손금에 불산입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07. 1. 17. 2005헌바75, 2006헌바7, 8 전원재판부 결정.).
3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 제4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 제7호.
4  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 나목, 법인세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5  강인철,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손금불산입과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연구’, 조세법연구 16-2, 2010. 121면.
6  이창희, 세법강의, 박영사, 2007, 942면.
7  헌법재판소 2007.1.17. 선고 2005헌바75 결정.
8  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 법인세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9  법인세법 시행령 제53조 제4항.
10  법인세법 시행령 제53조 제3항.
11  대법원 1992.11.10. 선고 91누8302 판결; 대법원 2004.2.13. 선고 2002두11479 판결.
12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두16561 판결.
13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두13267 판결.
14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두7993 판결.
15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두12055 판결.
16  이창희, 전게서, 957면.
17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두12055 판결.
18  이태로ㆍ한만수, 조세법강의, 박영사, 2015, 550면.
19  이태로ㆍ한만수, 전게서, 550면.
20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6두125 판결.
21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두2053 판결.
22  이에 대하여 거의 대부분의 법인들이 특수관계법인에게 금융기관을 사이에 두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융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22 가장행위라는 조악한 도구를 이용하는 자보다 오히려 복잡한 거래를 통하여 교묘하게 조세를 회피하려는 납세자를 우대한다는 비판이 있다(강인철, 전게논문, 120면).
23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두3916 판결 등.
24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두12055 판결.
25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두15249 판결;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누5301 판결 등.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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