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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위증 수사관에 3000만원 배상 판결

1984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사건 수사 책임자가 법정에서 거짓증언한 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단독11부 김은성 판사는 윤모(62)씨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 책임자였던 고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일동포 2세 윤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고려대 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1984년 8월 보안사에 의해 서울 장지동 분실로 연행됐다. 

당시 일본 주재 대남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입국해 국가기밀을 수집·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40여일간 구속영장 없이 구금돼 조사받던 중 몽둥이·물 고문 등을 받다가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다. 

윤씨는 그해 11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8년 6월 가석방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9년 10월 이 사건이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고 재심을 권고했다. 

윤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1년 11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사가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윤씨에게 구타나 협박 등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없지요"라는 질문에 "네.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허위 자백을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이 없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네.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씨는 "장지동 분실에서 윤씨를 수시로 손과 몽둥이 등으로 구타했지요"라는 윤씨측 변호인의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고령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고씨의 증언을 위증이라고 봤다. 

김 판사는 "상급자였던 고씨에게만 알리지 않고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우므로 적어도 고씨가 가담했거나 수사관들에게 고문하도록 지시 또는 협의 하에 이뤄졌다고 봄이 합리적인데 회피성 진술만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씨의 허위 진술로 인해 윤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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