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세제개혁안에 금융종합과세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주로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소득과세는 대표적인 저축에 대한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강화하는 것이 공평한 것이냐 혹은 그것이 저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성장이나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원론적인 문제를 생각하며 중장기적으로 저축에 대한 세금, 나아가서 자본소득과세 전반을 어떻게 개선해 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축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몇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크게 나눠 생각해 보면 소득세적인 방식과 지출세적인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채택하고 있는 것은 소득세적인 방식이다. 저축 원본이 되는 소득에 우선 과세하고 이 돈을 저축해 얻어지는 이자나 배당소득 등에 다시 과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출세적인 관점에서의 과세는 가계에서 돈이 소비 등의 목적으로 최종적으로 지출될 때 과세가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저축 원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다가 저축에서 인출할 때 원금과 이자 혹은 배당 등을 모두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지출세로 과세하는 방식은 다시 두가지로 나눠질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흔히 조세선납방식(tax prepayment method)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저축원금에 과세하고 그 뒤에는 과세하지 않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위에 설명한 것처럼 원금에 과세하지 않고 인출시 저축원금과 이자 등을 합산해 과세하는 소위 지출세 방식(expenditure tax method)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경우들을 간단한 예를 들어서 살펴보자. 원금이 100원, 세율은 20% 그리고 저축에 대한 연 수익률은 10%라고 가정하자. 먼저 소득세의 경우 100원에 대한 소득세 20원을 먼저 부담하고 80원만 저축되는 셈이다. 일년이 지난 뒤 원금 80원과 수익 8원을 받는데 8원에 대해서 1.6원의 세금을 다시 내야 한다. 전체적으로 부담한 세금을 수익률 10%를 할인율로 가정하며 인출시점의 가치(미래가치)로 환산하면 저축시점에 부담한 20원의 세금은 일년후의 가치로는 22원이 되므로 전체적인 세금 부담은 23.6원이 된다.
한편 지출세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했다면 100원을 저축해 일년뒤 110원을 인출할 때 110원에 대해서 22원의 세금을 부담하므로 이것이 총 세금부담이 된다. 조세선납방식의 경우 저축시점에서 원금 100원에 대해서 20원의 세금을 부담하므로 80원을 저축한 셈이 되고 일년뒤에는 88원을 인출하지만 이 때는 세금이 없다. 따라서 20원의 미래가치 22원이 전체적인 세금부담이 된다.
지출세 방식의 두 가지 방법은 일단 과세효과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득세 방식은 지출세 방식보다 전체적으로 높은 세금을 부담한다. 이 두가지 접근의 차이는 소득으로 파악하는가 아니면 지출로 파악하는가에 따라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미묘한 문제가 있다. 소득의 흐름을 생각할 때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은 결국은 지출되는 것인데, 지출에 과세하거나 수입에 과세하거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저축이라는 것이 소비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행위이고 저축에 대한 보상은 지출의 시점을 연기한 것에 대한 시간가치 조정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에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에 대한 과세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한편 자본은 생산요소라고 할 수 있고 이 생산요소가 창출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반드시 소득세 접근법을 뒷받침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득 중에서 다시 생산과정에 자본으로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라는 것은 자신이 당장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자본으로 투입된 부문은 그것이 인출될 때까지는 처분이 불가한 것이므로 소득세의 부과도 그 시점까지 기다려 줘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 체계를 갖고 있지만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는 지출세 방식으로 돼 있다. 기여금을 공제해 주는 대신 나중에 받는 연금은 과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저축에 대한 여러 가지 유인장치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자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것은 지출세 방식에 가깝게 가는 것이고 저축원금을 소득공제하는 방식은 인출시에도 원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강력한 조세감면효과를 갖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복잡한 저축과세제도를 보다 합리적이고 단순하게 개선해 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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