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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내국세

"녹음?…빼박캔트, 조사기간 더 길어질 것"

'세무조사 과정 녹음권' 반응…"소명시간 더 걸려, 권하고 싶지 않아"

"'세무조사 과정 녹음권'이 납세자 권익보호 강화 차원에서 마련된 세법개정안인데, 긍정적인  효과가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조사를 받고 있는 내 수임업체에게는 녹음을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현직 세무대리인)."

 

정부가 국세기본법을 개정해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세무대리인들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세무대리인들에게 세무조사 업무를 맡기기 때문에 이들의 세무조사 녹음권에 대한 반응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某 세무대리인은 "조사공무원은 납세자로부터 진술서나 확인서를 받고자 할 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 위주로 질문을 하고 그에 해당하는 답변을 추려서 듣는다"며 "또한 납세자에게 질문을 할 때도 조사공무원 본인이 알고 있는 사항 외에 다른 어떤 의심가는 사항이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하는데 녹음권이 도입되면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사공무원이 알고 싶은 내용은 확인서, 진술서, 납세자 답변 등을 통해 파악하는데, 정작 납세자가 억울하거나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면 조사공무원은 '녹음' 때문에 소극적이 돼 아주 원론적으로 얘기하거나 아예 회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면 납세자는 자신의 억울한 부분을 다시 소명하기 위해 조사공무원과 더 여러 번 만나야 하고 이로 인해 조사기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져 오히려 심적인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某 세무대리인도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조사공무원과 납세자(세무대리인) 모두 자신들이 필요한 사항만 말하고 녹음을 의식해 불리한 발언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납세자의 소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슷한 논리를 폈다.

 

그는 "조사공무원과 납세자 모두에게 서로 부담만 주는 행정으로 보인다. 내 수임업체가 조사를 받는다면 녹음을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某 세무대리인은 "분명 유리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이나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녹음이 불리할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영세한 납세자들은 비용 등 관련증빙을 100%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 않은데 구두로 조사공무원에게 사정이 이렇다 저렇다 말한 게 녹음이 되면 이게 나중에 증거나 꼬투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 조사 대리를 수임한 세무대리인은 조사공무원을 찾아가 비용을 쓰게 된 정황과 증빙을 수취하지 않은 특수한 상황 등을 납득할 수 있게 소명하게 되는데 녹음을 한다면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조사공무원이 납세자의 특수한 사정을 십분 이해했더라도 녹음 때문에 세법 테두리 내에서의 업무 재량도 베풀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세무조사 녹음권은 영세납세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없고, 변호사나 대형 세무회계법인을 내세우는 대법인에게 유리한 '부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도 세정가에서 제기됐다.

 

세무조사 과정 녹음권과 관련한 조사공무원들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다.

 

지방청 조사국의 김某 관리자는 "조사과정에서 실제 녹음권이 도입·시행되면 납세자들이 더 불안할 것"이라며 "요즘 조사공무원들이 귀가 닳도록 듣는 얘기가 '절차 준수'여서 이를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녹음권이 도입되면 최대한 말을 줄이고 모든 걸 문서 위주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세무서 조사과 김某 조사관은 "조사팀 교체 명령권도 있는데 녹음권 도입까지 하는 건 조사행정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효과는 적으면서 조사공무원과 납세자들의 거부 반응은 큰 제도"라고 비판했다.

 

다른 일선세무사 강某 조사관은 "최근 들어 조사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법령 및 규정에 명시된 '절차 준수'"라며 "절차를 지키기 때문에 조사요원에게 불리할 건 없고, 오히려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에게 '빼박캔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를 통해 조사공무원의 위법·부당한 언행이나 요구 감소, 납세자의 위법·부당조사 거부 증거자료로 활용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불복시 불리한 증거로 작용, 서면 위주 조사 진행, 녹음내용 유출 및 악용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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