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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4 (화)

내국세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변호사 등 대리인에도 부여해야"

한국세법학회·한국국제조세협회·금융조세포럼 하계학술대회 공동 개최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현황과 과제’ 발표

변혜정 교수 "해외금융계좌 신고 잔액기준 낮추고, 신고기간 개선 필요"

 

지난달 해외금융계좌 신고기한이 끝났다. 거주자 등이 보유한 모든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5억원을 초과하면 매년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관련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

 

이같은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금액을 낮추고, 제한적인 신고 기간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호사 등 대리인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 또한 함께 제시됐다.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3일 한국세법학회·한국국제조세협회·금융조세포럼이 공동 개최한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불법 외화 유출 및 역외탈세 방지 등을 위해 지난 2011년 해외금융계좌 제도를 도입했다. 거주자·내국법인 등이 해당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합산 잔액이 5억원을 넘으면 신고의무를 지며, 미신고액이 50억원을 초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신고의무 위반금액의 13% 이상 20% 이하)형을 받는다.

 

 

반면 미국은 조세회피 방지만이 아니라 자금세탁, 테러단체의 자금추적 등을 막기 위한 은행비밀보호법(1970년 제정)에 따라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했다. 연혁적 배경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금융범죄 단속국에서 신고업무를 맡고, 국세청은 민사상 제재 범위인 조사, 벌과금의 부과·징수, 관련 행정해석 등을 관할하는 이원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의무는 미국인이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거나 처분 등 기타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에 부여하는데, 대상 역년 중 언제든 그 계좌의 최대가치가 1만달러(한화 약 1천200만원)를 넘으면 신고의무가 생긴다.

 

이해관계 여부를 두고 의무 대상자를 판단하기 때문에 실질적 소유자가 아닌 형식적 명의인, 변호사 등 대리인도 신고의무를 함께 진다. 반면 거주자가 아닌 시민권 기준을 적용해 미국 세법상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 자들에게도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점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기간은 매년 4월15일까지다. 지난 2016년 개정하면서 필요시 기한을 6개월 연장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첫 신고의무 이행 시에는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 등에 대한 모든 제재를 면제하며, 기한 후 신고할 때에도 이유를 함께 기재해 그 이유가 합리적으로 판단되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변혜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행 신고기준 금액은 지난해 개정에 의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약 1천200만원)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또 매월 말일 잔액의 합을 5억원 이하로만 유지하면 신고의무를 회피할 여지가 생겨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기간도 매우 제한적이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도 충분치 않다”며 “자발적 신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신고 편의를 고려한 기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고의무 대상은 계좌에 대한 업무를 실제 처리하는 자의 전문성을 고려해 한국에서도 변호인 등 대리인을 신고의무자 범위에 포함한다면 신고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그 이행을 이중으로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양국 제도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방식인데, 변 교수는 “한국도 미국처럼 고의와 과실을 구분해 제재를 적용하고, 하한 규정을 폐지해 재량에 의한 제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미국 국세청이 명시한 ‘신고위반에 대한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신고의무와 자료보관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지침을 주목해 제재의 수준이 위반의 정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도의 형평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단순히 신고기준이나 신고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관련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공평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국세청의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신뢰는 반드시 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이어 토론에는 류성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주연 국세청 사무관이 참석해 의견을 더했다.

 

류성현 변호사는 “미국에서 신고의무를 처음 이행하는 사람에게 제재를 면제해 준다고 했는데, 결국 신고를 늦게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만약 국내서도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미 과태료가 부과됐거나 형사 처벌된 사람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 고려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 등도 재정적 이해관계를 가지므로 신고의무자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지나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본인으로부터 해당 수수료나 보수를 받는 정도에 불과한 대리인이나 변호사 등에까지 신고의무를 부과해 과태료나 형벌을 부과한다면 너무 과한 제재가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금융조세의 주요현안과 과제’를 대주제로 열린 학회에는 금융투자소득 과세 방법론에 대한 관견(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장기금융투자의 세제우대정책에 관한 연구(문성훈·이영한 교수), 혁신기업 자본조달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방안(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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