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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목)

내국세

땅 판 돈 4억을 사위 대여금고에 숨겨놓을 줄이야

중부지방국세청, 최초로 3자명의 대여금고 압수수색…체납액 8억3천여만원 징수
국세청, 전국 세무관서에 추적조사기법 전파…동일유형 5건 24조6천억원 추징
중부국세청 체납추적과 A조사관, 감사원장 표창

 

국세청 최초로 제3자 명의 대여금고 압수수색을 통해 체납액 8억3천여만원을 징수한 중부지방국세청 체납추적과 직원이 감사원장 표창을 받게 됐다.

 

주인공은 중부지방국세청 체납추적과에 근무 중인 A 조사관으로, A 조사관은 2018년 1월  체납자 J씨에 대한 체납자재산 추적조사에 착수했다.

 

J씨는 2016년 경기도 포천 소재 토지를 25억원에 양도하고 양도소득세 8억3천여만원(가산금 포함)을 납부하지 않고 있었다.

 

국세청은 부동산 양도대금 증여 또는 은닉 혐의 등 체납처분 회피혐의가 있고 회피금액이 5천만원 이상인 체납자를 체납추적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지방국세청에서 중점관리하고 있다.

 

A 조사관은 우선 국세청 전산망 등을 통해 체납자 및 가족에 대한 서면분석을 실시했다.

 

서면분석 결과 특별히 자산이 늘거나 취득한 자산이 없고 체납자가 실제로 받은 양도대금이 17억2천만원에 달하는 만큼 다른 곳에 보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곧바로 체납자 J씨의 자택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나 숨겨 놓은 돈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J씨는 양도대금을 어디다 뒀다고 묻자 사채 상환에 썼고, 채권자는 밝힐 수 없으니 법대로 처리하라고 소리치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했다.

 

은닉재산 추적은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대한 법률 개정 전이어서 체납자 본인 외 친.인척 금융거래정보는 조회할 수 없어 뽀족한 수도 없어 더욱 답답했다.

 

그러나 A 조사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추적을 계속했다. 5개월간의 금융추적조사를 통해 체납자 J씨가 양도대금 17억2천만원을 수표 92장으로 받고 3개월간 집근처 은행 44곳에서 88회에 걸쳐 모두 현금으로 교환한 사실을 확인했다. J씨는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2천만원 이내로 3개월간에 걸쳐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A 조사관은 현금 17억2천만원이 자택 수색때 발견되지 않은 만큼 다른 곳에 숨겨 뒀을 것으로 생각했다. 금융추적조사를 하는 틈틈히 체납자 거주지 인근에서 탐문수사를 했다. 6차례에 걸친 탐문조사에도 은닉장소는 오리무중이었다.

 

이 때 A 조사관의 머리를 번득이며 스쳐가는 묘수가 떠올랐다. 양도대금이 거액인 만큼 은행에 숨겨뒀을 확률이 높고 계좌추적을 피해 대여금고를 이용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

 

대여금고는 약관상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것인 만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대한 법률 적용대상이 아니다.

 

A 조사관은 즉각 12개 시중은행 본점에 체납자 J씨와 자녀, 자녀의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 7명이 2016년 9월이후 개설한 대여금고가 있는지 조회를 요청해 체납자가 양도대금을 숨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위의 대여금고를 발견했다.

 

A 조사관은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장해 체납자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제3자 명의의 대여금고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지 담당검사와 협의해 압수수색영장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은행 본점에서 대여금고 개설지점 및 금고번호를 확인한 후,  2차로 지점에 대해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했다.

 

지점장이 제3자 명의의 대여금고에 대해 압수수색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협조하지 않자 대여금고를 봉인한 후, 은행 직원의 입회 하에 대여금고 관리업체를 통해 대여금고를 강제로 뜯었다.

 

대여금고 속에는 현금 1억5천여만원, 외화 2억여원(미화 19만5천633달러, 위안화 4천570위안, 엔화 9천엔), 6천만원 상당 귀금속 46점 등 총 4억2천만원 상당이 들어 있었다.

 

A 조사관은 이를 모두 압류해 남양주세무서 금고에 보관했다.

 

결국 체납자 J씨는 두손을 들었다. J씨와 사위를 심문해 이를 추궁하자 대여금고 및 대여금고 내에 있던 현금·외화는 모두 체납자 소유라는 사실을 자백했다.

 

A 조사관은 압류한 현금 3억6천여만원을 우선 국고에 납부해 체납액에 충당한 후 나머지 체납액을 자진 납부하도록 설득했다.

 

체납자 J씨는 2회에 걸쳐 나머지 체납액 4억7천여만원을 납부해 가산금 1억9천여만원 포함한 체납액 8억3천여만원을 모두 징수했다.

 

국세청은 이 사례를 추적조사 우수사례로 전국 세무관서에 전파했고, 이를 통해 동일한 유형의 5건에 대해 24억6천만원을 추징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A조사관의 창의적·적극적 업무수행으로 체납징수에 기여한 사례를 모범·적극행정사례로 선정하고 감사원장 표창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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