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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4.14. (수)

[현장기고]적극행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광주본부세관장 김종호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대유형은 세계 각 국의 국경 폐쇄로 번졌으며, 수출 주도형의 국내 산업 또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유례 없는 위기 속에서 관세청은 기존의 행정 틀을 바꾼 ‘적극행정’을 통해 각 산업별로 겪고 있는 경영애로 사항을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였으며, 위기에 내몰렸던 수출입업체들도 관세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삼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성공사례를 속속 창출했다. 이에 전국 각 권역별 본부세관에서 올 한해 기울여 온 적극행정 창출사례와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킨 산업별 성공사례를 일선 본부세관장들로부터 듣는다.<편집자 주>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자동차에 자동차세가 부과되고, 정기검사를 미이행했다고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기에 자동차 말소를 하고 싶다. 그런데 말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자동차 사기조직에 사기를 당한 것도 서러운데 해결할 방법도 없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면 어떤 심정일까.

 

수년 전 그런 일이 있었다. 자동차 사기조직이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신형 자동차를 구입해 렌터카 사업에 사용하게 해주면 차량 한 대당 매월 수백만원씩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차량을 모집한 후 해외로 밀수출해 버린 사건이었다. 사기조직이 밀수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 명의로 자동차를 등록한 탓에 허위로 등록된 ‘유령차량’이 생겨난 것이다.

 

이 모든 피해를 해결할 방법은 유령차량을 말소하는 것 밖에 없었지만 피해자들이 차량을 말소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 세관 수사팀은 자동차 밀수출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사건 적발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의 고충까지 해결해 줄 것인지. 자동차 말소 업무가 세관 업무는 아니지만 세관만이 자동차 수출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에 수사팀은 업무의 경계를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가기로 했다.

 

자동차 말소처분 관련 관계기관을 설득하고 지방자치단체,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받는 등 수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유령차량을 말소시킴으로써 피해자가 요구받은 자동차세, 과태료 뿐만 아니라 이미 납부한 세금까지 환급받도록 해 피해자의 고충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유령차량이라는 상식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인식하고 국민의 고통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적극행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나서서 피해자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자는 세관 구성원 간 합의와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구성원의 의지와 조직 문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적극행정을 실행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두 번째 사례를 살펴보자.

 

관내 전남 여수시 일원에 상업용 LNG 탱크 터미널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만 1조3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며, 해외자본 유치 및 고용효과 등 경제유발 효과도 상당한 사업이다.

 

국내 발전소 공급용 1기와 트레이딩용 1기에 대해 공사를 우선 시행하는데 난관에 봉착한다. LNG 탱크 터미널 건설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사계획 승인이 필요한 사업으로, 국내 발전소 공급용은 이미 승인이 난 상태에서 트레이딩용을 추가 승인 받고자 하는데 관련법상 보세구역 특허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세건설장 관리에 관한 고시’에 의하면 LNG를 국내로 수입하는 경우에 한해 보세건설장 특허가 가능하다. 국내 반입 후 저장하다가 국외로 반출하는 트레이딩용은 수입이 아니므로 법 규정만 문리 해석하게 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보세구역 특허를 내어주지 않으면 1조원이 넘는 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해 온 기업의 피해는 엄청나게 클 것이고, 그렇다고 규정을 무시하고 특허를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담당자는 관세청 ‘적극행정위원회’에 상정해 국내발전소 공급용 1기와 트레이딩용 1기를 한꺼번에 보세건설장 특허를 승인해 줌으로써 기업의 사업추진 난관을 해결해 주었다.

 

법과 제도가 모든 상황을 규정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행정분야에 속속 도입되는 AI 등 급변하는 시대변화와 사회 환경을 법과 제도가 모두 정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법·제도가 미처 반영하지 못한 사회현상을 기존 관행대로 법령을 해석하고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 담당자 또한 적극행정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사후 감사 등에 따른 책임 문제로 적극적 판단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행정위원회를 기관마다 설치해 담당자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업무 처리 방향을 제시해 줌으로써 적극행정 실행을 지원한다. 이 사례도 담당자가 법령 적용의 어려움을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업무처리 부담을 덜고 기업지원이라는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적극행정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체계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공무원 개인들에게만 적극행정을 요구한다면, 진짜 배짱이 두둑한 직원이 아니면 법령 해석이나 집행을 민원인 편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본부세관은 세관별 ‘열린 현장혁신 토론회’, 젊은 새내기 직원을 중심으로 한 ‘주니어 보드’ 활동 등을 통해 적극행정의 단초가 되는 관세행정의 문제점과 개선 아이디어를 지속 발굴하고 있다.

 

발굴된 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 토론, 부서간 소통과 협업 등 집단지성을 활용해 개선방향을 찾는 등 국민 행복과 기업지원을 위한 적극행정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광주본부세관은 이러한 문화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적극행정을 조직문화로 정착시켜 적극행정 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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