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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27. (일)

이창호 9단의 '한 수'의 뜻을 누가 알리요?


이창호 9단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세계바둑최강전 13차전에서 중국의 후야오위 7단에게 277수만에 흑 6집반승을 거두며 6연승의 쾌거를 이루던 지난달 22일,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새정부 조세개혁 토론회장에서 이 9단의 '전문가'성이 화제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해야 할 조세개혁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 말미에 토론자로 초청된 장재식 민주당 의원이 "이창호 9단이 1초만에 둔 한 수의 의미를 일반인이 10년을 들여다본들 그 의미를 알겠는가"라며 세제개혁은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면서 '전문가론'을 강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정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은 "조세는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미국의 경우 소득세법의 누진세율에 대해 위헌판정이 내려진 후 나중에 시민의 힘으로 위헌소지를 없애도록 아예 헌법을 개정한 사례가 있다"면서 되받아쳤다.

사회자로 나선 유경문 서경대 교수도 "국민적 공감대를 잃어버리면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개혁의 문제가 관련전문가들의 일로만 인식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전문가론' 논란을 진화했다.

미국에서의 일화 등을 소개하며 (자신이) 해박한 '세법전문가'임을 과시하던 장 의원도 토론회 초반에는 "세법을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과세표준' 등 일부 부적절한 조세용어는 '과세기준액' 등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국민들이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며 복잡하지 않은 쉬운 세법을 일갈했다.

한나라당 재경위 간사인 정의화 의원 역시 토론회에 초청돼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세무회계 규정을 간편ㆍ단순화하고 세율을 인하, 세부담을 완화시켜줌으로써 모든 국민이 기분좋게 납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 역시 조세전문가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조세 관련 입법은 국회만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법은 전문가가 만들고 국민은 세금만 잘 내면 된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이에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격분, "국회의원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항변하자 "건방지게…"라는 고성이 오가다 이날의 조세개혁 토론회는 막을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트레이드마크인 상속세도 현재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로, 완전포괄주의가 실현되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처럼 자칫 '정치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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