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 엑스퍼트' 등 ICT사업자 세무대리 플랫폼 서비스 '우후죽순'
가격·서비스 등 납세자 편의 내세워 시장 급성장
플랫폼 종속·책임소재 모호·수수료 체계 혼란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한국세무사회 "세무대리 알선·유인 행위 금지해야"
인터넷과 AI기술이 발달하면서 납세자와 조세전문가(세무대리인)가 서로를 찾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세무사와의 1:1 상담을 중개하거나 세무사 매칭을 도와주는 등 최근 몇년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시장이 눈에 띄게 커졌다.
다수의 가입자를 보유한 포털 사이트는 물론, 여러 인터넷 사업자가 뛰어들며 세무대리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플랫폼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시장이 형성되는 과도기에서 여러 서비스가 경쟁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춘추전국시대로 보인다. 납세자와 세무사에게 유용하면서 플랫폼 업계도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한 합의점은 아직 모색 중인 단계다.
현재 세무대리 분야 플랫폼 서비스의 종류는 크게 ‘전문가 상담 중개 서비스’, ‘세무사 매칭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세무사 뿐 아니라 회계사,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지식을 가진 집단을 포함해 운영하며, 세무사 매칭 플랫폼은 업종에 특화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 상담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2019년 말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선보인 ‘지식인 엑스퍼트’가 화제를 끌었다. 이용자가 질문을 올리면 전문가가 답변하는데, 세무뿐 아니라 법률, 금융, 취미, 입시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다.
엑스퍼트의 전신은 ‘지식인’ 서비스다. 엑스퍼트와 달리 무료 서비스인 지식인은 익명성·개방성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세무사회가 지난 2015년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료 세무상담을 제공한 재능기부 활동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반면 엑스퍼트는 전문가 상담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변호사업계가 이 서비스 방식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네이버 측은 변호사 수임 등에 대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전문가를 한 곳에 모아놓고 게이트키퍼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전문가가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코퍼레이션(주)이 최근 출시한 ‘아하커넥츠’도 유사한 서비스다. 예약을 통해 전문가와 1:1 실시간 상담을 연결해 준다. 더코퍼레이션도 아하커넥츠에 앞서 전문지식 Q&A 서비스 ‘아하 q&a'를 운영했다. 해당 서비스는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참여율을 높였다.
인접 자격사인 변호사계에서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교대역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거는 등 ‘로톡’ 의 공격적인 홍보가 눈길을 끌었다. 로톡은 ‘법률 상담’을 상품으로 판다. 전문가 중개뿐 아니라 자문 내용으로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무대리인들의 경우 플랫폼의 등장에 ‘반신반의’하며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인과 엑스퍼트, 재능기부 플랫폼 ‘크몽’ 등 다수의 중개 플랫폼을 병행해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주로 세무사 개업 초기이거나 기술활용에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세무사들이다. 코로나로 비대면 영업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플랫폼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호기심으로 (플랫폼에) 등록했다”고 밝힌 한 세무사는 “스마트폰, 카카오톡을 안 쓸 수 없지 않느냐”는 비유를 들었다.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빨리 적응할수록 그만큼 이득을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에서 개업한 최모 세무사도 “금액이 크지 않아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거래처로 연결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빈약한 개업 초기,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제주도에서 세무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지모 세무사는 “손쉬운 접근성은 장점이지만, 짧은 온라인 상담에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제공한 답변이 귀책 사유가 된다면 난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상담 중개서비스와 달리 ‘세무사’만 중개해 주는 플랫폼도 있다. 세무사 매칭 플랫폼의 경우 ‘업종과 상황에 따른 맞춤형 중개를 제공한다’고 내세우는 것이 공통적이다. 사업 초기의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등이 주요 타깃이다.
세무사 매칭 플랫폼의 종류는 다양하다. '세무통', '세무사를 부탁해', '세무앤', '세무사매칭센터', '함께해요 세무' 등 군소 플랫폼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체 기장 할인·법무사 수수료 무료·기장 무료 이벤트 등의 방식으로 홍보에 나선다. 세목별 세무사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택스다운'은 소득자의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안내문 유형에 따라 정찰제로 제휴 세무사를 연결해 준다.
종류가 많다 보니 이용자는 세무사를 찾기도 전에 먼저 플랫폼끼리 비교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기존의 ‘깜깜이 방식’으로 세무사를 찾는 것이 불만이었던 납세자들에게 가격·서비스 측면에서 편의를 주기 때문이다. 별점과 후기로 서비스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상담 중개 서비스든, 세무사 매칭 플랫폼이든 공통점은 ICT 사업자가 세무대리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무대리 시장의 또 하나의 변화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모두가 만족하고, 세무사제도의 발전에 부합하는 플랫폼이 출현하려면 남은 과제가 많다. 수수료 체계와 종속 문제, 피해 책임 등 앞서 제기된 여러 부작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마련해 국무회의 의결을 받았다. 필수기재사항을 담은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및 사전통지, 금지행위 등을 규정한 법안이다. 모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용될 규제에서 더 나아가 세무계 특성을 반영한 대책도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한편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보통신망을 통한 탈법적인 세무대리 알선행위가 무분별하다”며 “알선행위에 더해 유인행위도 추가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무사 가격비교 플랫폼을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