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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9.22. (수)

[기고]잘못된 '대차대조표' 바꾸려면 상법을 개정해야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

 

최근 기업들의 큰 애로사항 하나가 해결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기업들이 혼선을 빚으며 써오던 ‘대차대조표’란 용어가 ‘재무상태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업 임원 출신 여당의원의 대표발의로 일본식 표현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회계용어인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라는 용어로 바꾸도록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공인회계사법’을 개정 발의하여 지난 3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른 법률, 예컨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 은행법, 보험법 등도 함께 개정해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를 우리 법전에서 퇴출시킬 계획이라고 전한 보도를 보고 최근 걱정스러운 마구잡이 입법 소용돌이 속에 혜성처럼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평생을 대학에서 회계학을 배우고 가르쳐온 학자로서 ‘회계원론’ 첫 수업에 소개하는 재무제표의 첫 유형이 대차대조표였는데, 대변과 차변을 대조시킨 표라고 설명을 하면서 대변, 차변의 용어부터 한자 표기 문제로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또 차변(자산 등)이 먼저 나오고 대변(부채, 자본 등)이 나중에 나오니 거꾸로 된 것 아니냐며 개념에 혼란을 겪게 하여, 교수조차도 설명에 애로를 느끼게 하는 용어였다.

 

원래는 독일의 Bilanz, 영어의 Balance Sheet를 일본에서 ‘대차대조표’라고 잘못 번역했고 이를 식민치하의 우리나라가 그대로 전수받은 것인데, 실제 대학 수업에서는 자산, 부채, 자본(재무상태)의 각 변동을 이중적으로 기록하여 회계장부상 오류를 자체 검증하도록 한 재무제표의 일종으로서 균형표 또는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라고도 한다는 추가 설명을 구차스럽게 덧붙여 온 실정이었다.

 

일부 언론인들까지 대차대조표를 관행어로 잘못 써 과거 유력신문에서 “한미FTA 체결의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가 맞음)라는 큰 제호를 내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구차한 용어를 그대로 써 온 원흉은 다른 데 있었다. 상사 관련 기본법인 상법이 개별 상인과 회사의 결산서류인 재무제표의 첫 종류로서 ‘대차대조표’를 명기하고 있고 이를 회계학자들이 세상의 변화 추세로서 2007년 전격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의식하고 그 번역어인 재무상태표로 바꾸자고 거듭 주장을 해왔지만, 이미 정부 수립 전부터 오래 써와서 관행화된 용어이고 바꾸면 상법 내에서도 개정 범위가 넓으니 그냥 그대로 쓰자는 회계 무지 상법학자들과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방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결국 현실에서는 2007년부터 상장회사를 비롯하여 외부감사를 받는 우리나라 주요 중견/대기업 약3만5천여개사는 ‘재무상태표’라는 새 명칭을 사용하고, 그밖에 숫자로는 압도적으로 더 많은 수백만 중소기업과 일반 상인들은 종래의 ‘대차대조표’를 그대로 쓰는 이중 구조로 방치되어 왔다.

 

이에 따라 회계를 잘 모르는 법무부가 제정한 하위 규칙격인 중소기업회계기준에서는 ‘대차대조표’란 용어를 쓸 수밖에 없고, 중견/대기업들은 법 무서워서 신문에 결산공고시 재무상태표 뒤에 괄호로 대차대조표를 병기하는 등 우스꽝스러움을 노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용기 있고 안목 있는 여당의원이 일제 잔재를 씻으면서 용어 통일 작업에 나선 만큼 국민을 위해 법무부가 검찰개악 등 내부 싸움만 하지 말고 국회 법사위와 협조하여 상법에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법률용어를 모두 바꾸기 바란다.

 

그리고 하위규정으로 고시된 중소기업회계기준에서도 그 용어를 제발 바꾸어 모든 상인과 기업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즉, ‘대차대조표’ 대신 회계학계가 두루 사용하고 있는 ‘재무상태표’로 일괄 개정해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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