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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내국세

10년 미래전략 논의하는 국세청…핫이슈 '명퇴' 문제는 거론도 안해

세무서장급 이상 명예퇴직 유인해 온 세무사 자동자격 세대 끝 보여

명퇴 중단시 최대 2년간 서기관 승진인사 올스톱 등 후유증 클 듯

‘째깍째깍’ 초침은 도는데 역대 국세청장들, 후임자에게 ‘폭탄 돌리기’ 지적

 

국세청이 새로운 10년을 위한 미래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미래전략추진단 발족과 함께 12대 전략과제를 골몰하고 있지만, 정작 발등 앞에 떨어진 고위직 ‘명예퇴직’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서장급 이상 고위직들의 명예퇴직(연령명퇴) 유인책인 세무사 자동자격 세대(世代)가 채 10년도 남지 않음에 따라 '연령명퇴' 중단시 서기관 승진인사가 최대 2년간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역대 국세청장들의 폭탄 돌리기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관련 기사 ‘세무사 쯩도 안나오는데 명퇴해야 하나’, 2020.6.5일자>

 

 

국세청은 여타 중앙부처와 달리 세무서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비행시 관리자들의 경우 정년 2년을 앞두고 상·하반기 출생연월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을 하고 있다. 이는 행정고시 출신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나 고시의 특성상 명퇴연령 보다는 기수서열에 밀려 퇴직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

 

수십년 동안 이같은 명예퇴직 관행이 존속된 데는 무엇보다 국세청(조세분야)에서 20년 이상 재직기간을 채우면서 사무관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세무사자격이 가장 큰 배경으로, 서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하더라도 제2의 인생인 세무사로서의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장급 관리자가 정년보다 2년 앞서 명예퇴직하는 경우 자연스레 그 혜택은 복수직서기관이 직위승진을 통해 이어받게 되며, 복수직서기관의 직위승진으로 비게 되는 TO는 고참 사무관이 서기관 승진의 기쁨을 누리는 등 후배에게 승진기회를 보장하고 조직의 활력 또한 키워 온 일등공신임을 누구도 쉽사리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난 1999년 규제개혁위원회가 세무사를 비롯해 일정 경력을 갖춘 공무원들에게 자동으로 부여한 전문자격사 자격을 폐지토록 권고함에 따라, 2001년 이후 공직에 임용된 국세청 직원 누구라도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한다.

 

국세청 임용 출신별로는 국립세무대학 19기, 2001년 이후 공직에 임용된 7·9급 공채자, 행정고시 44회 이후 임용자들은 국세경력 20년에 사무관 경력 5년을 채우더라도 더 이상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없다.

 

공직 퇴직 이후 세무사 개업을 통한 인생 2막이라는 노후보장 보루에 기대어 서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명예퇴직을 유도했던 관행이 2001년 이후 임용된 이들에겐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미 비슷한 조짐은 보이고 있다. 타 정부부처에서 공직을 시작했다가 2001년 이후 국세청으로 전입해 서장급으로 재직하던 모 관리자는 본청의 은근한 연령명퇴 제의를 거부한 채 지방청 과장 직위에서 퇴직했다. 세무사 자동자격이 없기에 퇴직 후 세무사사무소 개업을 할 수 없는 만큼 하루라도 더 공직에 있기를 희망했던 자연스런 결정이었다.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 서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연령명퇴 관행이 일시적으로 사라질 경우 국세청 서기관 승진인사는 2년 동안 사실상 단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인사적체에 따른 국세청 조직의 활력은 크게 떨어지고 전반적인 업무집중도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는 등 조직문화에도 일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사권자인 국세청장을 비롯해 국세청 대다수 직원이 이같은 우려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연령 명예퇴직을 정식 어젠다로 끌어올려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퇴 문제를 국세청 미래전략 과제로 논의할 성격은 아니다”며 “지금의 연령명퇴는 독특하게 개개인의 용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국세청 조직문화가 아닌 개개인의 문제로 국한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명퇴 의사를 물어 보기는 하지만, 명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없다”며 “실제로 연령명퇴 기한 보다 더 앞당겨 명퇴하는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시행하는 인사와 관련된 각종 고시·훈령·지침 등에선 연령명퇴라는 용어가 없다. 다만 ‘암묵적’이라는 단어가 연령명퇴 앞에 붙듯이 서장급 이상 관리자라면 정년 2년을 앞두고 반드시 명예퇴직해야 한다는 멍에를 달고 있다.

 

연령명퇴 대상에 포함된 서장급 이상 관리자들 또한 감히(?) 명퇴에 반발하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이에 반발했던 과거 몇몇 관리자들의 경우 공직 '끝'이 좋지 않았던 사례도 존재한다.

 

명퇴가 개개인의 결정에 국한된 것이라는 국세청의 입장과는 결을 달리 하는 대목으로, 연령명퇴를 유인해 온 세무사 자동자격 세대가 끝을 보이는 만큼 공식 의제로 설정해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후배 직원과 선배 직원들의 암묵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개별성에 기반했음에도 어느정도 일반화되면 거기에 맞게 흘러가야 한다고 본다”고 연령명퇴에 대한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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